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의 즐거움과 괴로움

글쓴이
남이현
등록일
2002-02-28 11:39
조회
7,80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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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1건
그냥 개인적인 경험과 직장에서 느낀점을 주절주절 써볼려구요...^^


저는 네트워크 회사에서 네트워크 장비를 개발하고 있는 연구원입니다.

학부를 졸업해서 학부특례로 근무하고 있는데 회사 사정상 연구소로 오게되었죠

( 잘된건지 잘못된건지...-_-a)

저희 회사는 인원수 100명은 넘고 1000명은 안되는 크다고 하기도 그렇고 작다고 하기도

그런 회사입니다. 회사를 먹여살리는 일은 주로 외산장비(시스코, 노텔, 루슨트 etc )

팔아 먹고 유지보수 해주는 걸로 하는 것 같고..연구소는 그냥 폼으로 있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입사 이후 3년 좀 넘은 기간 동안 작업했던 프로젝트가

최소 5~6개는 넘는데 제품화 해서 지금 팔리고 있는건 라우터 딸랑 1개 뿐이네여...-_-

그리고 제가 학부출신이고 회사 사정도 있고 해서 연구같은 건 꿈도 꾸지 못하고...

오직 개발만 하고 있죠....


제가 회사 생활하면서 느낀 어쩌면 저희회사 만의 문제일 수도 있는 문제를 그냥
주루룩 나열해 보겠습니다.

1. 개발은 있지만 연구는 없다.

입사한지 3년이 넘었지만...최신 네트워크 동향이나 최신 기술에 대해서 공부해 보거나
세미나 참석하거나 한 경험이 전무합니다. 한참 ADSL기술이 뜰 무렵...ADSL이 단지
전화선을 이용하는 서비스고 비대칭이라는 것 밖에 모르는 사람에게 DSLAM이라는
장비를 개발하라고 닥달당한 경험이나....IEEE802.1p와 q를 공부할 기회도 주지 않고..
메트로 이더넷 스위치를 개발하라고 프로젝트에 투입된 경우가 많았습니다..아니 거의 전부 그런 경우 뿐이었죠...그렇게 개발하다 보면..정말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해서 방향을 잡지 못하고 결국 나중에는 아주 기초적인 것조차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개발한답시고 시간만 보내고 있는 저를 발견하게 됩니다. 나름대로 엔지니어로서 소질도 있고 관심도 있고 노력도 많이 투자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늘 미흡하다고 느끼는 건 개발에 필요한 준비기간에 필요한 연구라던가 공부를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대기업이 아니고서는 대부분 마찬가지리라고 생각합니다. 가끔씩 그런 불만을 윗사람들한테 털어놓으면 돌아오는 말은 딱 한마디입니다. "우리만 그러냐..? 다른 회사는 더해 임마~" . 다수가 그렇게 한다고 그게 올바른 길이 아니라는 건 자명한데 뭐가 문제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시스템이 그런건지...우리 시스템은 똘똘한 이를 바보로 만드는 시스템인 반면 제가 아는 어느 미국 회사의 시스템은 바보를 똘똘한 시스템 속에서 똘똘하게 키워내는 시스템이었습니다...

2. 공정한 룰이 적용되지 않는다.

연구소라는 집단이 그나마 다른 집단에 비해 합리적으로 운영되는 편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제가 속한 기업연구소( 일반적이지는 않겠지만 ) 문제가 많습니다.
우선 연구원에 대한 대우가 너무 획일적입니다. 연구 업무의 특성상 개인의 능력이 탁월할 경우 3~4명의 일을 혼자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 벤쳐 기업 연구소의 인력구조를 보면 탁월한 리더 1~2명이 그외 10여명이상을 이끌고 있는 경우를 여러차례 목도해 왔는데....그런 경우에도 그 리더 1~2명이 나머지 10여명과 급여가 별반 차이 나지 않았습니다. 한마디로 공정하지 않다는 얘기죠...이렇게 되면 일이 재미있어서 일을 열심히 하다가도 열심히 해봐야 돌아오는게 없다는 것에 대해 좌절하게 됩니다.

3. 과정보다는 결과만 중요시한다.

이건 기업이기 때문에 당연할 수도 있겠지만...너무 결과만 중요시하기 때문에..
땜빵식으로 일을 처리한다거나 , 기술적으로 배울 것이 많고 난이도가 있지만 성공가능성이 낮은 제품은 가능하면 기피하려고 합니다. 왜냐하면 고생해서 배우는 것은 많겠지만 개발에 실패했을 때 그 책임을 고스란이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죠....개인적으로는 쉬운 프로젝트의 성공을 통해서 배우는 것 보다, 어려운 프로젝트, 성공하면 좋지만 실패하더라도 배우는 내용은 훨씬 더 많은 것 같은데...그리고 회사 차원에서도 매번 모든 프로젝트를 실패하면 안되겠지만 실패한 프로젝트를 통해 축적되는 기술도 무시할 수 없는데...그런 마인드를 가진 사장이 몇이나 될까...의심스럽습니다.

이상 주절 주절 적어보았습니다.
시간이 없어 대안은 없이 문제점만 늘어놓았는데...
언제 시간이 되면 제가 생각하는 해결방안을 또 올려보겠습니다.
저는 어차피 올해를 끝으로 엔지니어 생활을 끝낼 결심을 하고 있습니다만...
제 전공에 대해 누구보다 더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국산 제품이 외산 제품을 밀어내고 우리나라 네트워크 시장을 평정하는
날을 꼭 보고 싶네요~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sysop2 ()

      좋은 글 입니다..^^ 근데 회사의 오너가 이공계이어도 3번 같은 아쉬움은 적지 않을 수 있지 않습니까?..

  • 김진구 ()

      3번 문제 때문에 학교의 연구환경이 그만큼 중요한 것이겠죠? ^^;

  • 남이현 ()

      저희 회사 사장님은 공대출신입니다. 그래도 별반 다를건 없더군요..연구소 인력돌아가는 걸 보면 FIFO라는 것이 생각납니다.기술이 쌓일만 하면 나가고 또 쌓일만 하면 나가고..악순

  • 남이현 ()

      환이죠...정말 실력있는 엔지니어가 클 수 없는 풍토입니다. 업계관행도 그렇고 사장 마인드도 "머리수만 채우면 잘하는 놈이건 못하는 놈이건 똑같애" 라고 자족하고 있는 듯이 보여요

  • 흠냐.. ()

      사장이 공도리라도 똑같을것입니다. 공도리라고 다른게 아니라 마인드에 있다고 보니깐요.

  • 흠냐.. ()

      저도 진정한 연구(?)와 진정한 개발(?)을 하기 위해 이곳저곳 회사도 몇번 옮기기도 하고, 사업도 해보았습니다만..

  • 흠냐.. ()

      지금 느끼는 점은.. 우리 나라에서는 마치 다람쥐 챗바퀴 도는 것과 같네요.

  • 흠냐.. ()

      그기다가 전 이른바 세상 사람들이 삼 ? 사류 취급하는 지방국립대를 나와서..

  • 흠냐.. ()

      진급시에도 별다른 혜특을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 흠냐.. ()

      어릴적 꿈때문에 어릴때부터 25년간 미쳐왔던 이 분야가 이젠 싫어지네요.

  • 흠냐.. ()

      그래도.. 우리나라에서 살고싶기에.. 학벌에 관계없이 엔지니어들이 대우받을 수 있는 나라가 되길바랍니다. 전 한참 더 꿋꿋이 고생해야겠죠. 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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