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체에서 일한다는 것과 미래

글쓴이
박종규 (navigator9…
등록일
2002-02-23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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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대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기업체에서 20년정도 일한 회사원입니다.

 

이공계 출신에 대한 대우와 직업의 안정성에 대한 제 의견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먼저 국제적인 환경에 대해 말씀드려야 하겠군요.

 

 20~30년 전 우리나라 업체들의 해외에서의 경쟁력은 대부분 놀랄만큼 싼  인건비에서 나왔습니다.  당시 해외 공사 참여시 적용한 임율은 시간당 3~5불이었고 선진국 회사들은 시간당 수십불이었습니다.  따라서 선진국 엔지니어 1명에 드는 비용은 우리 엔지니어 20~30명에 드는 비용과 맞먹었습니다.  그러므로 중동지방등에서의 단순공사 입찰에서 부지런하고 인건비가 싼 인력을 보유한 한국업체는 매우 경쟁력이 있었습니다.  공사를 수주하면 그야말로 인해전술로 공사를 수행했습니다.  당시에는 인도나 중국등이 국제공사에 인력을 본격적으로 공급하기 전이었고 기술자들의 수준도 우리보다 낮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떻습니까?  저희 회사의 경우 해외공사 현장에 파견하는 중견 기술자에게 드는 비용은 회외현장 수당때문에 현지에서 직접 고용할 수 있는 경력 30년의 영국인 엔지니어에게 드는 비용과 비슷합니다.  물론 IMF 이전 환율이 달러당 800원대에 있었을 때는 국내에서 근무하는 엔지니어의 급여 수준이 영국보다 높은 것은 물론 스위스 엔지니어보다 높다고 들었습니다.  참고로 필리핀의 유수한 대학에서 공학을 전공한 경력 10~15년인 엔지니어도 중동 사막현장 근무조건으로, 퇴직금이나 상여금없이, 월 1000불 (130만원) 정도만 주면 됩니다.   

 

즉, IMF 전에는 국내에서의 대기업체 근무 기술자 급여 수준이 국내시장 확대 및 노동운동에 힘입어 급격히 높아져 그 대우에 거품이 상당히 있었습니다.

 

제가 맡고 있는 Engineering 부서는 성격상 전문기술을 보유한 베테랑 외국인을 1~2명씩 고용하고 있었는데 이들의 부가가치는 한국인 중견기술자에 비해 3~4배정도 되는 것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에게 지불하는 비용은 우리 중견기술자에 드는 비용의 1.5배정도였습니다.  즉 우리 기술자의 국제경쟁력이 그간 상당히 낮아져 버린 것입니다.  이탈리아 엔지니어의 급여를 보면, 우리나라와 비교할 경우 대기업보다 대우가 훨씬 낮은 중소기업 기술자정도밖에 되지않습니다.

 

그러나 이제 우리 엔지니어들이 세계 시장에서 선진국은 물론 인건비가 엄청나게 싼 동남아 각국과 중국인 기술자와 치열하게 경쟁하게 되었습니다.  냉장고나 휴대용청소기를 만들어도 이들과 싸워야 합니다.

 

