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탈출 갈라잡이1- 나는 여기 왜 있는가, 권하는 말 by 미국에 와 있는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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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오미
등록일
2002-03-05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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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3년전 조국이 엔지니어를 쓰레기처럼 버리더군요. 연구소를 시범 케이스로 초토화시키더군요. 엔지니어들은 흔히 순진하며 말이 없고, 정치적 이슈에 따라 잘 뭉치지 않기에 다루기 쉬우며 만만한 것이 공돌이였다고 그들은 생각 했던 것 같습니다. 정부와 관료에 대한 국민의 폭발 할 것 같은 불만을 만족시키기 위한 가장 손쉬운 희생이였다고 봅니다.

그래서 조국이 나를 버리기 전에 내가 조국을 버리고 미국에 와서 팔자 고친 공돌이 입니다. 조국이 나를 버렸다는 뜻은 정권에서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한 일부 세력만이 엔지니어를 버렸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 당시 엔지니어의 상식으로는 말도 안 되는 짓에 대한 소수 엔지니어의 저항에 대부분의 국민들은 무심했을 뿐만이 아니라 악의적인 정부의 선동조작에 귀를 막고 우리의 소리를 부러 듣지 않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사회의 지도자랍시고 목에 힘주는 사람들(대부분 문과, 글쟁이들)의 공돌이에 대한 무시와 냉소를 몸으로 알아 버렸습니다.

우리는 여전히 조선시대와 같이 '천/민'이였던 것입니다.

그 때 저는 어렸을 적의 단순하고 순진한 꿈과, 공돌이 나름대로의 애국, 애족하고자 하는 뜻을 시궁창에 버렸습니다. 박봉에, 거의 포기한 가정 생활, 휴가를 잠으로 지샐 수 밖에 없을 정도로 늘 피곤하며, 30대 후반 이후에 반드시 맞닥드려야 할 절벽을 향해 거친 숨으로 살아가는 수 많은 한국의 엔지니어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 한쪽이 쓰려 옵니다. 그나마 저는 나은 편이였는데….

지금 생각하면 특례 끝나자 마자 그런 결정을 하고 실행을 한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앞으로 시간이 나는 대로 엔지니어의 지옥에 살고 있는 옛 동료들을 구하는 심정으로 몇자 적을까 합니다. 이미 이 길로 들어서서 한국 내에서 진로 수정을 하지 못하는 분들(특히 고참 경력자들), 전공을 결정하신 못한 어린 학생들에게도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먼저 제가 여기 왜 오게 되었는지에 대한 동기를 더 구체적으로 소개할 필요를 느끼는 군 요.

그 때가 아마 94년쯤 이였을 것입니다. 한국에서 같은 연구소에 일하고 있던 독일박사 한 분이 같이 회식 2차를 하다가 차라리 고시 공부를 준비하고 싶다는 얘기를 했었습니다. 과학기술인으로서의 자부심을 가지고 살았던 저로서는 충격적인 고백이 였습니다. 그 때 그분은 한국에서 살 거면 자식은 절대로 공대 보내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독일에서 공학박사로 있을 때의 대우와는 달리, 한국에서의 공학박사는 완전히 문과생들, 특히나 관료들(사무관들)의 시다바리임을 알았기 때문 이였습니다. 월급만이 문제가 아니 였습니다. 가끔 정통부 등의 새파란 행시출신들에게 굽신거려야 하는 분위기에서 그들에게 머슴 취급 당했던 것이 그분에게는 치명적 이였던 것 같았습니다. 독일에서 공대교수생활하면서 사회적 존경과 안정적 생활을 뒤로하고, 고향에 대한 그리움, 그래도 대한민국을 위해서 일을 하는 것이 좋다는 소박한 생각, 그래도 한국이 좋겠지 하는 막역한 정서적 느낌들 때문에 천박한 한국 사회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 한국으로 돌아온 것이 그 분에게 돌이킬 수 실수 였던 것입니다.

일본도 마찬가지겠지만, 기축 통화가 있어서 미국과 같이 돈 장사로도 충분히 먹고 살수 있는 나라가 아닌 이상 독일도 공업과 과학기술로 승부를 걸었고, 뛰어난 엔지니어를 키워서 국부를 증강, 유지 시켜 왔기에 엔지니어의 대우가 다른 어떤 나라보다 남달랐기에 그 분의 충격은 더 큰 것 같았습니다.

그 후 다음과 같은 재미 있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임진왜란 때의 도공(세라믹 엔지니어)들이 납치 되어 같다는 것은 반만 진실이다. 대부분은 자신해서 일본 행을 선택했다." 이 얘기를 지금 하는 것이 재 견해를 설명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얘기는 이렇습니다. 임진왜란 때의 일본군은 (노예)장사 속으로도 조선인을 납치해 갔습니다. 그 중에 도공도 끼여 있었겠지요. 막부의 요구에 의해서건, 자발적이건 간에 세계최고 수준의 한국의 세라믹 엔지니어는 일본에서 보지도 못한 도기를 만들었습니다. 조선에서는 사람취급 받지 못했던 도공들, 노예의 입장인 도공들을 무사 지배 계급들(막부, 사무라이)의 주목을 받았던 것입니다.

한국에서 늘 천대 받던 도공들이 막부의 존경과 사랑을 받았습니다. 그러니, 막부가 아닌 다른 이들의 그들에 대우가 어떠 했겠습니까? 막부는 집도 주었고, 때로 아름다운 여인도 주었습니다. 도자기가 막부의 삶의 질을 개선했을 뿐만이 아니라, 장사가 되었기 때문이었겠지요. 그렇다면 그에 걸맞은 대우를 해 주는 것이 그 당시 일본의 분위기였던 것 같습니다.

