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들. 요새 너무 고민이 많습니다.

글쓴이
불꽃미래
등록일
2017-03-06 04:30
조회
8,60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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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8건
우연히 와서 글 읽어보다 40시간 제한이 풀려 이제서야 글을 씁니다.
굉장히 해박하신 분들이 많아 가입했는데, 첫글부터 징징글이라 먼저 용서를 구합니다.

조부모님 간병으로 휴학했다가 수년이 지나 30대에 전자공학 3학년으로 복학하였습니다.
할줄아는 건 별로 없습니다.
사업 경험도 없습니다.

일용직과 알바를 하며 겨우겨우 먹고 살았는데, 사회적 차별이 느껴져 졸업장을 따야겠더라구요.

복학하니 단순계산도 잘 되지 않고, 16진수 바꾸는 것도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이번 학기부터 자동제어, matlab, 반도체공학, 수치해석 등등 전공으로 꽉꽉 채워 24학점을 듣게 되었습니다.
집에 컴퓨터가 없어서 과제 할 때 프로그램을 도서관 공용 컴퓨터로 할 수 있을까 고민이네요.

미적분도 해야한다는데 공업수학을 보니 가물가물만 하지 떠오르지가 않네요.
공대에선 수학이 필수인데, 졸업이 내후년입니다.
병원비가 많이 들어서 장사 밑천이 없고, 사업을 하려 해도 특별한 아이템이 없네요.

교재가 3만원 4만원 하는데 버려진 책들 주우니 4년 이상 지난 책들이네요.
30대에 졸업을 하니 나이제한에 걸리고, 결혼도 해야 한다는 생각에 매일매일 힘이 듭니다.

먹고 사느라 연애 한 번 못해보고 짝사랑만 하다 끝났습니다.

아버지께선 실직하신 지 오래고 어머니도 제대로 된 수입이 없으십니다.
조금씩 모은 돈으로 한학기 학비를 마련하긴 했는데 국가장학금을 받아도 많이 모자겠더라구요.
성적장학금을 받고는 싶은데 이제 복학해서 그걸 받으려니 날강도 같은 생각이라 부끄럽습니다.

어디서 뭐부터 해야 할 지 모르겠네요.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든 먹고 살 생각을 하다보니 마음도 궁핍해지고 있습니다.

형님들.
쓴소리도 좋으니 조언 좀 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 빨간거미 ()

    수년간 조부모님 간병을 한건가요?
    여쭤보는 이유는 수년간 무엇을 하셨는지 궁금해서 입니다.

  • 댓글의 댓글 불꽃미래 ()

    할머니께서 치매 초기 증상이셨는데, 가끔 집 밖으로 나가셔서 누군가 집에는 있어야 했습니다. 등급이 나오지 않아 양로원 및 병원에도 들어가실 수 없는 상황이었고, 동생은 그 당시 서울의 한 미술대학교에 입학하게 되어 2명 분 학비가 현실적으로 어려워 제가 우선 쉬게 되었습니다.
    동생도 집안 사정이 어려운 걸 알아 이런 저런 일을 찾다가 흔히들 말하는 대학생 다단계에 빠져 꽤 큰 빚을 지게 되었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생각해 보니 일-집-잠 외에는 크게 한 것이 없었네요.
    부끄럽습니다. 어떻게 해서든지 뭐라도 준비 했어야 했네요.

    체력이 약해 노가다 할 때는 교통정리 정도 잡무를 맡았고, 고깃집에서 불판닦이, 어시장에서 생선 머리 같은 폐기물 청소, 밭에서 무 등 뽑기, 피로연 서빙 내지는 접시닦이 등을 했습니다.
    일이 꾸준히 있던 게 아니라 쉬는 날도 많았습니다.
     
    집에 있는 동안 조금이나마 생각했던 게, 겨울철에 전기장판을 항상 켜두면 할머니께서 델 수도 있고 전기세도 많이 나오니 타이머 장치를 만들어 보려고 했습니다. 고물상에서 주워온 애들 장난감 태엽을 쓰기도 했는데, 프로토 타입을 제작하던 도중 한 중소기업에서 다른 방식으로 타이머 제품을 출시해서 그만 두었습니다.

    청첩장에 종이 붙일 때 손에 딱풀이 붙어 속지가 엉망이 되는 경우가 있었는데, 판사님들 망치처럼 플라스틱 판에 딱풀을 테이프로 감아 고정시켜 효율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요새는 처음부터 내부까지 인쇄가 돼서 나와 그냥 접어서 스티커만 붙이는 일만 생기더라구요.


    그런데!!!
    오늘 학교에서 정말 좋은 일이 있었습니다.
    한 장학재단에 심사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동생도 계약직이지만 합격했고, 수업 때 만난 모 중소기업 사장님께서 학비의 일부를 내주셨습니다.
    교수님들께서는 트랙으로 채용형 석사를 추천해 주시는 등 힘들다고 생각했던 인생의 구름이 조금씩 걷히고 있습니다.
    너무 고맙고, 너무 감사해서 꼭 성공해야겠습니다.

  • 밝은미래를위해 ()

    모든일이 잘풀리시길 바랍니다.
    응원하겠습니다!!

  • 댓글의 댓글 불꽃미래 ()

    정말 감사합니다 ㅠㅠ

    남을 도울 수 있는 삶을 살겠습니다.

    올 한해에도 좋은 일 가득하시길 바라겠습니다.

  • 취업준비를 ()

    저는 아니지만, 주변 지인중에 대학교늦은나에이 모든 비용을 장학금으로 버텨내면서 하신분이 계셨어요 지금은..직장다니고계신데, 사람은 하기나름인거같아요.. 잘이겨내실거라는 말밖에 못해주네요 화이팅입니다

  • 댓글의 댓글 불꽃미래 ()

    너무 오랜만에 들어왔다가 격려 댓글을 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어떻게든 사람은 살아가게 되네요 ㅠㅠ

  • 빛의혁명 ()

    모든 일이 잘 풀리시길 바라며, 좋은 글 적어드리니 힘내세요.
    "자신감은 내가 무언가를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하는 것이고,
    자존감은 내가 무언가를 잘하지 못해도 나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이다."
    - 남인숙 "서른에 꽃피다"-

  • 불꽃미래 ()

    너무 늦게 답글 달아 죄송합니다.
    평상시에 봐도 좋은 글귀네요.
    이런 글들 좋아합니다.

    정말 따뜻한 격려 감사합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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