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에서 공기업으로 이직했는데 뭣같습니다.

글쓴이
Eng.
등록일
2018-03-18 23:27
조회
3,68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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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2건
대기업 R&D에서 5년을 버텼는데 정신차려보니 저 빼고는 모두 응급실에 한번씩 실려갔더군요.
다음은 분명 제 차례겠구나 싶어 뒤도 안돌아보고 공기업으로 이직했습니다.

근데 참 뭣같네요.
밖에서보면 기술공기업에 연봉 괜찮고 근무강도 약한 곳이라는 이미지인데..
들어와서 보니 설카포 공학박사 타이틀 달고 행정업무랑 정치만 죽어라 합니다.
공학용 계산기 들고다니는 인간이 한 명이라도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장담하는데 저 빼고 1도 없다에 손모가지 겁니다.
과제 안따오면 밥벌어먹고 살기 힘든 구조에, 가진 기술은 없으니 덩치만 키우는 시설구축 과제같은것만 주구장창 따오고, 건물 몇개 지으면 초고속 승진되고 OO을 빛낸(?) 올해의 엔지니어가 되고. 참..
뭐 업무는 일장일단이 있고, 안맞으면 제가 잘 알아보지 않고 들어온거니 그렇다 쳐도..

조직문화가 정말 개판입니다.

1. 입사하자마자 단톡방 4개가 생겼습니다.
팀방, 본부방, 동기방, 노조방.
군대문화에 업무강도 빡쌔기로 유명한 대기업에서도 5년동안 단톡방은 구경도 못했습니다.
퇴근 이후나 휴일에 업무지시 할게 있으면 윗사람이 아랫사람한테 전화나 문자를 개인적으로 하지
단톡방에 일처리를 개판으로 했네, 결제를 개판으로 올렸네, 누구누구는 오늘 저녁 몇시까지 일처리하고
단톡방에 보고올려라 이 XX을 떠는건 처음 보네요.
욕설이 난무하고 디자인 리포트랑 설계도면이 매일같이 날아다니는 사무실 상사들도
일과시간 이후나 주말에 일을 시킬때는 기본적인 매너는 지켰습니다.
업무지시하는 상사는 꼰대라고 쳐도 단톡방에 아부떠는 부하직원들은 면상에 침뱉고 싶을 정도입니다.

2. 신입이건 경력이건, 위촉이건 정규직이건 1일이라도 먼저 들어온 사람이 선배입니다.
무슨 이딴 개같은 회사가 다 있는지, 저희팀에 저와 같이 들어온 경력 12년 박사가 똑같이 막내입니다.
저는 34살에 선임이고, 12년 박사는 40대 중반에 책임을 달고 왔는데
직급도 없는 28살 전일위촉직 여직원이 이 그지같은 회사에서 5년 근무했다고 선배랍니다.
뭐 선배는 선배고, 직급은 직급이지.. 라고 처음에 생각했었죠.
근데 이 아름다운(?) 아가씨가 선배님 선배님 하면서 존대해줬더니 어느순간부터 반말을 찍찍하고,
자기 작은아버지 뻘 되는 책임연구원한테 누구누구씨? 이것 좀 해주세요. 이 XX을 하는데...
정말 죽빵한대 갈길뻔 했습니다.
웃긴건 팀장이란 작자와 단장이라는 작자는 원래 이 조직이 그렇다 이 개소리를 지껄입니다.
참고로 팀장은 40살입니다. 살다살다 이런 회사는 처음봅니다.

3. 인사문제
상향식, 하향식 평가? 그냥 먼저들어온놈, 위에 빽있는놈 1순위로 올리는게 관례입니다.
뭐 좋습니다. 개인적으로, 특히 공기업은 연공서열로 진급하는게 가장 합리적이고 공평하다고 생각하는 1인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정말 능력있는 경력직이나 경력을 보유한 나이 찬 신입들은 1일이라도 먼저 들어온 사람들을 절대! 이길 수 없는 구조입니다. 맹랑하게 입사순서를 뒤집고 늦게 들어온 사람을 승진대상자로 올린다? 위에서 가만히 안두죠. 참 뭣같습니다.

조직이 이러다 보니, 능력있는 경력직은 수년 전부터 다 빠져나가고, 요즘 공기업에서 보기 힘들다는 1층 꽉 찬 피라미드 형태의 조직이 되어버렸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렇다 보니 정원의 절반 이상이 위촉직에 무기계약직이라는 겁니다.

저도 1년 버티니 머리가 빠지고 눈앞이 안보일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아 내일 때려 치우려 합니다.
정말 후배들이 이곳을 목표로 취업준비를 하고 있다면 돈 주고서라도 말릴 생각입니다.
뜬금없이 개인적인 이야기를 주절댔는데..
결론은 정말 회사는 잘~ 알아보고 들어가자. 남은 인생이 걸린 일이다.라는게 제가 하고싶은 말입니다.

