[re] 제 생각입니다.

글쓴이
Yong S Kim
등록일
2002-03-21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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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외로 전문연구요원 신청자가 적어서 (한때 정원이 갑자기 줄어들었는데도 불구하고) 많지 않아서 (듣기로는 3000명 배정에 2500명 지원했답니다.) 그 이유가 기간이 길기 때문이라고 단정짓고 그 기간을 줄여보자고 서울대 이공계 단과 학장들이 제안한 것입니다.

제 견해로는 서울대 이공계 단과 학장님들의 제안은 당연한 것입니다. 아마도 지금의 추세라면 한 오년 후에는 서울대학원에 진학하는 사람들은 별로 많지 않을 것입니다. 특히나 학부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학생으로 학문에 진정한 뜻이 있는 사람이라면 말입니다 (이런 사람들이 정말로 대학원에서 필요한 사람들이겠지요). 우수한 학생들이 진학하지 않는 대학원은 우수한 연구결과가 나오기 힘들 것이고, 다시 떨어진 대학원의 질은 우수한 학생들의 외면을 불러일으키는 악순환이 일어나지 않을까 합니다. 우리나라 최고라는 대학원을 맡고 계시는 학장님들로서는 피해야만 할 상황일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습니다만 우선 유학이라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인식이 생겼다는 것이 중요한 요인이 될 것 같습니다. 과거에는 유학을 하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소수였고, 엄청난 학비와 생활비 때문에 엄두도 못내던 일이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외국 대학에서도 한국 학생들을 많이 뽑지 않았던 이유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최근들어서는 분명 많은 사람들이 유학길에 나서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교육에 관한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교육열 때문인지, 아니면 전반적으로 좋아진 경제사정때문인지, 아니면 미국 대학에서 이공계는 많은 경우 RA 나 TA 를 통한 학비 지원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진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많은 사람들이 유학을 오고 있습니다. 이 상황이 계속 되리라고 생각되는 것이 기본적으로 제한된 한국내의 일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무언가 비교우위의 장점이 있어야 하는데 외국박사학위라는 것이 결정적인 이익을 주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IMF 이후로 이 사실이 더욱 부각되는 것 같습니다. 이제 일자리가 그나마 '더' 줄었습니다.) 더더군다나, 더 좋은 환경에서, 더 재미있는 논문 주제를 가지고, 더 깊은 산업계와의 협력 속에, 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는 미국 (유럽에 대해서는 제가 잘 모르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이라면 경제적인 능력만 된다면, 버틸 수만 있다면 유학을 와서 공부하는 것이 아주 이성적인 결정이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이제 '무리해서'라도 유학을 오시는 분들이 많아지신 것 같습니다 (우골탑, 미국에도 지어지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유학을 오려면, 병역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그래서인지 유학생들중 면제 받으신 분들이 정말 많습니다. 정말 아이러니인 것이, 국가에 병역을 통해 봉사한 사람들이 혹은 봉사할 의무를 지니고 있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는 사람들보다 더 불이익(!)을 받고 있습니다. 이런...고위층에 면제들이 많은 것이 우연은 아니라고 봅니다. 유학이라는 것이 한동안 신분 상승의 주요한 수단이 되어왔던 것을 보면 말입니다.) 그래서 많은 제 친구들이 보통 석사를 마치고 군대를 갔습니다. 박사 전문연구요원제도를 포기하고 말입니다. 아, 유학나오고 싶어서 죽겠는데, 전문연구요원 박사 수료후 5년이라면서요? 2년 고생한후 4년 공부하면 박사학위 받습니다. 이 학위후에는 외국에서 근무할 수 있는 선택권(?)과 학국에서 근무시 더 많은 혜택이 주어집니다. 당연히 유학나옵니다, 먹을 거리만 있으면. 그런데 많은 나이에 군대가기가 좀 불편합니다. 그래서 더 어린 학번들은 이제 학부때 군대를 갑니다. 아니면 학부 마치고 산업요원으로 근무한 뒤 유학을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니 우수한 학생들이 박사지원은 커녕, 석사조차 지원을 하지 않는 형편입니다. 교수님들이 위기의식을 느끼실 만 하죠. 더이상 서울대학원은 대학원 진학 대상 학생들에게 반드시 가야하는 길이 아닌 하나의 선택인 것입니다. 그런데 서울 대학원이 미국 대학원과 경쟁이 되지를 않는거죠. 처우나, 환경이나, 모든 면에서 말입니다.

