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과 학부생 취업 관련 진로상담 부탁드립니다.

글쓴이
기막힌장어
등록일
2017-07-13 19:06
조회
11,25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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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만 20세 5개월

학부: 포카 둘 중 하나

학년: 4학년. 졸업 이수까지 한 과목/한 학기만 남았습니다.

학점: 3.25 / 4.3

영어: 토익 985

현재 상태: 대학원 진학을 중단하고, 취준하려고 휴학 중.

병역: 미필

관심있는 회사 및 직종들: 한전 사무직, 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 SK하이닉스, 램리서치코리아, 한화큐셀 등 전자/반도체/디스플레이/태양광 직종

그러나 전공을 무조건 살려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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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진로에 어려움을 겪고 방황하고 있는 만 20세 물리학과 졸업예정자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미래 진로와 장래희망에 관해선 지금 제 머릿속은 백지장이나 다름없습니다.

어린 시절의 과학자를 향한 로망은 사라져버리고, 이제는 그저 돈 적당히 벌고 잘 먹고 잘 살고 싶습니다.

어머니의 표현을 빌리자면 '학교생활 5년동안 니가 방황할 동안 내가 고통스러웠는데, 이제 와서 또 내가 고통을 받아야 하냐'고 하십니다. 제가 받고 있는 압박감과 스트레스가 큽니다. 부모님께 죄송하다는 생각도 많이 들고요. 

간절한 심정으로 다양한 루트를 통해 제 진로를 찾으려고 노력중이며, 따라서 여기 하이브레인넷에도 진로상담글을 올립니다. 지도교수님과 상담선생님, 학교 선배님들에게도 관련 주제로 면담을 하였습니다만, 조언의 소스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하여 여기에도 글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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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고를 남들보다도 어린 나이에 조기졸업하고 포카에 왔습니다.

포카에서 물리학과를 선택했습니다. 고등학교때는 물리가 재밌었으니까요. (과학고 내에서 상위권이었습니다만, 한국에서 최상위권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물리학과도 할 만 했고, 무조건 대학원에서 박사까지 가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양자역학을 들어간 물리학과 3학년 때부터 방황했습니다.

공부 내용이 이해가 잘 가지 않았고, 두통에 시달렸고, 학업에 흥미를 잃고 휴학하고 정처없이 팅가팅가 놀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괜찮다고, 안일하게 생각했습니다. '난 남들보다 어리니까...'

그렇게 교환학생도 다녀오고 휴학도 해보고 4학년까지 어떻게 꾸역꾸역 버텨왔습니다.

프로그래밍 정말 못하고, 매트랩이나 매스매티카도 잘 못 다루고, 물리학에 대한 흥미도 식어버렸습니다.

버티고 나니, 군대 안가겠다는 이유 때문에, 또 타성에 젖어서 생각없이 대학원에 가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내 현재 역량을 가지고는 도저히 대학원에 가서 연구를 하면 안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행여나 나중에 연구개발 업무를 한다고 해도, 기업에서 돈 받으면서 하고 싶지, 대학원생 신분으로는 하고 싶지 않습니다. 석사학위도 기업에서 보내줄 때 취득하고 싶지, 지금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싶은 마음은 별로 없습니다.


또한, 물리학과보다는 덜 모호한 (학문 자체도 덜 모호하며, 진로도 훨씬 뚜렷한) 전기전자공학과나 기계공학과를 갔으면 학교 생활을 더 잘 할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후회도 크게 듭니다. 다 결과론적인 얘기라서 별 소용없는 후회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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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이 너무 길었네요.

제 요지는, 제가 맹목적으로 "대학원 가서 잘하자"라는 생각만으로 취업관련 스펙도 하나도 안 쌓았고 취업준비도 안했기에 막막하다는 것입니다.

다행히 영어점수도 좋고 영어에 대한 자신감은 확실합니다.

저는 미필이기 때문에 일단 공익을 갔다 와야 합니다. (현역은 아닙니다.) 작년에는 기준 나이(만 20세)가 안되어서 공익을 갈 수 없었기 때문에 올해부터 갈 수 있습니다. 물론 공익 추첨에서 떨어지면 산업기능요원으로 산업체를 가야겠지요.


제가 여쭤보고 싶은 것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1. 공익 가기 전 향후 6개월동안 알바, 자격증 취득 (한국사, 컴활, 토익스피킹) 등을 집중적으로 하고, 공익 2년 동안 인적성검사 준비/면접 준비/각종 정보 취득/독서 등으로 취업 준비를 착실하게 하는 것이 저의 계획입니다. 이 계획이 얼마나 타당한 건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2. 기업에서 학부졸 물리학과를 뽑는 분야가 제한적이라고 들었습니다. 반도체/디스플레이/광학/태양광/배터리/소재 등등으로 압축된다고 들었는데요. 제 학부와 제 영어성적, 앞으로 준비할 기간 등을 감안하면 취업문이 너무 좁다고 비관하지 않아도 될까요? 제 생각과 제 부모님 염려보다는 취업이 잘 되는 편인가요?

