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방위산업 관련과제의 예

글쓴이
포닥
등록일
2002-03-12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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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속한 그룹이 주로 국방성, 육군, 해군의 과제를 수행합니다.
대부분 중.장기 과제들이지요.

그런데 5 년짜리 과제의 경우에는 2 년이 지나면, 정밀 검토를 하여 추후 지원 여부를 결정합니다.

과제 심사는 해당기관의 책임자와 민간인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들이 합니다.
이 심사위원들은 해당기관에서 위촉합니다.
이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엔지니어 직업의 수명이 길어지는 이유를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심사위원들은 대부분 평생을 이 분야에서만 일한 사람들로 짜여져 있습니다.
소속 기관들도 다르고, 은퇴하신 분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기관의 위촉을 받고 자신의 명예를 걸고 심사하죠.
물론 과제 진행 기관과 이해관계가 있는 인물은 당연히 배제됩니다.

육군과 해군에서 준 서로 다른 과제에서 심사위원이 중복되는 경우는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경우에 문제가 되는 것 같지는 않더군요.

미국이란 곳이 술먹고 이차, 삼차가는 문화가 없습니다.
심사하러 왔다가 저녁은 같이 먹는 경우는 있습니다.
연구비로 먹지 않구요. 이곳 대학의 공대 학장께서 주재하시는 만찬이더군요.

어쨋거나, 평생을 한 바닥에서 돌고 도는 인생이니,
한번 나쁜짓 하면, 언젠가는 화를 당하게 되어있는 구조입니다.

바깥에서 보면 개방적인 사회인것 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면으로 보면, 상당히 폐쇄적인 면도 있습니다.
심사위원 스스로 평생의 명예가 걸린 문제이므로,
쉽게 유혹에 넘어가는 일은 없도록 되어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대부분의 과제 결과는 특정한 몇몇 학회에서 집중적으로 발표됩니다.
물론 이 학회에 정부기관의 과제 책임자도 참석하지요.
이들이 열린공간에서 과제 결과가 어떤 반응을 얻는지 함께 지켜본다는 것도
과제 심사의 공정성을 높히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젊을 때는 실제 현장에서 실무를 경험하고,
경험이 무르익으면, 과제를 책임지고 지휘해 보고,
그러고 나이가 들면, 과제를 심사하러 다니고...

이런 것이 엔지니어들의 일생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스템의 측면에서 보면, 우리나라와 크게 다른 것은 없습니다.
굳이 찾아 내라고 한다면, 과제 결과를 학회에서 발표하는 것에 비중을 많이 둔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과제 평가의 공정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그 학회에 연구비를 대는 사람들이 직접 찾아 와서 반응을 살피는 것이 또한 중요합니다.

이런 일이 자주 발생하지는 않지만, 과제 신청때 탈락한 팀은 학회에서 자신의 항변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 지는 셈이죠. 만일 과제 수행에 선택된 팀의 결과가 수준이하라면, 학회에서 얼마든지 씹을 수가 있는 것입니다.

이러 저러한 차이점이 있겠지만, 제가 생각하기에는 대한민국 과학자들이 어울려 술먹는 문화만 없애버리면, 머지 않은 장래에 많은 문제들이 해결될 겁니다. 말은 쉬운데, 가능할까요? 개인적으론, 회의적입니다.

어울려 술먹기 시작한 엔지니어들은 희망이 없습니다.
돈 쓸때, 비교 기준이 술값이 되어 버리거든요.
그리고, 젊은 엔지니어 타락시키지 않으면, 더 못 버틴다는 것을 잘 압니다. 그래서 일단 타락시키고 시작하죠.
술독에 빠져 허우적 거리며, 대한민국의 과학의 미래를 붙잡지는 못합니다.'






  • 류근호 ()

      미국 국방 관련 과제는 두 군데 줘서 냉혹하게 비교시키기도 하더군요. 목숨걸고 과제수행하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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