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이공계 대학원문제가 심각한 지경...

글쓴이
박상욱
등록일
2002-08-15 01:37
조회
10,65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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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이공계 대학원 지원자가 날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습니다. 병역(전문연구요원)혜택에 장학금, 일부 대학이지만 BK21 보조금등 백약이 무효합니다. 지방대부터 실험실 공동화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대학원생들이 우리나라 R&D에 기여하는 바는 무시못할 정도로 큽니다. 제대로 된 기업체 연구소가 몇 개 없기때문에 우리나라의 연구개발 체계는 정부출연연구소, 대학 등의 역할이 대단히 큽니다. 특히 국가주도형 연구개발이기때문에 '국책과제'등 정부예산(과기부, 산자부, 교육인적자원부, 정통부, 과학재단, 학술진흥재단등)으로 진행되는 연구과제가 많고 그러한 과제엔 거의 반드시 '학' 부분의 참여가 있습니다. 즉 우리나라 연구개발체계는 기본적으로 '산학연 협동모델' 입니다.

공대 대학원 생활을 해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자연과학쪽도 마찬가지입니다) '프로젝트' 라는 것이 연구의 중심이자, (어떤 경우엔)전부입니다. 프로젝트라는 건 외부 연구비로 연구를 수행하는 걸 통칭하는 것이죠. 이렇게 길러진 대학원 석박사 졸업생들은 관련 기관에 취업하게 되므로 대학원은 기업이 필요한 인재를 길러내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국내 대학원의 경우 해외 취업이나 교수 임용이 유학파에 비해 적은 것이 사실이므로, 국내 대학원생들은 재학중엔 산학연 협동연구를 통해 '실질적으로' 기업과 국가 연구개발에 참여하며, 졸업후엔 관련 정부출연연구소나 기업에서 일하며 관련 연구를 지속해가는 것입니다.

그런데, 최근 일부 대기업들의 행태를 보면, 외국 유학생들을 스카우트해 오는 데에 혈안이 되어 있고, 국내 대학원 졸업생들은 찬밥신세입니다. 정부출연연구소에 취업하려 해도 계약직밖에 자리가 없고, 일부 대기업에서는 필요도 없는 외국 포닥을 필수코스라고 요구하기도 합니다. 물론 기업의 입장에서야 '외국 물' 먹은 인재가 더 매력적일 수 있습니다. 그런 식으로 외국 기술을 어물쩡 '입수'하는 건 우리나라 기업의 오래 된 수완입니다.

그러나 정작 실질적으로 국가 연구개발활동에 기여하고 있는 대학원생들은 외국 대학원생에 비해 형편없는 처우를 감내하고 있으며, 자기 돈 들여가며 일해주고 결국 취업시엔 팽당하는 기가 막힌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들어서들 아시겠지만, 미국에서 유학하고 있는 대학원생의 경우 등록금을 연구실에서 내 줄 뿐 아니라 '생활하는 데 부족하지 않은 정도'의 장학금을 지급받고 있습니다. 물론 그건 미국의 얘깁니다. 돈 많은 나라이지요. 하지만 그 나라는 철저한 시장원리의 나라이기도 합니다. 대학원생의 연구개발활동이 어느 정도의 가치가 있는지 제대로 산출한 결과라고 생각됩니다.

국내 대학원생들은 한학기 150~400만원등록금 부담은 물론, 책값이나 출장비등 연구비용의 일부도 부담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운 좋은 일부(정말 극히 일부입니다) 대학의 대학원생들의 경우 BK21 사업에 의해 월 40(석사과정)~60만원(박사과정)정도의 보조금을 받지만, 등록금이 지원되지 않기때문에 실질적 생활보조금이라고 보긴 힘들고, BK21 마저도 없는 경우 연구실 사정과 교수님의 이해에 따라 월 15~30만원정도의 용돈을 받으면 매우 운 좋은 경우입니다.

