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어느 IT 개발자) 피박쓰게 생겼습니다.

글쓴이
정훈
등록일
2002-03-02 00:52
조회
7,782회
추천
1건
댓글
0건
제 경험에 비추어볼 때 전형적인 갑/을 관계에서 비롯된 문제같습니다.

기획자겸 디자이너라는 분의 무능함을 지적하신것 같은데요, 정말 그럴 수도 있지만 당장의 돈 몇백때문에 눈이 멀어서 일부러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다고 말해버렸을 수도 있다고 생각됩니다.
결과적으로는 개발 당사자가 피박을 쓰게됐다는 현실을 피할 수는 없지만, 시작부터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현실적인 부당함이나 불합리성을 짚고 넘어가지 못하고 그러한 지경까지 흘러왔다는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입니다.
일을 따오는 사람(영업이든 기획이든간에) 입장에서는 계약이 성사되면 모든 것이 완료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통념입니다. 계약이 진행되는 초기 과정에서 실무 개발자가 '이러이러하기 때문에 기간내에 그러한 개발을 하는 것은 무리입니다'라고 말해버리면, 대부분의 윗대가리들은 '너보다 실력있는 개발자 뽑아쓰면 되지'라고 받아치기 일쑤입니다.

개발자는 코딩 실력이나 생산 기술만 갖춘다고해서 실력있는 개발자는 아니라고 봅니다. 남들이 어려워하는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고 적절한 대안을 제시해야 하며, "갑"이 원하는 것이 불합리한 경우에는 합리적으로 해결해줄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하며, 한마디를 들으면 처음부터 끝까지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어야 합니다. 제가 이렇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현실에 비추어볼 때 우리나라 개발자는 이러한 수퍼맨적인 능력을 갖추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것 같습니다.

저또한 원문을 올리신 분과 같은 경험을 여러차례 당해봤습니다. 그러나 개발자가 아무리 발버둥을 쳐봐도 윗선에서 일어나는 정치 상황(?)은 돈이나 정치적으로밖에 풀리지 않는 경우도 종종 보았습니다.

제생각에는, 일단 자기가 할 수 있는만큼만 최선을 다하고, 불가능한 것은 어쩔 수 없는것같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런 상황에서도 옳고 그름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어야 하며 자신의 실력을 믿고 자존심을 지키며 더좋은 기회가 왔을 때 자신의 가치를 드러낼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끝.

목록
이전
[re] 개발의 정의와 진행의 차이
다음
출연연에서


취업/직장/스타트업

게시판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등록일 조회 추천
232 답변글 [re] [긴급제안] 혹시 직장에서 연구/개발 인력으로? 최경환 03-23 6863 0
231 다시 조금 크게 정리를 해드리겠습니다. [병특관련] 댓글 9 김덕양 03-23 6613 0
230 [정리] 이때까지 느낀 점 댓글 10 김진일 03-22 6918 1
229 답변글 부적절한 느낀점 댓글 1 긍정이 03-22 6070 1
228 답변글 [답변]입니다. 댓글 1 김진일 03-23 5653 0
227 답변글 제 의견입니다. 긍정이 03-24 6245 1
226 [공지] 서울,수도권 전문연 여러분들 필독 바랍니다. 긍정이 03-22 6915 0
225 답변글 [re] 공돌 03-26 6433 1
224 왜 전문연구요원을 5년으로 했을까?? 갑자기 생각난 단상 댓글 5 이해원 03-21 6070 0
223 개인의견-대체복무제를 모두 폐지하라 댓글 6 이해원 03-21 6372 0
222 의사들 댓글 2 이공계 03-21 6189 1
221 병특과 유학의 상관관계라........ 댓글 1 포닥 03-21 6887 0
220 답변글 동의합니다. 김덕양 03-21 6034 1
219 전문연구요원 기간 단축에 대한 아이디어 하나... 댓글 5 정진하 03-21 6134 0
218 기고] 兵役특례자 벤처일꾼으로 ...... 田夏鎭 정승주 03-21 6189 0
217 애초에 병역특례 기간 문제를 꺼낸 교수님에게 여쭈어 봅시다. 댓글 4 이공계2 03-21 7142 0
216 답변글 제 생각입니다. 댓글 3 김덕양 03-21 6374 0
215 답변글 [re] 제 생각입니다. 댓글 8 Yong S Kim 03-21 6509 0
214 답변글 [re] 제 생각입니다. 댓글 1 소요유 03-21 6419 0
213 물의(?)를 일으킨 점을 우선 사과드립니다. 댓글 13 이해원 03-20 7514 0


랜덤글로 점프
과학기술인이 한국의 미래를 만듭니다.
© 2002 - 2015 scieng.net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