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탈출갈라잡이3-노동시장의 세계화와 기회와 위기 by 미국에 있는 놈

글쓴이
퍼오미
등록일
2002-03-05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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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은 미국에 있는 엔지니어들에게도 쉽지 않은 해였습니다. 닷컴이 붕괴되기 시작하면서 실리콘 밸리가 붕괴되었습니다. 도미노로 통신서비스, 장비회사들이 휘청 했습니다. 그리고 예전에도 그랬듯이 사람들을 정리함으로써 회사의 수익성을 손쉽게 회복하는 경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회사자체의 생존이 위협 당하는 글로벌 경쟁 체제에서 국내 시장의 제한 경쟁 체제에서나 있을 수 있는 직업의 안정성은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은 이제 상식이 되었습니다. 이는 우리가 바꿀 수 있는 변수가 아니라, 받아들여야 하는 조건이 되었다고 봅니다.

엔지니어의 몸 값이 떨어지고, 가치가 떨어진 결정적인 이유 중의 하나는 엔지니어는 의사, 변호사 등과 달리 봉급쟁이 계급을 탈출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의사나 변호사는 엔지니어보다 쉽게 자영업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즉, 가장 기본적인 먹고 사는 문제가 남의 의사에 의해 좌우되는 상황을 피할 수 있고, 혹 월급쟁이라 할지라도 백업 플랜이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엔지니어도 한국의 의사나, 변호사처럼 자영업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럴 공간이 미국에는 있습니다. 이 얘기는 다음에 기회가 되면 하겠습니다. 이 것도 제가 미국에 온 이유 중의 하나입니다.)

분위기가 뒤숭숭 하던 작년 중순에 인도친구가 한마디를 했습니다. "영국과 아일랜드에 지금 자리가 많다. 분위기 안 좋으면 그 쪽으로 뜬다." 한국에 있는 대부분의 엔지니어와는 달리 그는 세계 어디든지 갈 수 있었습니다. 그는 노동시장의 세계화라는 거대한 흐름에 희생되는 것이 아니라, 혜택을 보는 위치에 있었던 것입니다.

적절한 시기에 한국에 빠져나와 미국에서 경력을 쌓고 필요한 엔지니어 일을 할 정도의 아주 간단한 영어회화 실력만 갖추면 이 인도 친구와 같이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즉, 자격 증을 따고, 석사, 박사를 공부하는 것만이 스스로를 업그레드를 시킬 수 있는 길이 아니라는 것을 보았습니다. 노동시장의 세계화 시대에는 미국 직장에서의 (가능하다면 메이저급 회사) 경력과 실력(주로 간단한 영어회화)은 노동시장의 세계화 시대의 자격증이요 학위와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한국 엔지니어들이 한국에서 잘 대우받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한국 노동 시장에 갖혀 있기 때문이라 믿습니다.

한국에서 일할 때입니다. 대만 회사에서 어느날 갑자기 네트웍 칩을 발표한 것을 보고 깜작 놀란적이 있었습니다. 기술이라는 것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한 단계 한 단계 발전하는 것이라서, 히스토리가 없이 그런 통신 칩이 나온다는 것이 기적 같아 보였기 때문이였습니다. 기적은 없었습니다. 대만 회사는 미국 회사에서 오랬동안 그 칩을 만들어 오던 중국계 엔지니어를 스카웃 해서 여러 단계를 한꺼번에 뛰어 넘은 것이 가능했던 것입니다. 엄청난 수업료와 시간을 줄인 것이지요.

시스코의 한 팀은 아에 중국 사람으로 이루어져 있는 경우도 보았습니다. 또 다른 팀은 인도 사람들로 구성되어 두 팀이 경쟁을 합니다. 회사 내에서도 그들의 입김은 대단합니다.

인도인과 중국인들은 이 쪽 세계에서는 더 이상 마이너가 아닙니다. 10여넌전부터 실리콘 밸리, 보스톤, 워싱톤 외곽, 오스틴, 뉴욕/뉴저지 등을 점령한 이들은 수 많은 인도계 회사, 중국계 회사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들 회사는 미국회사의 경영, 마케팅, 엔지니어링 기술(DNA를)을 본국에 심는 첨병의 역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국의 입장에서는 부상하는 중국, 아시아 시장의 개척자들이겠지요.

몇몇 똑똑하고 큰 기업을 키워 경제 성장을 이루어낸 한국과는 달리 이들은 개인 개인이 미국에서 성공해서 본인도 잘 살고 본국을 살찌우고 있더군요. 여전히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한인 타운에 세탁소, 식품점 등의 소규모 비즈니스를 만드는 것에 주력하는 동안......

