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글] 벤처기업에 대한 단상

글쓴이
최성우
등록일
2002-08-27 14:29
조회
6,61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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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건
예전에 이곳에 어떤 분이 벤처기업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신 적이 있는데...
저도 현재 조그마한 벤처기업의 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만, 그동안 주위를 둘러보니 '무늬만 벤처'와 벤처를 빙자한 사기꾼들이 너무도 많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꽤 이름이 알려진 저명 벤처기업들 중에서도) 정치권과의 결탁에, 허위매출을 비롯한 실적 부풀리기에, 장부 조작 등등 과거 재벌기업들이 행했던 '못된 짓'들은 먼저 배운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거기에는 창업투자사나 벤처캐피탈 등 관련 금융기관들도 한탕주의적 발상의 공범으로 어우러진 경우가 적지 않았고, 벤처라면 무조건 '도깨비 방망이'나 '황금알을 낳는 닭'으로나 여겼던 일반투자자들의 자세 또한 문제였다고 볼 수 있겠지요...
옛 말에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고 했는데, 벤처 역시 미국에서 시작된 것을 우리나라에 도입하려다 보니 적지않은 시행착오를 겪는 듯합니다. 그러나 앞으로도 상당수의 과학기술인들이 (직접 벤처기업을 창업하거나, 벤처에서 연구개발을 맡는 등..) 벤처기업에서 일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벤처의 참된 의미를 살려서 건전한 벤처기업과 벤처문화를 육성해 나아가는데에 관심을 기울였으면 합니다.
아래 글은 '벤처기업 파동'이 한창이던 금년 초에 한겨레신문 과학칼럼(21세기를 여는 열쇠)에 쓴 글인데, 참고 삼아 첨부합니다. 뛰어난 과학기술인들이 진정한 벤처를 통하여 본인의 발전 뿐 아니라 사회에도 기여하게 되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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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21세기를여는열쇠] 거품 빼고 '진짜 벤처' 키울 때
뉴스제공시각 : 2002/02/06 18:24
출처 : 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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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 빼고 ‘진짜 벤처’ 키울 때


무슨무슨 게이트니 하는 벤처기업을 둘러싼 권력형 비리사건이 지난해부터 줄지어 터져나오더니 `벤처 1세대'라 자부하던 한 기업이 몰락하는 등 최근 벤처업계는 뒤숭숭하기만 하다. 그동안 외환위기 상황을 극복하는 데 일조하면서 한국경제의 새로운 동력으로 떠올랐던 벤처기업이 갑자기 비리·탈법과 부패의 온상인 양 매도되는 현실에서 밤을 새우며 연구개발에 노력하는 진짜 벤처인은 착잡하기 그지없을 것이다.

일부 사이비 벤처인에 의해 금융기관, 고위공직자, 정치인들까지 휘둘렸던 요즘 상황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일을 온갖 감언이설로 속여 부유층과 귀족들로부터 거액을 뜯어냈던 `영구기관 사기' `연금술 사기' 등 과학기술 역사상의 유명한 사건들을 떠올리게 한다.


그동안 너무 지나치게 부풀려졌던 거품 때문에 빚어지는 부작용이라고 볼 수도 있는데, 이에 따라 정부의 기존 벤처정책을 재검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제대로 옥석을 가릴 줄 아는 합리적 기술평가와 벤처기업에 대한 사회인식의 전환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이다.

보유기술에 대한 공정하고 엄밀한 심사와 장래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합리적 평가가 이뤄진다면, 황당무계한 구상으로 혹세무민하려는 사람, 이론으로는 가능하지만 실용화는 극히 어려운 기술로 한몫 잡으려는 사람, 겉보기에는 그럴싸하지만 실제로는 별것 아닌 기술을 크게 부풀리려는 사람 등 온갖 사이비들이 발붙일 곳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첨단기술 분야에서는 그 기술을 가장 잘 알고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사람이 곧 해당 벤처기업인 자신일 수밖에 없는 경우도 적지 않다. 따라서 벤처기업인 역시 큰 돈을 버는 것 못잖게 사회적 책임을 염두에 두는 자세를 견지해야 할 것이다.
산업사회에서 지식정보화사회로 가는 길목에서 벤처의 구실은 여전히 중요하다고 할 것이며, 가치 있는 기술이 자본을 끌어내는 방식은 분명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기회와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 벤처 관련 금융기관 및 정부기관, 일반투자자 역시 한탕주의적 분위기를 불식시키고 실력 있는 진짜 벤처를 육성해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최성우/과학평론가hermes21@nownuri.net


  • 이민주 ()

      저도 대덕연구단지에 있는 벤처들에 가볼려고 알아봤지만.. 솔직히 말해서 석사 아니 대졸자라도 갈데가 못되더군요.. 전문대 나 공고나와서는 갈만할거 같습니다.  그래서 차라리 서울쪽에 중소기업 알아보고 있습니다..

  • 오희영 ()

      벤처를 두군데나 겪은 저로서는 추천하고싶지 않군요.. 특히나 직장을 고르는 입장에서 어느벤처가 진짜일지 판단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니까요..

  • 최성우 ()

      덧글의견 주신 분들도 벤처에 실망들을 많이 하셨나 보군요.  저도 비슷한 경우를 자주 보아왔습니다만, 사실 외부사람이 실력있는 벤처와 '무늬만 벤처'를 정확히 구분해 낸다는 것은 극히 어려운 일이지요.  그런 면에서 볼때, 역시 벤처는 CEO가 누구인가 하는 점이 가장 중요한 듯합니다.  CEO의 경력, 기술력, 경영철학 등... 

  • 최성우 ()

      직장생활을 시작한지 얼마 안되는 분들에게는 벤처가 그다지 매력적인 곳이 아닐 수도 있겠습니다만, 다른 곳에서 좀 더 경력 쌓고 기술 등을 익힌 후에 스스로, 혹은 동료들과 함께 벤처다운 벤처를 창업해서 한번 밀고 나아가는 것도 과학기술인들이 고려해 봄직한 길 중의 하나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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