앞서서 '프로젝트' 이야기를 잠시 했는데 원래 이 프로젝트에는 인건비 조항이 있습니다. 대학원생들은 석사과정은 기술기능직으로, 박사과정은 원급으로 취급되어 인건비 표준액이 정해져 있으며(지원기관에 따라 조금씩 다릅니다) 과제 참여도(예를 들어 20% 라고 한다면 이 원생의 일하는 시간중 20%를 그 과제에 투자한다는 얘기임)를 계상해서 월급여를 정합니다. 이 인건비가 직장인의 월급에 비한다면 매우 작은 액수이지만, 이거라도 제대로 받았으면 하는 원생들이 많이 있을 것입니다. 다행히 최근들어 교수들의 인식도 많이 개선되어, 인건비를 제대로 지급하고 규정대로 보조금을 지급하는 연구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인건비를 한푼도 받지 못한다'던가 '착복당하는 거 같다'는 제보를 많이 접할 수 있습니다.

원생들의 '숫자로만 존재하는 인건비'는 과거 연구비가 부족했던 시절, 특히 실험실 살림에 드는 잡비용의 연구비 처리가 곤란하거나 연구비를 따내지 못한 과제의 연구를 추진하는 경우에 학생들 인건비를 유용했던 구습입니다. 예를 들어, 같은 연구실의 원생이더라도 A는 참여과제가 많고, B는 참여과제가 없는 경우 A들의 인건비를 A+B 들의 머릿수만큼 n분의 1하던 '십시일반'의 관례가 있었습니다. 무조건 욕하기엔 아햏햏한 그런 어려운 시절이 있었고, 그 타성에 젖은 일부 연구책임자들이 있기때문에, 싸잡아 비난하기보다는 합리적 방향으로 유도,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결론을 쓰겠습니다. 국내 대학원생들의 'WORKS'(not studying for themselves)에 대한 정당한 평가가 이루어져야 하고, 그 시작은

1. 인건비 제대로 찾아주기
2. BK21 수준의 지원금을 전국의 모든 이공계 대학원으로 확대하기
3. 학비 면제
4. 의료보험, 국민연금등을 '직장 가입자' 수준으로 제공(국민연금같은 경우 일찍 시작하는게 얼마나 유리한지 잘 아실겁니다)
5. '재학증명서'의 신분보장을 '재직증명서' 수준으로 격상시켜주기.(대학원생이라고 하면 경제생활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 잘 아실겁니다.)
6. 도제적 대학원 문화 개선하기
7. 취업에 있어서 해외 유학파와 차별하지 않기
8. 전문연구요원 복무기간 단축, 박사과정 코스웍기간 포함시키기.(현재는 수료를 해야 비로소 국방부 시계가 돌기 시작하죠.)

로 제안합니다. 주장합니다 라고 해야할까요?
여러분 보시기에 엄청나게 비현실적입니까?

대학원이 활성화되면, 학생도 좋고 교수도 좋고 대학도 좋고 기업도 좋습니다. 대학원이 좋아지면 학부생들이 대학원에 많이 갑니다. 국내 대학원 졸업생이 '잘되면' 인재 해외 유출 방지에도 효과가 있습니다. 옆집의 꾸지리하고 피곤과 생활고에 지친 대학원 형만 보다가 자신감있고 의욕적인 대학원 형을 보게되면 옆집 꼬마는 이공계를 동경하게 될겁니다. 이공게 기피현상 극복에도 당연히 도움이 됩니다.

여기에 대해 여러분의 많은 토론 기다리겠습니다.
 

  • 김재홍 ()

      박상욱님에게 한표를.

  • 쉼업 ()

      대학에서 받은 프로젝트비를 어떠한 유통경로에 의하여 학교나 교수에게 지급이 되는지를 파악하여 학생들에게 지급될 수 있는 길이 있는지를 모색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프로젝트비용에서 등록금 및 인건비를 지급해야 하니까요.