본론으로 돌아가,  이런 주변 환경때문에 기업체들은, 비탄력적인 한국적 고용환경때문에 더욱, 인력 고용 및 유지에 매우 보수적이 되었습니다.  이러다 보니 그동안의 대량 수요에 맞게 배출되는 기술자수에 턱없이 부족한 수요는 급기야 기술자 실업사태는 몰론, 장기적으로 기술자에 대한 수요공급차에 따른 대우 저하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이와 비슷한 예는 영국에서 볼 수 있습니다.  북해의 대형유전 개발에 따른 관련 기술자 부족이 유관 산업의 기술자 임금인상까지 초래하여 결국 전 산업의 국제 경쟁력 약화를 초래하고 마침내 대량 실업사태를 가져왔습니다.  이를 대처정부가 강경한 대 노조 정책 및 외자유치로 간신히 극복한 것은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물론 우리에게 해결책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먼저 일인당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일본인들처럼 기술자들 자신의 능력향상을 위한 부단한 노력이 있어야 합니다.  국가 및 기업차원에서의 이와 관련된 각종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하겠습니다.  (사회적인 대우를 해주자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부가가치를 계속 높이는 시스템을 말합니다. )  다시 말하면 부가가치를 높이고 거기에 걸맞는 대우를 받는 사회로 이행되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공급측면에서도 대학을 통한 기술자 공급을 산업 수요에 맞게 탄력적으로 조정해야 하겠습니다.  시장에서는 이미 공급자 (대학) 시장에서 수요자 (학생) 시장으로 변하고 있지만 정부차원에서 이를 강력히 유도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술 측면에서 우리 기업이 최고의 기술, 최고의 Name Value를 보유하도록 전 사회가 노력해야 합니다.  통상 최종제품에서 차지하는 최종제품생산회사의 인건비 비중은 10%이내인데 제품의 품질을 높여 가격을 10% 더 받고 비용이 2% 더 들었다면,  추가로 발생하는 부가가치는 8%지만 이를 모두 급여로 추가 지급한다면 이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급여가 80%씩 오르는 셈입니다.  미국, 일본 스위스등 선진국들이 비싼 인건비에도 불구하고 굳건히 선두를 지키는 것은 바로 이런 최고의 기술, 최고의 제품을 만들어 조금이라도 더 높은 가격을 받기 때문입니다.

 

우리 기업의 경우 수십년간의 노력 끝에 이제 많은 분야에서 최고의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직전 단계에 접어 들었습니다.  최근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가 갑자기 조단위의 순이익을 거두는 것은 바로 이같은 기술의 Take-off를 이루었기 때문입니다.  유사한 사례가 중소기업에서도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비록 지금 사회적으로 우리 기술자들에게 상당한 고통이 따르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거품에 의한 대우가 아닌, 정당하게 높은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사회로 이행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제 막 기술자의 길로 들어 선 젊은 기술인들의 미래는 결코 어둡지 않다는 곳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사족이지만, 많은 분들이 거론하시는 것처럼 의사들은 좋은 대우를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먼저 의사들은 기술자와는 달리 국내에서 자신들끼리만 제한적으로 경쟁합니다.  의사로 진입하기 위한 시간이나 비용이 상당하고 그들은 나름대로 국내에서 그 위치를 고수하기 위한 사회적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인술은 인간생명에 직접 간여하므로 경제환경이 나아질수록 사람들은 여기에 더 비용을 들이기 마련입니다.  그러면 의사가 되기위한 진입장벽을 낮춘다면, 예를 들어, 2년간 교육만 받으면 의사자격을 준다면 어떻겠습니까?  생명이 달려있는만큼 사법고시 합격생 대폭증가와는 달리 그리 환영받지는 못할 것입니다.  사실 의사가 돈을 많이 벌더라도 우리 기술자와는 상관이 없습니다.  경쟁분야가 아니기때문입니다.  다만 의사에게 많은 돈을  직접 지불하는게 싫다면 차라리 이 분야의  사회보장제도를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는게 낫겠지요.

 

우리 이공계인들이 당면한 문제 즉, 취업문제, 대우문제, 장래성, 직업의 안정성등은 사실 당장 해결될 성질은 아닙니다만 꾸준한 노력이 없으면 해결될 수도 없습니다.  위에 원론적으로 제시한 안에 대한 많은 구체안이 있어야 하고 사회적으로도 이공계인에 대한 수요를 늘리기 위한 노력도 필요합니다.  예를 들면, 공무원의 일정비율을 이공계인들로 뽑는다던가, 공무원 직급별로 이공계대 인문계 비율의 상하한선을 두는등 대책도 필요합니다.  우리나라 정부의 이공계 홀대만큼 심각한 나라도 없기때문입니다.

 

이공계인들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며... 
  • 기냥.. ()

      좋은 글이군요. 하지만, 엔지니어링이 나라에 꼭 필요하다라는 것을 알지만, 대우가 않좋기 때문에 의대로 한의대로 몰리는 상황에. 우리만 이대로 월급이 작을순 없습니다. 나라가 한번

  • 기냥.. ()

      더 망해봐야 알라나?

  • 소요유 ()

      좋은 글입니다. 일하다보면 우리가 뒤지는 것이 바로 '직업의식'인 것 같았습니다. 우리는 보통 한 곳(수준)에 정착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자신이 왜 돈을 받는 지를 별로 생각안하

  • 소요유 ()

      생각안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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