재미있는 예로 BK사업으로 교환학생제도가 생겼습니다. 어느 교수님께서는 똑똑한 박사과정 학생들은 오히려 교환학생 보내시기가 좀 겁나신답니다. 왜냐하면 한 일년 일하다보면 그쪽 교수들도 바보가 아닌이상 열심히 일하는 똑똑한 학생이 괜찮아 보이는거죠. RA 오퍼를 줍니다. 학생은 신나서 그쪽으로 학교를 옮깁니다. 교수님들이 그렇다고 말리기도 그렇고 그런거죠. 하여간 서울 대학원의 경쟁력은 점점 더 없어집니다.

따라서 '학위를 따면서 할 수 있는 병역특례'라는 가장 확실하고 매력적인 당근이 필요하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마 이것이라도 없으면, 서울대학원 특히 박사과정은 고사할지도 모릅니다 (아마 정원을 유지한다면 다른 학교분들로 채워지게 될 것입니다.). 다른 게시판에서 언급되어 있는 것처럼 지금 미국에 유학나와 있는 사람들만해도 그 숫자가 엄청납니다. 아마 TOP 10인 학교만 생각해도 4000명 정도는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조금 더 학교를 늘리면 더 많은 숫자가 되겠지요. 그렇다면 평균 5년의 학업기간을 가정하고 대강 20%의 사람들이 귀국한다고만 가정해도, 한해에 160명 정도의 미국 Top 10 학교 출신 박사과정이 한국에 들어오게 됩니다. 서울대 박사 학위자에 비해 사회적인 인식이 훨씬 높은 상태로 말입니다. 한해에 서울대 박사가 얼마나 나오는지는 모르지만, 가장 좋은 자리는 찾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열받죠...-_-; 더더군다나 60%의 사람들이 졸업후 수년후 한국에 들어온다는 상황을 가정하면, 더더욱 서울대 박사과정을 갈 이유가 없어진다고 봅니다. 진정한 탑이 되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말입니다 (엔지니어가 무엇이 모잘라 의사보다 더 낮은 대접을 받아야하나와 비슷한 경우일겁니다. 똑같이 공부를 했는데 외국 대학원을 나오지 못한 이유로 차별을 받는다면 좋아할 사람이 없겠죠.).

이 논리가 다른 학교로도 적용가능한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어느정도 적용이 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것이 유학이든지 더 좋은(?) 학교의 대학원으로의 이동인지는 모르겠으나, 뜻있고 어느정도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학부 상위 15% 정도의 학생들을 각 대학의 대학원은 아마 놓치게 되니 않을까 싶네요.