  • 소요유 ()

      동감입니다. 뭔가 행동에 나서야 할 때입니다. 참고로 대학교수가 수주하는 정부발주 연구프로젝트의 경우  연구참여자 일부 및 연구보조원 (대학원생)의 인건비를 따로 산정핳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 연구를 수행하는데 따른 제반 행정지원 및 해당대학의 연구참여자의 연구참여에 따른 시간 손실을 보전할 수 있도록 '간접비'를 계상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제도적으로는 이 두 부분에 대학원생에 대한 금전적 지원이 가능하게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 소요유 ()

      그런데 실제 대학원에서 일어나는 일은 대학당국과 지도교수가 학위과정에 있다는 것을 빌미로 대부분 자기돈을 내고 들어온 대학원 생에게  행정잡일부터 연구까지 정당한 금전적 보상없이 일을 시키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예를 들면 연구비를 수주할 때 벌써 이런 것을 고려하여  인건비의 50%에 해당하는 '간접비'를 행정지원이라는 명목으로 대학당국이 가져가게 되어 있습니다. 이 돈이 어디에 쓰이는 지를 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이 돈은 연구책임자의 동의 없이 대학당국이 '맘대로 유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대학 행정직의 인건비의 일부로 전용될 수도 있을 겁니다.

  • 소요유 ()

      대학원생은 생활비와 학비를 벌려고 중고생 과외를 해야하는 이렇게 왜곡된 구조 속에서 제대로된 교육이 이루어질 수도 없는 것은 자명합니다.  따라서 학비는 물론 생활비를 받으면서 좋은 환경속에서 공부하는 외국 유학생에 비하여 좋은 교육을 받을 기회를 잃을 뿐만아니라  학위 후에  좋은 여건에서 교육받은 외국 학위자들에게 밀리는 상황에서는 국내 대학원이 황폐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제 결론은 명확합니다. 국내 대학원이 정상적인 상태로 변화되지 않고는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미래는 없습니다.  외국 학위자는 진정한 우리의 실력이 아니라 결국 외국의 실력의 겉모습일 따름입니다. 

  • ㅁㅁㅁ ()

      머릿수 만큼 인건비를 나누는 것은 회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저희 회사 같은 경우는 아직 개인 차등 인센티브 같은 것이 없어서 잘은 모르겠지만 (사업부 별로만 인센티브의 차이가 존재) 개인 차등 같은 경우에는 정말 기준을 어떻게 잡아서 하는 것인지 의문이더군요. 솔직히 일하는 게 저희가 전부 보험 판매하는 것도 아닌데 실적이라고 말할 부분이 굉장히 애매하지 않은가요?

  • ㅁㅁㅁ ()

      회사의 문제점 중 하나가 잘하든 못하든 '안 짤릴' 만큼만 일해도 된다는 겁니다. 일 잘하면 일만 더 줘요. -_- 못 하는 사람은 일을 덜 하구요. -_-; 돈은 같이 받죠. -_-;;;;;;;;;

  • 박병훈 ()

      그래도 우리학교 대학원이 좀 낫긴 낫군요.. 교수에 따라 생활비 일부까지 보조 해주니까요.. 그만큼 프로젝트를 많이 시키긴 하지만요.. 일 잘하면 일만 늘어난다. 동감입니다. 요즘 저도 안 짤릴 만큼만 일하고 있죠.. 얍삽하지만..

  • 원생 탈퇴 ()

      본인이 때려친 대학원에서도 박사 과정 형님들이 생계를 위해서 인근 대학에 시간강사로 출강하더군요. 군필자들이 많았는데 서른이 넘어서 생계가 해결이 안되니 어쩔 수 없는 듯하더라구요. 연구실에서 나오는 돈은 한푼도 없고....거참...그러며서 교수는 그런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니.....참...

  • 쉼업 ()

      대학원도 준직장개념이 확실이 들어서야 할 겁니다. 학생들 일 시켜먹을려면 교수님들 학생들에게 돈을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이제는 그럴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안그러면 학생 못 받을 테니까요. 나 돈있어 내 밑에서 같이 일하자 이렇게 나와야죠.

  • 백길현 ()

      좋은 아이디어입니다. 결과가 주목되네요.

  • ME ()

      정말 좋은 의견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반드시 현실화 시켜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 김용국 ()

      전국 대학원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는 건 어떨까요? 현재 받고 있는 Pay, 근무시간, 학업에 투자하는 시간, 작업(?)에 투자하는 시간, 교수가 시키는 학교 외 관련 잔업시간 등등...일단 뭔가 하려면 데이타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 아.. ()

      이전에 대학원있을때.. 프로젝트 인건비를 제대로 계상한다면 연봉 5000이 훌쩍 넘을텐데란 생각을 무지 많이 했습니다. 무언가 후학들을 위해 힘을 써야할때인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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