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병역] 문제.. 좀 원론적으로 접근합시다.

글쓴이
Jullian Kim
등록일
2002-03-20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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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사려깊게 쓰신 긴 글 잘 읽었습니다.
전문연구요원으로서 아닌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전문연구요원의 입장을
감정적이지 않고 이성적으로 어떻게 볼수 있을까하는 점을 잘 알 수 있어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미력하나마 다만 몇 군데 잘못 지적한 점이 있어 리플을 답니다.
우선, 전문연구요원이 되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치리라 생각하십니까.
간략히 요약하면 남들이 다들 군대를 갈 때 계속 공부를 해서 대학원에
진학하여 국가에서 지정한 산업체에 편입되는 것이지요. 지극히 원문적인
글이고 대부분이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본인이 그 입장이 되어 있다면 편입되기 전까지는 하루하루를
살얼음 위를 걷는 심정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대학 4학년 때 대학원
입학 시험에 합격하기 위하여 탈모증까지 걸려가면서 입시준비를 했다면
(제가 아는 한 선배의 이야기입니다.) 믿으시겠습니까. 단 한 번의 전공시험도
학점 관리 때문에 군필자는 느끼지 못하는 스트레스를 배로 느끼면서 준비하는것이
예비 전문연구요원들의 심정일 것입니다. 누구나 다 학점관리는 한다고요?
그렇겠죠. 하지만 입장의 차이입니다. 군필자는 님이 말씀하신데로 선택에 대한
의무를 수행하였기에 그만큼 선택의 폭이 크지요. 하지만 이미 나이가 들어
군대에 가기에는(사회적 통념으로) 나이가 든 예비전문연구요원을 지망하는
학생들은 결코 선택의 폭이 있을 수 없습니다. 대학원 생활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들 취업을 위해서는 학점 뿐만 아니라 논문작업까지 모든 힘을 쏟아 붇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전문연구요원들은 모 아니면 도라는 심정으로 생활을
하게 되지요. 저의 경험입니다만 제가 전문연구요원을 지원하기 위해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에 지원했을 때 였습니다. 우리나라의 내노라하는 대학에 다닌다는
사람들이 정말 많이도 모였더군요. 그 때 선발한 전문연구요원의 수가 6명이었습니다.
그 당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지원을 했을까요? 제가 기억하는 숫자만해도 300명이
넘었습니다. 그것도 6명을 다 같은 분야에서 선발한 것도 아니고 다 각기 다른
분야에서 선발하더군요. 실질 경쟁률이 70~80 :1 은 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아마 최근의 취업상황에서도 이렇게 비슷비슷한 전문인력이 한자리를 위해
지원하는 일은 거의 없을 거라 생각됩니다. 선택이란 단어를 쓰셨는데 분명히
전문연구요원을 지원한 것은 선택입니다. 하지만 거기까지입니다. 산업체를
지원하는 순간 개인의 의사는 존재하지 않게됩니다. 단지 갈 수 있는 자리가
생겼기에 그리고 우연히 내가 그 자리에 선택받았기에 근무하는 것이지요.
대부분의 전문연구요원이 자신이 원하는 연구의 업무를 원하는 업체에서
수행하지 못하는 까닭이 이러한 이유입니다. 그렇게 치열한 경쟁을 통과해서
현업에 배치받으면 그 다음은 더 문제입니다. 같은 Engineer임에도 불구하고
단지 미필이라는 이유로 전문연구요원이 아닌 병역특례도 아닌 병역특혜까지
인식이 되어버리지요. 전혀 엔지니어와 무관한 직종의 사람들이 그러한
인식을 갖는다면 그나마 이해가 가겠지만 같은 분야의 종사자들에게도 이러한
존재로 인식되어버려서야 전문연구요원으로 어떤 선택의 자긍심이 생기겠습니까.
업무 또한 전문연구요원이 아니라 심하게는 전문노가다맨으로까지 전락하게되지요.
다음으로 전문연구요원의 급여가 2000안팎으로 결정된다고 하셨더군요.
솔직히 저는 그렇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문연구요원이 그에 못미치는 급여수준으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미필이라는 이유로 석사학위가 빛바랠이유는 전혀
없다고 생각합니다. 군필자의 석사학위자는 높은 급여를 받고 미필자의
석사학위자는 특혜를 받고 있기에 급여가 작아야한다는 것은 nonsense아닐까요?
전문연구요원을 지원하기로 마음먹고 대학원에 진학한 사람들에게 어떤 선택의
자유가 있을거라 생각하십니까? "아 난 공부가 길이 아닌것 같다. 취업을 해야지"
이런 이유로 대학원을 휴학하고 취업을 하는 많은 이들을 보았습니다. 하지만
전문연구요원에게는 바라볼 수 밖에 없는 그림의 떡이지요. 직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일이 마음에 안든다고 아니면 비젼이 없다고 어느 어떤 전문연구요원도 쉽게
한번 발 들여놓은 곳을 빠져나갈 수가 없는 것이 우리 전문연의 현실입니다.
그렇게 억울하면 진작에 군대를 갔다오지 왜 이제와서 불만이냐고 말하실 분들도
있을 겁니다. 그럼 전문연은 할 말이 없습니다. 단지 군대 안 다녀온 죄인이 될
뿐이지요. 솔직히 그럴 땐 누굴 탓해야할까 다 내 잘못이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계속적인 연구가 하고 싶어서 학자로서의 꿈을 이어가기 위해서
선택한 이 길이 잘 못이라면 좀 너무하지 않습니까. 아실지 모르겠지만 전문연구요원
의 지적수준은 이 사회의 그 어느 조직에 비해봐도 뒤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인위적으로
모인 집단만큼 높은 학력수준을 가지고 있지요. 그런 자원을 님의 말처럼 일회용으로
쓰고 못쓰게 만드는 현재의 전문연구요원의 제도는 근본적으로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문연구요원이 본인의 선택이자 의무라면 전문연구요원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전문연구에 종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대의 기술은 그 변화의 속도가 엄청납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기술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도록 한 곳에 못 밖아둔 전문연구요원제도는 분명히 개혁되어야 합니다.
기간단축이 여론에 의해 불가하다면 최소한 연구원의 원활한 연구를 위한 업체의
자유로운 전직은 용인되어야 하며 연구원의 연구분야에 맞는 업체의 편입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의 한분야(정보통신분야)에만 치중된 인원배정이나
벤쳐육성이라는 정부의 단발성정책에 의해 우수한 자질을 단지 일회용으로 만들어
버리는 정책은 하루빨리 개정되어야 할 것입니다.
참고로 비단 산업기능요원 뿐만 아니라 전문연구요원도 대부분 자신의 생활권과는
동떨어진 지방의 외진곳에서 열악한 환경을 안고 업무에 종사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횡설수설 ()

      와..정말 동감이 가는 글입니다..많이들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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