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과연 100% 잘 해 왔는가.

글쓴이
배성원
등록일
2002-02-27 11:44
조회
8,07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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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건
얼마전 아내와 처가로 가는 길이었다. 고속도로 운전중 내가 졸린다고 하자 아내가 평소에 묻지 않던 내 일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구체적으로 어떤일을 하는지 궁금하단다. 졸린다니까 말을 하게 하려고 그런 것일 게다. 평소 같으면 "관둬라. 입아프게... 마 참지" 햇을텐데. 생각을 고쳐먹었다. 당장 내 마누라가 모르는 일을 하는 내가 어떻게 이 사회에다 대고 정당한 처우를 외쳐댈 수 있나? 설명해 주었다. 순전히 내 생각이었겠지만 아내는 좀 감동 내지 이해가 되는 눈치였다. 나는 한마디 더 했다. "인제 밤에 늦게 오고 술한잔 걸치고 와도 왜 이해해 줘야 돼는지 알겠지!!"

여러분들은 주위에 많은 비 이공계 사람들을 알고, 만나고, 접촉하고 계실것이다. 이들에게 함 물어보라. 이공계 석, 박사 하면 뭐 하는 사람들인지 아십니까? 아니 너무 어렵고 추상적인 질문이다. 당장 여러분 자신이 무슨일을 하는 걸로 아는지 구체적으로 답해달라고 물어보라. 그에 대한 답이 현재 이 사회가 우리 이공계 인들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아니 거기에 맹목적이고 냉소적인 비아냥을 더 보태야 한다. 그 답을 해준 분들은 그래도 일면식이 있으니 좋은 말만 했을 테니까.

의사 변호사 검사들 무슨일 하는지 온 국민이 다 안다. 어렵고 힘든 일인지 어떻게 그 위치에 서게 돼는지 다 안다. 공학박사 어떻게 돼는지 울 할아버지는 모른다. 석사를 마치고 박사과정에 진학해서 QE라는 걸 하고 나중에 저널에 논문을 내고 학위논문을 집필해서 심사를 받고...어쩌고 저쩌고 해 봤자다. 울 할아버지만 그러랴? 옆집 아저씨, 쌀집 총각 다 마찬가지다. 울 할아버지는 고시공부한다고 떠들썩대고 의사 났다고 위세를 안해서 내가 그냥 공부를 좀 오래하고 그나마 밥은 굶지 않고 사는 걸로 알고 계신다. 내가 공부할 동안 뭔일이 있었어야지?

그런데 진짜로 '의사 변호사 검사들 무슨일 하는지 온 국민이 다 알'까? 구체적으로는 하나도 모른다. 단지 관념적으로 알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도 극상의 개념을 부여한다. 옆에서 본 것이 있고 들은 것이 있기 때문이다. 공학박사? 모두 울 할아버지 수준이라고 봐야한다. 아니. 거기다가 맹목적이고 냉소적인 무지를 보태라.

길가의휴지를 치우는 청소부도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 온 국민이 그 일이 어떤 것인지 구체적으로 뚜렷이 알고 있다. 청소후 구청에서 다들 모여 대포한잔 걸치러 가는지 바로집으로 가는지 그건 몰라도 된다. 국민들은 당장 청소부 인력이 5년후에 현재의 절반으로 줄어든다면 어떻게 반응할까? 10년을 키워야 제대로 됀 청소부가 나오는데 예년의 절반으로 줄어든다면? 그리고 당장 "나자신"은 시켜도 할 줄을 모른다면?

우리는 과연 그동안 잘 해 왔는가? 직장에서 제품을 개발하고 생산라인의 트러블을 제거해서 수율을 높이고 가동율을 높이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당신의 가족이, 친지가 인식해 주는가? 당장 사장도 인식을 안해주니, 거 참.

우리는 과연 그동안 우리를 알리기 위해 노력해 왔는가? 이공계인 각자가 맡은 일 하나하나가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스스로는 인식하고 있는가?
아니라면 거기서부터 문제를 풀어나가야 하리라. 이공계 인식의 문화적인 문제만이라도 하나하나 시작하자. 정부의 대국민 홍보에만 우리의 인식통로를 의지하지 말자.

여러분이 한 30분 잘 설명해 주는것이 국민 입장에서 그 분야 소개하는 과학책 하루종일 들여다 보고 이해할라고 골머리 잡는 것보다 백배 천배 더 낫다.

  • 이공계2 ()

      좋은 말씀입니다...

  • 소요유 ()

      맞습니다. 제가 그 계통 (대국민홍보!)일을 약간해봐서 잘 압니다. 전 이공계통의 대부분의 일이 50%이상 홍보하는 일 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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