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기업이 과연 능사인가..?

글쓴이
직장인
등록일
2002-08-17 18:41
조회
8,74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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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건

 안녕하세요?..
 언젠가 여기에 꼭 한번 써보고 싶었던 것이고 오늘 시간이 나서 이렇게 자판을 두드립니다..
 얼마전에 여기에 신문 기사를 퍼온 글이 있던데요..외국계 기업 R&D센터의 성공 어쩌구 저쩌구하는
 그 글을 보고 역시나 언론인들 문제가 많다고 생각이 들더군요..

 저는 두 가지 관점에서 논의를 해 보고자 합니다..
 첫째는 제목그래도 외국계 기업이 최선의 길인지(물론 안 그런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딴지걸자면
 한도 끝도 없을테니깐요..아무튼)
 두번째는 과연 우리나라 언론인들이 정말 도덕적이고 진실을 액면그대로 보도를 하는지에 관한 것입니다

 참고로 저는 현재 외국계 기업 R&D 센터의 성공 어쩌구 저쩌구 기사에 크게 등장하는 LG-산전에  다녔던 사람입니다.
 먼저 LG산전의 엘리베이터 사업부가 매각된 히스토리를 간단하게 짚고 넘어 가겠습니다. 1997년 10월 경쯤에 본격적인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그때는 한참 빅딜이라는 것 자체가 사회적인 관심사였고, LG와 현대간의 반도체 빅딜이 아주 큰 이슈였습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다른 여러곳에서 빅딜이 추진되고 있었는데요, 그 중의 하나가 엘리베이터 사업에 관련된 것이였습니다..당시 LG산전의 엘리베이터는 국내 시장은 물론이거니와 동남아 시장을 석권하고 있었고, 그로 인하여 세계 1위라는 오티스와 당시 2위 였던 쉰들러, 미쯔비시등은 국내와 동남아에서 맥을 못추고 있었죠. 당시 오티스는 동양 엘리베이터 지분을 사들였고, 쉰들러는 현대와 접촉하기 위해 회장이 직접 10억달러를 국내에 들고 들어왔다고 신문에선 이야기를 했습니다..

결국 오티스가 제 기억으로 6-팔억달러로 LG산전의 엘리베이터 사업부를 사들였고, 국내의 엘리베이터 판도는 일약 외국계가 주도를 하게되었습니다. 당시 오티스는 영업망과 향후 통일이 되었을 경우 북한 특수를 보고 들어왔기때문에 R&D에는 관심조차 없었습니다. 결국 당시 안양 연구소의 연구원들과 지금은 없어진 인천 공장의 연구원들, 또 창원 공장의 연구원들이 썰물 빠지듯 빠져나갔습니다.
200명이 훨씬 넘던 인원이 불과 80여명 선으로 줄어 들었고, 지금도 계속 인원이 빠져 나가고 있다더군요.

오티스가 투자한 6-팔억달러의 절반이던가 아무튼 LG산전의 엘리베이터 사업부(이후 LG-OTIS)에서 벌어서 갚아야 하는 돈이라고 하더군요. 이게 무슨 외자 유치입니까? 오티스는 거의 돈 들이지 않고 소위 황금알을 낳는 산업계의 알짜 기업을 합병한 거죠. 종업원들만 죽어 나는 거죠. 그 돈 갚기 위해서..당시 창원 기계 공단에는 엄청난 수의 외국계 기업이 들어오고 있었고( 잘아시는 볼보 코리아를 비롯하여, 델파이 디젤 등등), 그땐 무슨 외국계 회사만이 우리의 살길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죠. 그러나 공식적으로 IMF가 끝나고 난뒤에 이건 아니다라고 느꼈죠. 삼성의 지게차를 인수한 다국적 기업 같은 경우는 본국에서 거의 쓰러져 가는 기업이 였는데, 한국에서 거의 공짜로 주겠다고 해서 본국의 공장을 폐쇄하고 창원으로 공장을 이주했다는 소문이 파다합니다.