사족: 아시겠지만, 순수하게 서울대학원의 교수님들의 시각을 상상해 보았습니다. 학생들의 능력을 학부때 성적으로 평가한다는 것이 유치한 일일 수도 있고, 비서울대 출신의 서울대학원 진학이 학생 질을 오히려 높일 수도 있겠습니다. 쓰고 보니 좀 정리가 덜 된 느낌이네요. 다른 학교의 경우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굳이 왜 서울대학원의 학장님들이 문제제기를 하셨는지를 설명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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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래 기사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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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 이공계, 병역특례 개선 요구  (2002.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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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이공계 단과대 학장들이 심화되고 있는이공계 기피현상을 해소하기위해 병역특례 확대와 근무연한 단축 등 병역특례 제도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서울대 공대와 자연대,약대,농생대 학장은 6일 교육부총리를 상대로 병역특례개선을 요구하는 건의문을 마련, 대학본부를 통해 교육부에 전달했다.
>
>이들은 건의문에서 “병역특례제도의 도입은 이공계 우수인력의 산업체 진출에따른 국내 기술경쟁력 강화와 이공계 교육 및 연구에 크게 기여했으나 병역특례 정원이 벤처업체에 치중돼 있고 석.박사인력을 대상으로 하는 전문연구요원의 경우 근무연한이 너무 길어 이공계 기피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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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전문연구요원의 근무연한을 산업기능요원과 마찬가지로 현재의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할 것과 ▲산학협동 차원에서 제조업 분야를 중심으로 병역특례 정원을 대폭 확대해줄 것을 교육부에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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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이공계 관련 단과대 학장들은 최근 몇년간 지속돼 온 이공계 지원률및대학원 진학률 급감 등 이공계 학문후속세대 양성에 있어 어려움이 가중되자 최근몇차례 회의를 열고 건의문을 채택했다.
>
>병역특례제도는 연구인력의 산업체 진출을 통한 산학협동 및 기술개발 강화를위해 지난 93년말 도입됐으며 3년 근무연한의 산업기능요원(고졸이상)과 5년 근무연한(석사 학위자 이상)의 전문연구요원 등 2가지로, 최근 전문연구요원 정원은 감소세를 보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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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대 이장무 학장은 “이공계 기피현상은 국내 과학기술분야의 심각한 공백으로직결되는 만큼 정부차원의 획기적인 이공계 유인책 마련이 시급하다”며 “전국 이공계 관련대학 학장 협의회와 연대해 해결방안을 모색해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
>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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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부터는 제 사견입니다. 너무 돌던지지는 말아주십시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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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연기간 축소문제는 제가 보기에는 진정한 의미의 이공계기피현상 대안은 아닙니다. 왜냐면 그 출발점 자체가 그저 단기간에 대학원 진학을 늘리기위한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전문연기간을 줄여서 사실 이공계 대학원에 큰 뜻이 없는데 대학원을 많이 가게하면 좋은 것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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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병역을 다른 방법으로 해결하시고, 더 공부하고 싶으신 분들은 국내대학원을 가지않고 해외로 떠나는 경우가 더 많을 것입니다. 현재 석사마치고 전문연 하고 계시분들 중에서도 끝나자마자 회사 그만두고 해외로 박사공부하러 나오실 계획하고 계신 분들도 많이 있을 것이고요.
>
>당장 전문연기간이 축소되면 여러 좋은 점들이 나타나기는 하겠지만, 다른 근본적인 대안이 나와서 과학기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바뀌기전에는 국내의 이공계인력을 외국에 빼앗기게 되거나 아니면 고등학생들이 이공계를 아예 지원하지 않을 가능성은 아직도 남아 있게되는 것입니다.
>
>우리가 전문연 기간 축소를 주장하는 것은 단순히 국내 석박사 진학률을 올리자가 아닙니다. 현재 전문연하고 계시는 많은 이공계인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기 때문인데, 여기서 현역으로 병역필하신 분들과 형평성 문제가 대두된 것입니다. 이 문제는 계속 토론을 통해서 서로 이해할 수 있는 합의점을 찾기 전에는 쉽게 해결이 안될 것입니다.
>
>김 덕양 드림.
>
> 병역특례에 대한 조선일보 기사 일부
>
>...정부는 28일 국방부에서 관계부처 국장급 관리들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갖고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이공계 병역특례 확대방안’을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
>이 자리에서 정부는 이공계 석·박사를 대상으로 한 ‘전문연구요원 제도’의 병역특례 혜택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결정했다. 정부 관계자는 “지난해의 경우 전문연구요원 특례 지원자가 배정 인원 3000명에 500명 가량 못 미쳤다”면서 “인센티브를 확대해 이공계 석·박사들이 이 제도를 적극 활용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
>
>

  • 이해원 ()

      제가 드리려고 했던 말씀을 대신 해주셨군요. 감사합니다.

  • 이해원 ()

      그리고 제가 업무중에는 게시판의 글을 읽을 수는 있어도 생각을 정리해서 답글을 올리기에는 좀 힘에 부치는군요.

  • 이해원 ()

      아무래도 운영진으로서의 역량이 부족한 것인지 -.- 죄송합니다.

  • bioman ()

      이해원씨 너무 자책마세요. 일하다보면 욕을 먹을때도 있고 칭찬받을 때도 있는 겁니다. 욕먹길 두려워 한다면 아무일도 이루어지지 않는 답니다..

  • bioman ()

      지금 어려운 일을 하고 계신겁니다.  모든사람들에게서 좋은소리 들으면서 일하는 사람은 이세상에 아무도 없습니다.

  • 이공계2 ()

      특히 저도. 욕 많이 먹었습니다. 얼굴이 벌개져서 하루종일 아무것도 못하고 그랬는데, 지나고 나니 좀 낫더군요. 그리고 군필자(?)분들은 운영자분들에게 야속하게 들릴 표현은 자제하시는게 좋겠습니다. 너무 열심히들 일하시니깐 조금의 내부 반대의견도 크게 실망스러울수가 있습니다..

  • 김덕양 ()

      반대의견은 되도록이면 많이 내주셔야합니다. 내부에서 강하게 크지못하면 외부로 나갔을때 그냥 꼬꾸라집니다. 잘못된 점이 있으면 세게 쳐주십시오. 합리적인 토론이라면 언제나 환영입니다.

  • 김재하 ()

      Y. Kim 씨(?) 의견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요새에는 서울대학교에서의 건의운동은 어떻게 되가고 있는지 혹시 아시는분계신가요? 전문요원대상자들이 요구하는 것보다는 그분들이 나서는게 더 설득력이 있을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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