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생각] "우리나라 연구원의 정년은?"

글쓴이
최성우
등록일
2002-08-16 15:28
조회
7,31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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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건

아래 글 역시 작년 말에 한겨레신문 과학칼럼(21세기를 여는 열쇠)에 제가 썼던 글인데,
상당수 이공계 인력들의 '직장'과도 큰 관련이 있는 문제여서 이 게시판에 올려 봅니다.
(금년 초에 한겨레신문 인터넷 게시판에서 이공계 기피 관련 논쟁이 처음 불 붙기 시작했을
때에, 담당기자가 토론기상도인가에 정리한 내용에도 이 글이 인용되어 있더군요...)
이 글은 제가 최근에 낸 책 '상상은 미래를 부른다'(사이언스북스)에도 과학기술행정과
정책을 논한 다른 글들과 함께 실려 있습니다. (4부 과학은 어디로 가는가? - '과학행정을
위한 제언' 中에서)

다른 분들의 글에서도 '나이 든 이공계 연구원의 생산성' 등에 대한 토론이 있었는데...
제가 아래 글에서 40대 이후의 연령대에서는 민간연구소의 현업 연구원들이 '승진이나
연봉에서 불이익을 받는다.'라고 했는데, 좀 더 솔직히 얘기한다면 '대부분 짤린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지요.

연봉이나 직급체계의 문제, 또는 나이가 어린 사람을 상사나 관리자로 두기 힘든 우리나라의
직장 문화 등, 이와 관련된 여러가지 논의가 있을 수 있겠습니다만....
무엇보다도 충분히 더 연구개발에 정진할 수 있는 '의사와 능력'이 있는 민간연구원들조차
무조건 나이 때문에 R&D 현장을 떠나야만 한다면 이는 분명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큰 손실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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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21세기를여는열쇠] 선진국 ‘백발 연구원’ 부럽다
뉴스제공시각 : 2001/12/26 18:46
출처 : 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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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백발 연구원’ 부럽다

미국·유럽 등 선진국의 연구소를 둘러본 사람들이 공통으로 하는 얘기가
하나 있다. 모든 연구소가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일하는 연구원의 평균
연령이 의외로 높아 놀라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백발이 성성한 프로그
래머들이 자주 눈에 띄는가 하면, 나이가 지긋한 `할아버지 연구원'들이 현
역에서 연구개발에 종사하는 일이 전혀 어색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선진 외국의 경우가 무조건 좋다고만 말할 수는 없겠지만, 우리 현실은 이
에 비춰볼 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우리나라의 연구기관들, 특히 민간
기업 연구소에서 현업 연구원의 `정년'은 대부분 40대 초반을 넘기지 못한
다고 해도 그다지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 이후 연령대에서는 본인의 뜻이나 적성과는 무관하게 연구개발의 현장
에서 멀어지고 만다. 현업 연구원의 길을 고집하는 이들은 갈수록 승진급,
연봉 등에서 불이익을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최근에는 몇몇 기업에서 연
구개발 전문위원 제도 등을 마련해 이런 일들을 막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
하기도 하지만, 아직은 제대로 정착되지 못하고 있다.

물론 한참 젊은 나이의 연구원들이 나이 든 연구원에 비해 연구개발의 생
산성에서 더 나은 경우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오랜 경력을 쌓은 연구원의
많은 경험과 노하우가 꼭 필요할 뿐 아니라, 이들이 더 큰 기여를 할 수
있는 경우도 적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박사학위를 지닌 고급 연구원들은 이공계 대학 진학 이후 거의 10
년의 교육과정을 거쳐 대개 30대 초반에 학위를 받고 연구개발 현장에 들
어선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들이 연구개발로 기여할 수 있는 기간이 그
토록 짧다는 것은 국가 전체로 볼 때도 손실이 아닐 수 없다.

꼭 연구원 출신은 모두가 평생 연구개발에만 매달려야 하는 건 결코 아니
다. 다른 분야에서 더 큰 기여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수많은 유능한 연구
원을 연구개발의 현장에서 갈수록 멀어지게 만드는 우리나라의 짧은 `연구
정년'의 현실에 대해 이젠 좀 더 심층적인 논의와 대책이 필요하다.


최성우/과학평론가 hermes21@nownuri.net)




  • 쉼업 ()

      우리나라 산업규모에 비하여 배출되는 공과계 인력이 다소 많은 점도 한 몫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김용국 ()

      성우님께서 하신 말씀이 정말 중요한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언젠가는 이 부분에 대해 집중적으로 이야기 해야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는데요. 기업이 무슨이유로 중견 연구개발 인력을 관리직으로 전환을 시켜버리는 것인지, 얼마나 많은 국내 기업과 민간연구소가 연령 50대 이후의 연구원을 보유하고 있는지 그들의 현실은 어떤지등을 알아보는게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김용국 ()

      쉼업님 말씀처럼 현재 수요보다 공급이 많은 까닭에 기업들이 싼값의 새로운 인력을 구하기 쉬워 '물갈이' 차원에서 그런 것인지. 우리나라의 특징인 이런 부분에 대해 연구가 된 경우는 어디 없는지 궁금하군요

  • 구혁채 ()

      분야에 따라 다르겠지만, 우리나라 이공계 인력이 많은 건 아닙니다. 비근한 예로 노동인구 1000명당 연구원 수는 선진국은 물론 경쟁국(정확히 떠오르지 않지만요)에 비해서도 적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문제는 어느 분께서도 말씀하셨듯이 우리나라 산업구조가 이공계 인력을 감당하지 못하는  - 달리 말해서 이공계 인력이 굳이 필요가 없는 - 그런 구조이기 때문에 겉보기에는 이공계 인력공급이 많아 취직도 못하는 사람이 많은 것처럼 보이지만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상당히 적은 수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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