다 그렇다고 말하지 못하겠지만 그들 중 많은 이들은 팔자를 고친 것입니다. 부와, 명예와 사회적 명성을 얻은 거지요. 막부나, 사무라이와 같은 일본 사회의 지배 무사계급은 아니지만 조선에서 돈 않되 는 탁상공론과 당파싸움(요즘 정치인들처럼)에 날을 지새고 한시나 달달 외우며 혼자 잘난 맛에 사는 소위 양반들의 허세와 멸시를 받는 조선에서의 그들의 위치에 비하면 하늘과 땅 차이였을 것입니다.

정유재란이 일어났습니다. 그때 막부의 사랑과 일본 사회에서 존경을 받던 도공들은 일본 군인들과 같은 배를 탔습니다. 고향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것이 아니 였습니다. 산속으로 숨어 들어가서 자기들처럼 팔자를 고치지 못하고 천대 받고 사는 옛 동료들을 스카우트하러 간 것 이였습니다. 일본에서 돌아온 친구들로부터 전혀 딴 세상 얘기를 들었던 당대 세계 최고의 조선의 세라믹 엔지니어들 중 상당수는 그 때 자발적으로 일본 배에 몸을 실었다고 합니다. 소위 기술 이민이지요.

이 일이 있은 후에 일본의 세라믹 기술은 조선을 추월 했고, 아직도 한국은 일본의 세라믹 기술을 쫓아가지 못한다고 하지요. 어디, 예가 세라믹 기술 뿐이 겠습니까?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이순신의 거듭된 승전의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내구성 강한 대포와 대포를 발사하더라도 끄떡 없었던 조선의 배 때문이 였습니다. 강한 내구성 때문에 일본배와 충돌을 하더라도 일본배만 박살이 났었기에 거북선이라는 전술을 사용할 수 있었겠지요. 대포를 제대로 발사할 수 없었던 일본배와 해전에서 100전 백승을 한 것은 당연했겠지요. 그래서 뛰어난 전략가인 이순신은 절대 지상전, 근접전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작전에 말려 들어 원균을 지상으로 내려운 원균은 손쉽게 당해지요. 원거리 기술전인 해상에선 도저히 게임이 되지 않으니…..

세계경제전쟁에서의 내구성도 떨어지고, 기능도 떨어지는 제품으로 아무리 마케팅의 천재가 재주를 부린다 할지라도 한계가 있다 믿습니다. 이게 엔지니어의 길을 선택한 우리들 대부분의 기본적 상식이라 믿습니다. 꼼수, 잔재주, 정치적 장난 그런 것보다 기본에 대한 충실함으로 밖에 승부할 수 없는 세계에 살고 있는 우리기 때문에 그럴 것입니다. 물론 우리들 중 소수는 정치꾼과 같은 이들도 있긴 하지만…..

그런데, 문제는 한국 사회는, 특히나 한국의 관료, 정치인들, 한국의 경영자들 대부분은 우리와 같이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한국 사회는 기본보다는 꿍수와, 연줄 뭐 그런 것으로 승부를 걸어야 빠른 곳이 아닙니까?

말이 새었는데,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이것입니다. 조선시대의 세라믹 엔지니어들이 조선을 바꿀 수 없었듯이 지금 한국을 바꿀 수 없다고 믿는 엔지니어들은 차라리 미국 행을 택하십시오. 일본에 기술 이민해서 이제 일본 국민이 된 선배들 보다는 훨씬 좋습니다.
 
앞서 말씀 드렸지만 저도 한국의 현실을 바꾸어 보려고 노력은 안 한 것은 아닙니다. 언젠가는 바뀔지 모르지요. 그러나, 적어도 가까운 미래에는 절대로 바뀔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 제 판단입니다. 도저히 바꾸지 못하는 현실이라면 빠져 나올 자유도 우리에게는 있습니다. 한국적 현실을 벗어날 수 있는 기회와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사람이라도 미국으로 탈출하는 것이 본인(과 가족, 특히 자식들)을 위해서도 남아 있는 엔지니어에게도 그리고 한국 사회의 빠른 진보를 도움이 된다는 것이 제 믿음입니다.

이렇게 하는 것은 한국의 기술발전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 제 확신입니다. 왜 그런지에 대한 이유는 다음에 말씀을 드릴까 합니다.

또 제 얘기를 해서 미안합니만, 저는 팔자를 고쳤습니다. 어떻게 달라 졌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도 다음에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사실 타국 땅에 뿌리를 옮긴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닙니다. 모두 다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예상치 못한 어려움 빠져 고민하는 사람도 많이 보았습니다. 한국에 자의로든 또는 타의로 돌아간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종합적으로 볼 때에 도전할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봅니다.

3년여 전에 왔던 사람들 중 대부분은 이제 한국에 돌아가지 않겠다고 합니다. 자신과 아이들의 미래를 보장해 주는 미국에 살겠다고 합니다. 심지어 어떤 이들은 미국에 충성을 때리겠다고 합니다. 한국에서 엔지니어로서 사는 현실 때문에 너무나 고민스러운 이들 중 많은 수가 미국에 오면 같은 애기를 할 것으로 믿습니다.

그럼 관심 있는 분을 위해 현실적으로 이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시나리오, 접근 방법, 전략 등등은 다음에 말씀 드리겠습니다. 관심 있으신 분은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아무쪼록 궁지에 빠진 한국의 뛰어난 엔지니어와 엔지니어 지망생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PS: 노파심에서 말씀 드립니다. 어떤 선택이 좋으냐는 주관적인 면이 아주 강하다고 봅니다. 적어도 제 경우는 미국에 오는 것이 좋았습니다. 이 글은 미국에 오는 것이 좋은 이들을 위해 적었습니다. 이게 옳고 저게 그르니 식의 흑백논리 식의 사족이 없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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