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옴] 돈 떼먹는 교수님이 문제라구요?

글쓴이
한겨레토론방
등록일
2002-02-23 22:05
조회
9,21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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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토론방의 글을 읽으면서 저의 현실에 대해 좀더 직시하게되는군요.
저는 학부를 졸업하고 석사과정을 거쳐 현재 서울대 박사과정에 재학중입니다.
현재 전문연구요원이긴 하지만 국방부의 시계는 가지 않는 박사과정이지요.
그 동안 대학원을 다니면서 많이 답답했는데 여기에 올라온 글들을 보면서 그 답답함의 실체가 무엇인지 조금 확실해집니다.
제가 남의 글을 읽기만 하다 이렇게 글을 쓰기로 맘먹은 것은 나름대로 3년동안 연구실 생활을 하면서 느낀바를 적어보고자 함입니다.
전 아직 학교를 떠나 연구소 생활을 한 적이 없기 때문에 다른 연구소는 모르겠고, 아래 글들 중에 연구비를 떼먹는 교수들에 대한 얘기가 있어 제 생각을 말하고자 합니다.

제가 몸 담고 있는 연구실에서는 돈 관리를 학생이 직접합니다.
앞에서 여러분이 학생들의 연구비를 교수님께서 많이 착복하신다고 하셨는데 저희 연구실에서는 이런 일은 없습니다. 저희들이 연구비를 직접관리하기 때문이죠. 물론 쓰는 돈에 대해서는 교수님의 도장이 필요합니다.
그러면 저희 연구실의 연구원들이 경제적 어려움없이 연구를 하고 있을까요?
아닙니다. 물론 연구비를 착복하는 교수님 밑에 있는 연구실보다는 나은 편이지만 기본적이 생활비조차 보장하기 힘듭니다.
저희 연구실의 돈의 흐름은 대충이렇습니다.
프로젝트의 연구비중 실제 프로젝트 수행에서 쓰고 남은 돈과 인건비를 하나의 통장에 모아놓습니다.
이렇게 모아진 돈을 가지고 연구실을 운영합니다.
연구실 운영비에는 학생들의 학비 보조와 연구비로 계상할 수 없는 비용들이 포함됩니다. 그리고 나서 이러한 금액들을 제외하고 남은 금액을 가지고 학생들에게 인건비를 분배합니다.
이렇게 계산하고 나면 학생들에게 돌아가는 돈은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석사과정 : 수업료보조 + 월 20만원 정도
박사과정 : 등록금(수업료+기성회비) 전액지급 + 월 40만원 정도
박사수료 : 월 60만원 정도

이렇게 계산하면 저는 박사과정으로 년 1000만원정도 받는 셈이지요.
(연구실에서 가장 많은 돈을 받습니다.)
그래도 지금은 저희 연구실은 프로젝트도 많은 편입니다. 예전에 프로젝트가 적었을 때는 박사수료하기 전까지 월급은 받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
지방출신으로 집안에서 경제적인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저로써는 힘겹습니다.
그래서 과외도 하구 있습니다. 지금도 얹혀살고 있는 입장이구요.

얘기를 하다보니 딴길로 가고 있는것 같습니다.
제 생각에 저희 연구실은 여건이 좋은 편이라 생각이 됩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저희 연구실에서도 연구하기가 힘이들다는 겁니다.
그건 아마도 교수님 개인문제 보다는 제도적인 문제가 더 많다고 생각이 됩니다.
위에서 말한대로 저희 연구실의 돈은 저희가 직접 관리합니다.
그러다 보니 연구외에 연구비 처리하는 일에 더 많은 시간을 뺏기기도 합니다.
어떤 날은 학교에 연구하러 갔다가 하루 종일 영수증 처리하고 오는 날도 있습니다.
연구비를 처리하다보면 어찌 그리 안 되는 것은 많은지...
사실 여러개의 연구를 수행하다 보면 겹치는 부분도 많이 있기 때문에 프로젝트 계획할 때 연구비보다 실제 쓰는 돈은 적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관리기관에선 연구비를 맞추라고 합니다. 그러니 가짜 영수증을 만들수 밖에 없지요. 더군다나 앞으로는 카드와 세금계산서만을 인정해주겠다고 하니 더더욱 힘들어 질것 같습니다. 전에 연구비 감사를 받은 적이 한번 있는데 감사하시는 분이 그러시더라구요. 가짜 영수증같은 것은 서로가 아는 것이지만 너무 심하게만 하지 말라구요. 그럼 감사를 왜 합니까? 학생들만 힘들게...
차라리 연구원 인건비나 올려주면 돈도 제데로 쓸 수 있을텐데...
사실 이렇게 카드와 세금계산서만을 요구하다보니 쓸데 없이 쓰는 돈도 많습니다. 그런 돈을 모아서 좋은 실험장비 사면 연구에 훨씬 더 좋을텐데...
그리고 제가 참 어이없는 것을 인건비가 상당히 작다는 것입니다.
국가에서 주관하는 연구는 더욱 그렇습니다.
국책과제의 경우 월급여가 박사과정이 대략 80만원, 석사과정이 70만원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연구비는 참여율만큼 받습니다. 그러니 이만큼 받을 수도 없죠.
기껏해야 한달에 20~30만원 받으라는 얘깁니다.
우리가 이토록 싸구려 일을 한다는 것입니까?
또, 열받는 것이 있습니다.
도데체 과사 직원들은 뭐하는 것입니까?
학교에 있다보면 행정업무 처리하는 것이 대부분 과사에서 할 일을 대학원생들한테 떠 넘기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다른 일 신경 안쓰고 연구할 수 있는 그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글을 쓰다보니 정리가 잘 되지 않았군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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