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의존 한계 "생존의 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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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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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4-17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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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반도체 산업이 새롭게 도약해 세계시장에서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려면 무엇인가 결정적인 전기가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한층 더 커지고 있다. 세계 각국의 업체들이 미래 반도체 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는 ‘시스템 온 칩’(SoC) 사업을 점검하고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문제점과 바람직한 미래상을 장기 시리즈를 통해 짚어본다.

<편집자 주>

 

한국의 반도체 산업은 자칫 넘어질까 쉴새없이 달려 온 외발 자전거에 비유되곤 한다. 1980년대 초반부터 현재까지 기흥·이천·청주·구미의 생산라인은 쉬지 않고 돌아가고 있다. 연구원들은 64K D램 개발을 위해 많은 밤을 새웠고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여공들은 24시간 교대근무로 생산현장을 지켰다. 여기에 외국에서 명성을 날리던 우수 인력이 국내로 속속 복귀해 마침내 세계 최대의 D램 생산국이라는 찬란한 명성을 쌓았다. 장비·재료 업체들은 외발 자전거를 따라 맨발로 달려왔다.

하지만 20여년간 쌓아온 반도체 산업의 명성은 하루아침에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1998년 LG반도체를 인수하면서 세계 최대의 D램 메이커로 급부상한 현대전자(현 하이닉스반도체)는 해외매각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하이닉스는 작년 말부터 시작된 가파른 D램가격 상승에 힘입어 하이닉스는 1년만에 1·4분기 흑자를 달성했지만 외부지원 없이 생존하기란 불가능하다. 세계 최고의 D램 업체인 삼성전자는 올해 창사 이래 최대실적을 예상하고 있지만 분위기는 차분하고 조용하다. 과거 초호황을 누리다가 느닷없이 닥친 극심한 불황의 경기사이클을 수차례 겪었기 때문이다. 당분간의 호황보다는 또 다시 닥쳐 올 불황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한국의 반도체 산업은 지난 20여년간 이러한 과정을 반복하면서 버텨왔다. D램으로 20여년을 달려와 세계 선두로 도약했지만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여전하다.

최근 정부의 하이닉스의 해외매각 처리를 두고 반도체 업계 종사자들은 아쉬움을 넘어 분노를 토해내고 있다. 반도체 업계의 원로인 김광호 고려대 석좌교수는 얼마 전 심포지엄에서 “하이닉스 국외 매각은 D램산업에 무지한 경제권과 전시행정에만 몰두하는 정치권의 합작품”이라고 비판했다. 외국 시장조사기관에 근무하는 한 애널리스트도 최근 ‘시일야방성대곡’이라는 제목으로 하이닉스의 D램 매각을 매국행위로 간주해 맹비난했다.

이들의 주장은 하이닉스 문제를 정치와 금융의 논리로 해결하지 말고 산업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1998년 LG반도체가 현대전자(현 하이닉스)에 흡수·합병된 것이 정치논리에 의한 것이었고, 하이닉스의 이번 해외매각 문제 역시 금융논리만 적용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대로 산업적인 논리만 적용했다면 하이닉스가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는가는 곰곰이 따져봐야 할 문제다. 하이닉스 문제는 일개 D램 업체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반도체 산업의 구조적인 문제가 일시에 겹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 반도체 산업이 D램을 포기하는 것은 곧 반도체 업종에서 퇴출되는 것을 의미할 만큼 메모리 편중이 심각한 상황이다. 하이닉스가 비틀거리자 일부 장비·재료 업체들은 위기에 몰리고 있다. 삼성전자가 불황기에 오히려 2위권 D램 업체들과 격차를 벌리면서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이 같은 분위기를 언제까지 지속할 지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반도체 선진국인 미국과 일본의 반도체산업 발전방식은 우리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메모리 반도체로 출발한 미국과 일본은 10년의 간격을 두고 메모리 사업을 잇따라 포기했지만 비메모리 반도체를 통해 시장지배력을 더욱 공고히 했다. 미국과 일본이 버린 사업을 한국이 이어받아 지속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은 지난 20여년간 반도체 기술을 축적해 왔지만 메모리 반도체 이외에는 아직 확실한 그 무엇을 준비하지 못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진단이다. 이제 한국의 반도체 산업은 또 다시 닥쳐올지 모르는 구조조정의 소용돌이를 헤쳐나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눈앞의 이익만을 쫓을 것이 아니라 미래에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활약할 수 있는 씨앗을 만들어야 하는 시기이다.

세계 반도체 업체들은 ‘제3의 전쟁’에 대비하고 있다. 이들은 하나의 칩에 시스템이 통합된 SoC 사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 반도체 산업은 D램의 집착에서 벗어나 SoC 전쟁에서 전과를 거둬야만 세계 시장에서 존립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다행스러운 점은 한국이 D램 위주로 20여년간 축적한 우수한 반도체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이를 SoC로 발전시킬 수 있는 충분한 가능성과 저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제 SoC 사업은 국내 반도체 산업에게는 생존을 위한 핵심 과제로 다가서고 있다.

출처 : http://www.dt.co.kr/content/200204170201015155500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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