특히 공기업은 알리오에 경영공시가 다 오픈됩니다.
조직구조나 경영상태 등등.. 잘 살펴보면 이 회사가 개판인지 알짜인지는 답 나옵니다.
제가 무작정 공기업이라고 이직했다가 이 피를 보고 있습니다.

  • 겸손 ()

    힘내십시오

  • 시뮬레이터 ()

    힘내십시오. 그리고 다음 회사는 더 나은 회사를 가시길 바랍니다.

  • 돌아온백수 ()

    흠... 어느 조직이나 진입장벽이 높으면, 안에서 썩게 되어있습니다.

    한국에서 진입장벽 높은 곳으로 순서를 매기면,
    조직의 썩은 정도와 거의 같을 거라고 봅니다.

    그래서.... 아마도 공기업 보다 더 썩은 곳이 대학이나 정출연일 거라고 500원 겁니다.

  • 돌아온백수 ()

    요즘 심심치 않게 실리콘밸리가 내리막이라는 얘기들이 나오는데요.
    그런 예상의 근거가 진입장벽입니다.

    집값과 생활비라는 조절하기 힘든 진입장벽이 있어서,
    다양한 인재들을 흡수하기 어려워 졌다는 거죠.
    여기에다 다른 진입장벽들도 많이 보입니다.
    미국의 기술기업들이 트럼프의 반이민정책에 반기를 드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고요.

    선진국들이 채용절차를 이력서와 인터뷰등으로 단순하게 만드는 것,
    이것도 귀찮다고, 링크드인과 같은 써비스를 만드는 이유도,
    바로 진입장벽을 낮추어 보자는 것입니다.

    한국 기업이나 조직의 치사한 진입장벽들은
    결국, 다 같이 망하는 지름길입니다.

    한국 조직들은 여전히 채용시에 각종 증명서를 요구하죠.
    거기에다 학위논문에, 인터넷에 다 떠있는 출판 논문들을 우편으로 접수하라는 식의 채용공고를 보면, 웃프죠.

  • 느릿느릿 ()

    그들의 시간도 얼마 남지않았습니다.

  • tSailor ()

    회사 이름이 진정 궁금합니다. 쪽지로라도 알려주세요.

  • 통나무 ()

    그자리에서 싸워서 바꿀것인지, 떠날것인지.
    공적인 조직이 많은 수가 그냥 관성대로 가면 뭔가 의욕을 가지고 할 사람들은 악소리가 나오는 경우가 많아서요.
    조직을 떠날것이면 상관없고,
    그 조직에서 뭔가 내일을 할려면 싸울 각오를 하고 바꾸어나가는 수 밖에 없죠.
    그것도 운때가 좀 있는지라, 윗사람이 좀 합리적인 사람이 바뀌거나
    비슷하게 바꿀 사람들이 몇 사람이라도 의기 투합할정도면 좀더 수월하게 일을 할수는 있는데....

  • 통나무 ()

    보도 나오는게 공공기관 채용비리가 946곳이라는데,
    광범위하게 부정이 저질러지고 그게 용인되었다면 안개판인게 이상하겠죠.
    얼마나 바뀔지는 모르겠지만 바뀌어야 하겠죠.

  • mhkim ()

    댓글을 달아야 겠네요. 정부 어느 부처 산하 공기업인가요? 그 공기업을 관할하는 과에 민원을 넣으시길 바랍니다. 많은 부분이 개선이 될수있습니다. 정부에 넣는 민원은 반드시 답변을 하게 되어있습니다. 그리고 생각보다는 담당과장이나 사무관의 입김이 셉니다. 님께서 그만두는 한이 있어도 나중에 올 분을 위해서 민원을 넣는게 어떨까합니다. 물론 여기에 글을 올리는 것은 일종의 푸념일수도 있지만 가만히 있는것보다 조금의 행동이라도 하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데 도움이 됩니다.

  • 통나무 ()

    2월에 공무원들 조직이동할때 들은 얘기가, 상관이 이상한 얘기나 말도 안되는 일들 벌이는것 꾸준히 녹취하고 서류근거 다 모아놓고 이동할때 감사기관에 다 보내서 폭탄 투척,
    이러면 다 조사 나오거든요. 거의 박살을 내버리고, 이렇게 경우의 수가 생겨버리면 다들 조심하죠.
    바꿀수 있으면 바꾸어야하는데 굳이 내가 그걸 해야하는가에 회의를 느끼면 떠나야 하겠고,
    내가 시작을 할것인지...거기서부터는 .....

  • 캔두잇 ()

    혹시 가능하다면 회사 이름이라도 알 수 있을런지요? 저도 요즘 직장(공공기관) 고민이 많고 이것저것 생각이 많아서요. 가능하다면 쪽지라도 꼭 부탁 드립니다!

  • dk ()

    저도 쪽지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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