우리가 관심있어하는 R&D에 관련되어서는 어디까지가 사실일까요?..물어보니 100억 정도의 예산을 타오는 것은 맞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인원이 그정도에 100억정도면 결코 많은 돈이 아니며, 오티스 같은 경우 제가 있을때 별 다른 기술력도 없고 오히려 한국의 엔지니어보다 기술력이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기술료라는 것을 꼬박꼬박 받아가더군요. 그리고 권상기를 독일에 매년 천만불어치를 수출한다구요? 알아보니 올봄인가? 4댄가 선적하고 나머지 물량은 중국에서 만든다고 하더군요, 즉 중국에 있는 오티스 브랜치에 물량을 빼앗겼다고 보심 되겠습니다. 여기서 한국의 언론인들이 얼마나 국민들을 기만하는지 볼수 있습니다..사실 회사 홍보부도 문제가 많죠.. 하긴 그놈들이 그놈들이니..

물론 아주 대우 좋고 training을 잘 시키는 국내에 있는 외국계 기업 연구소도 있겠죠..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라고 생각이 드는군요.. 특히나 IMF를 틈타 들어온 외국계기업같은 경우는 말이죠.
신문 기사에는 엄청 좋아진것 같은 뉘앙스던데요, LG시절의 나쁜점과 외국계의 나쁜점을 합쳐 놓은 회사라고 보심됩니다.
누군가 인력 구조가 어떤가에 대해서 궁금해 하셨는데요, 제가 있을때는 그나마 주임 연구원(대리급),연구원(일반 사원급)들이 꽤 있었는데, 지금은 거의 없다더군요. 부장, 차장이 엄청 많고, 과장이 좀 있고, 대리, 사원급은 거의 없다더군요. 능력있는 사람들, 특히나 실무를 하는 사람들 거의다 나갔다고 보시면 됩니다. 모팀에는 부장만 4명이라고 하더군요..참나 기도 안 차서..
이래가지고 무슨 연구 개발을 한다고 하는지..좀 씁쓸하더군요..

연구 예산도 소위 글로벌 프로젝트를 못따게 되면 그만큼 줄어들기때문에 그거 딸려고 정말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거기에 인건비가 다 포함이 되어 있기때문에, 프로젝트에 투입되지 않은 사람은 원칙적으로는 월급을 못받게 되어 있습니다..하지만 한국 정서상 그게 통합니까? 맞지도 않은 프로젝트에 이 사람 저 사람 투입해서 땜빵식으로 일을 하고 그랬습니다..참 불쌍하지 않습니까? 국내 기업에 속해 있을때는 그나마 나았지만 이건 앵벌이도 아니고...-.- 글로벌 프로젝트한다고 돈을 달러로 주는 것도 아니고, 페이 수준이 더 높아진것도 아니고..윗 경영진들이 벤처로 착각하는지 위에서 다 해먹고, 사원들은 배 곯고..그 꼴 보기 싫어서 저도 나왔습니다만..

지금도 별반 다를게 없다고 하더군요..특히나 R&D조직이 한번 무너지면 일어나기 힘들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나중에  기업을 하시거나 연구 소장 하실분들 참고 하세요..정말입니다..
아무튼 전 그 기사 읽으면서 쓴 웃음만 나오더군요..언론 play하며, 거기에 맞장구 치고 있는 사람들하며, 외국계기업이 좋다고 무조건 선호하는 그런 분위기(물론 요즘은 아닐수도 있겠습니다만), 주체성을 잃은 R&D..
두서 없이 주절주절 적어봤습니다..누가 옳고 그름을 따지자는 것이 아니라 좀더 정확한 정보를 여러분들과 나누고자 써 보았습니다.
  • 김기범 ()

      글 잘 봤습니다. 고맙습니다. 역시 우리나라 언론들의 국민 기만을 얼마나 지켜봐야 할지 난감하네요. 제발 좀 알고 기사좀 썼으면 좋겠습니다. 회사에서 나쁜 꼴 보느라 고생이 많으셨겠네요.

  • aaa ()

      보통의 언론은 고등학교 수준을 대상으로 글을 작성하는 것 아닌가요? 외국계 기업의 허와 실 정도는 이제 알 만한 사람들이 이미 다 파악했져. 왜 외국계 기업에서 국내 대기업으로의 유턴 현상이 발생하는지의 이유를 알고, 또 그렇게 돌아오는 국내 대기업의 환경이란 것이 과연 어떤 건지를 안다면 - 여기서 이공계의 비전이 어떤 것인가를 알게 된 사람들은 그냥 멍청히 서 있게 되는거죠. 그냥 막막해 지는 것이죠. 왜 회사 다니다가 공무원 시험을 본다거나 고시를 본다거나 수능을 본다거나 갑자기 그런 길로 빠지는 지 이유가 다 살펴보면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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