3. 저처럼 "적당히 벌어서 잘 먹고 잘 사는 것" 외에는 다른 목표가 없었던 경험, 갑자기 있었던 목표가 사라지고 머릿속이 백지장이 되었던 경험이 있으시다면, 그 경험을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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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부지 학부생의 두서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zhfxmfpdls ()

    '적당히 벌어서 잘먹고 잘사는것'.. 나쁜 생각 아닙니다.
    그건 어디까지나 본인 가치관이고, 그렇게 생각하시면 그렇게 사시면 되지요.
    일단은, 사기업보다는 공기업/공무원 쪽으로 알아보세요.
    관심직종에 사기업이 대부분이네요....
    보통 사기업, 특히 대기업들은 님이 생각하시는 '적당히 벌어서 잘먹고 잘사는것과 거리가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 돌아온백수 ()

    그 동안 (고민하고 괴로워하는 동안) 얘기해 볼 만한 선배나 교수들이 없었나요?

    양자역학에서 혼란을 느끼는 건, 다수가 겪는 일이고요. 패러다임이 바뀌는 전환이니까요.
     
    컴퓨터 언어는 사람이 만든것이라, 자연을 다루는 물리와는 다르게 접근해야 합니다. 이런 지도를 해줄 선배가 없었다는게, 좀 이해가 안가요.

    취업은 스펙 안보는데 찾으면 됩니다.
    그보다는 행복하게 살 길을 찾으셔야죠.

    지금 같은 마음가짐으로는 취직하는게 오히려 독이 될듯.

  • 통나무 ()

    좀 착실하게 살 생각부터 버려요.
    뭘 자꾸 계획을짜요. 라고 얘기를 해도 또 그렇게 되겠죠.
    본인이 그렇게 착실하게 계획적으로 살았는데 지금 현실이 어떤가요.

    아주 시간 많아요. 좀 다른것하다 기본 공부가 되어있으니 몇년 돌아간다고 문제 생길것도 없고, 공익이라면 편히 뭘하는(뭘이라는것은 개인마다 취향이 다 달라서 이거할고 하기가 힘들고요, 자기가 찾아야 되요.)것을 해볼수 있죠. 그런데 중고딩때는 강제로 사회가 만들어졌지만 사회에 나오는 순간 지속적인 강제적인 사람들의 모임이라는게 거의 불가능하니. 그것도 고려하면서 공익이 2년인가요. 그 시간동안 연습해봐야죠.

  • 그리피스 ()

    기본적으로 공부를 잘했던 학생인건 맞는데.. 요즘이 70~80년대도 아니고 명문대 학부 나왔다고 기업에서 돈주면서 대학원 보내주지 않습니다. 그리고 대기업에는 명문대 출신 넘치고 넘칩니다. 당연히 학벌도 좋고 공부를 잘했으니 학부 나와서 취업 잘될겁니다. 근데 그냥 그게 끝입니다.  한전 갈거면 기사 따고 그냥 공기업 준비하면 되고, 사기업 갈거면 영어성적하고 학점만 밀어넣어도 그 학벌이면 언급한 회사 대졸 신입으로 합격할겁니다. 그리고 다니다가 학위가 아쉬워서 퇴사해서 공부해야 하나? 이런 걱정을 하게 되겠죠. 나중에 30대 넘으면 주변에 외국에서 학위 밟고 교수된 친구도 있고 정출연 간 친구도 있을테고 자기의 위치에 의기소침하면서 부러워 하겠죠. 참고로 대기업에서 돈주고 해외로 학위 보내주는건 님이나온 학교에서 1등하는것 보다 어렵습니다. 우선 군복무부터 해결하시고 시간을 가지고 좀 천천히 뭘 할 것인지 생각하세요. 난 뭘 전공했으니 이걸 해야되. 이렇게 생각하면 고민이 끝이 없습니다. 흥미도 잃어버린 물리학과를 기준으로 직업을 선택하려는 것이 20살 나이에 아깝지 않나요? 전공을 바꿔 대학원을 진학 할수도 있고 다른 곳도 볼수 있습니다. 천천히 둘러 보세요

  • 우당탕탕 ()

    포카 물리학과 졸업생입니다. 학점은 3.9 정도 됬구요. 물리학과도 반도체쪽으로는 취업이 충분히 잘 됩니다. 저도 타성에 젖어서 대학원가기 싫어서 군대를 다녀왔는데요. 군대다녀오면 본전 생각때문에 절대 대학원 못갑니다. 저도 결국에는 고민하다가 취업으로 결정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제와서 돌아볼 때, 적당히 벌어먹고 살기 가장 좋은 테크는 석사+산학장학생 하면서 병역특례를 하는 것입니다. 요즘은 석사특례가 거의 없다고 과학기술전문사관 같은 제도들도 알아보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기업에서 대학원 보내주는거나, 대학원다니면서 기업 돈을 받는거나 사실 똑같은데 확률상으로 후자가 훨씬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제가 다니는 회사는 장학생에 대한 대우가 좋습니다. 쉽게 말하면 편한부서로 보내주는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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