중국의 추격이 무서운 것은 수 많은 중국인 엔지니어들이 인텔, 시스코, 마이크로소프트, 루슨트테크노로지(Bell Lab.)에서 핵심적인 역활을 하면서 기술을 배우고 있다는 것입니다. 퀄컴의 칩이든, 루슨트의 광스위칭 장비이든 연구개발 환경을 구축하는 것 자체가 천문학적인 돈이 듭니다. 첨단 통신, 반도체, 운영체제 개발 회사에서 배우는 것들은 학교에서 절대로 가르치지 못하는 것입니다. 오직, 그 프로젝트를 참여하고 관련 장비와 툴을 직접 운영해보면서 개발해 본자만이 알 수 있는 기술이 있습니다. 그런 중국인들은 너무나 많습니다.

한국요? 삼성이 노력은 한다지만 미국의 메이저급 회사의 연구개발 환경과, 노력에 비하면 아직 한참 멀었습니다.

여기서 8시간 5일 근무하는 것과 한국에서 12시간 6일 근무하는 것의 노동생산성을 어떻게 비교할까요? 예측 불가능한 회의, 끝 없는 잡무, 계속되는 회식에 차 때고 포 때고 한국에서 연구를 할 때에는 밤일을 하지 않고서는 진도가 나가는 것이 거의 불 가능합니다. 여기서는 잡일이 전혀 없습니다. 8시간 몽땅 연구개발에 전념할 수 있습니다. 물리적 시간은 적게 투입했지만 순수 연구개발 시간은 한국보다 많습니다. 문제는 양보다 질입니다.

한국에서는 1~2명이 할 일을 여기서는 10명에게 줍니다. 한국에서는 하루면 할 일을 1주일을 줍니다. 대신, 수박  겉할기는 없는 것 같습니다. 디른 분은 어떤지 모르지만 적어도 제 경우는 그렇습니다. 연의 깊이가 다릅니다.

한국 엔지니어가 무식하고, 게을러서 펜티엄을 못 만들고, 경쟁력 있는 CDMA 모뎀칩을 못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고 봅니다. 제가 아는 평균적인 한국의 엔지니어들은 제가 만난 미국의 평균적인 엔지니어보다 뛰어납니다. 다만, 한국의 엔지니어는 자갈길, 모래를 달리고 있어서 진도가 안 나가고 있습니다.

과도한 일에 치이고, 엉망인 작업 환경에서 스스로를 자학하면서 엔지니어로의 삶에 회의를 느끼시는 분은 낙담하지 마세요. 대부분의 한국 회사와 비교하면 고속도로도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편하지만, 작업 생산성 높은 곳으로 오세요. 노가다는 고만 하시고.
 
(그렇다고 미국의 모든 회사가 이렇다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한국인이 세운 한국계 회사는 한국의 회사보다 더 엉망인 경우가 많습니다. 모든 미국 회사가 시스템이 잘 되어 있는 것도 아니지요. 제가 하는 얘기는 평균적인 미국회사 회사와 한국 회사를 비교한 것입니다.)

노동시장의 세계화의의 기회와 위기를 얘기하려다가 옆길로 한참 새었군요. (죄송...)

불황 때에 운이 없이 일자리를 잃은 능력 있는 한국계 엔지니어를 채어 가려고 작년부터 S전자의 인력관리 담당자가 바빴었습니다. 제 친구 중 하나가 그 분을 만났습니다. 이런 저런 얘기가 오가는 중에 인도 사람을 스카웃을 한다는 얘기를 듣고 제 친구가 이런 질문을 했었습니다. "한국의 청년 실업자가 많고 대학 졸업생들 취업을 못하고 있다는 데 인도 사람들을 채용하냐?"  담당자로부터 명확한 대답을 듣지는 못했지만, 뜻을 알아들은 친구로부터 들은 얘기는 다소 충격적이였습니다.

"그 회사는 요즘 졸업생들의 실력을 믿지 않는다. 차라리 인도, 중국 사람들을 싸게 데려 오는 것이 좋다. 싸고, 실력도 좋고, 불평이 없어서 다루기도 쉽다. 돈이 있으면 경력자들을 더 뽑겠다."

한국 엔지니어가 필요하다면 대우 좋은 외국 회사를 선택할 수 있듯이, 한국회사도 생존을 위해서 한국 공대 졸업생을 뽑지 않고, 러시아,  인도 또는 중국 엔지니어를 직원으로 채용할 수 있는 것입니다.

적어도 그 회사는 이런 식으로 노동시장의 세계화에 적응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적어도 그 회사는 노동시장의 세계화에 적응할 수 있을만큼의 세계적 지명도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선택이 가능 햇겠지요.

세계화 결과 국내용 기업처럼 국내용 엔지니어도 위험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절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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