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서의 언어습득 방법론

글쓴이
김덕양
등록일
2002-03-12 07:47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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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건
-들어가며

 외국에서 생활하게 되면 가장 큰 걱정이 언어소통 문제일 것입니다. 생활 환경이나 문화차이 또한 나름대로의 영향이 있겠지만, 말 잘 안통해서 힘든 일과는 비교하기 곤란하겠죠.

 대학교부터 미국서 다닌 제 친구 녀석한테 들은 이야기로 시작하겠습니다. (참고로 저는 한국에서 석사까지 마치고 왔습니다.)

 "미국 오래살면 영어 잘하게 될 줄 알았는데, 결국 배운것은 영어 덜 쓰고 살아가는 방법이야."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개인차가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외국에 와서 금방금방 적응해가면서 그 나라말을 쉽게 배우는 사람도 있고, 꽤 오래 살았는데도 불구하고 그냥 어느정도 수준이상을 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어떤 방법이 가장 효과적인가?

 1. 무조건 그 나라 사람과 어울려라.

 쉽게 말씀드려서 그 나라말 잘하는 이성친구 사귀는게 가장 좋다는 거 다들 아실것입니다. 많은 시간을 서로 붙어다니면서 계속 이야기하게 되니까 당연히 금방 또는 한꺼번에 많이 외국어가 늘게 되는것 같더라고요. (읔. 제가 그런 케이스라고 생각하시는 분들 참아주십시오. 저 영어도 잘 못하고 여기 미국에서 미국말하는 여자친구 사귀어 본 적 없습니다.) 하지만 이미 결혼을 하셨다든가, 또 다른 현실적인(?) 문제로 이성친구를 사귀실 수 없으신 분들. 많죠. 결국 외국 남자/여자친구가 아니더라도 보통 편하게 만나는 외국친구들을 만드는 수 밖에요. 힘들다고요? 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 제가 아는 분중에 한 분이 영어를 참 잘하시는데 (이성친구 안사귀고) 그 분 말씀이 한국에서 부터 영어하는 사람만 보면 밥사주면서 쫓아다녔다고 합니다. 하물며 이 나라에 수도 없이 깔린 미국인(미국의 경우로 예를 들어서)한테 접근을 못할 이유가 전혀 없죠. 어떻게든 껀수를 만들어서 식사약속을 하든지 아니면 집으로 초대를 하든지 하는 식으로 사람들과의 접촉 횟수를 늘여가는게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그렇다고 집에서 파티를 너무 자주 여시면 재정파탄에 빠지실지도. ^^) 만나서 말이 되든 안되든 계속 이야기하고 상대방이 말하는거 듣고 이런식으로 자기가 빠르고 정확하게 말할수 있는 어휘나 문구들을 조금씩 늘려가는게 가장 큰 도움이 되리라 믿습니다.

 저는 미국애랑 같이 1년동안 룸메이트를 한 적이 있었는데 나름대로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미국애가 어떻게 생활하고 어떤 생각을 하고 사는지 옆에서 곁눈질 해볼 수 있는 참 좋은 기회였습니다. 싱글이신 분들은 좀 짜증나더라도 기숙사에서 지내시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아무래도 외국사람들이랑 많이 어울리게 될테니까요.

 2. 스포츠나 영화를 집중적으로 공략하라

 사람들 자꾸 만나면 뭐합니까? 할 말이 없는데...남자들은 주로 스포츠를 좋아하니까 농구니 야구니 미식축구니 때로는 자동차경주까지 섭렵해서 말할 거리를 자꾸 만들어나가야합니다. 생각외로 스포츠 중계 보는 것도 그렇게 쉽지가 않습니다. 자기들끼리 중얼거리고 잘 모르는 어휘들을 마구 써버리기 때문이죠. 저요? 저 스포츠 별로 안 좋아합니다. 그래서 영화를 주로 봅니다. 그래서 그런지 친한 외국 친구들은 취향이 조금 여성적인 사람들이 많죠.-_-;;

 영화의 장점은 Video나 DVD를 통해서 계속 여러 번 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가급적이면 액션물은 비해주십시오. 왜냐고요? 대화는 별로 안나오고 멋진 장면만 좌좌작 깔리잖아요. -_-;;; 제가 가장 권해드리는 것은 로맨틱 코미디입니다. 처음 시작하기에 마음 편하고 나름대로 희극적인 구석도 많아서 질리지 않고 여러번 반복해서 볼수 있거든요. 무뚝뚝하신 남자분들은 아내분이 계시다면 you've got mail 이나 what women want 같은 영화들은 같이 보시기에도 참 무난합니다. 계속 여러 번 같은 영화를 보다보면 처음에는 subtitle 없이는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가도 나중에는 대사를 하나씩 외우게 될 정도가 되고 결국에는 그렇게 하나하나 외우게된 대사들이 실생활에 쓰여지게 됩니다. 그리고 다른 영화들을 자주 보다보면 또 자주 대하게 되는 얼굴들이 있죠? 영화배우들입니다. 어느 배우가 어떤 영화에 나왔다더라 어떤 감독이 그 영화 찍었다더라 정도는 안되더라도 영화 배우 이름들 외워놓는 것도 꽤 도움이 됩니다. 저는 아직도 미국친구들이 자기 소개하면서 이름을 대거나 누구 다른 사람 이야기하면서 이름을 대면 참 알아듣기 힘듭니다. 미국 사람들 이름이 머릿속에 안들어와있기 때문인데요, 기억도 잘 안되고 스펠링도 어떻게 되는지 전혀 감이 안잡히고. 곤란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닙니다. 그나마 배우들 이름이라도 자꾸 봐두면 사람들 이름 외우는게 훨씬 낫지 않을까요?

 같은 맥락으로 티비에서 하는 드라마도 참 도움이 많이 됩니다. 저는 처음 미국 왔을때 같은 연구실에 있던 친구들이 friends 니 seinfeld 밖에 이야기를 안해서 도무지 적응이 되지를 않았습니다. 이러한 드라마의 단점은 비디오로 녹화를 떠놓지 않으면 그냥 rerun 되는 거 죽어라고 보는 수 밖에 없다는 것이죠. 요즘 한창 뜨는 sex and the city 나 ally mcbeal 는 DVD 도 나와있는 것 같더군요.
 
 3. 전공 서적만이 아니고 다른 교양서적 등을 보자

 신문을 구독하면서 날마다 나오는 헤드라인 가지고 화제를 삼는것도 좋습니다. 아니면 책 사다가 보세요. 소설 좋아하시는 분은 소설 보시고 아니면 요즘 사람들이 많이 읽는 처세술류의 책들...Jack Welch 가 쓴 Jack: Straight from the Gut 같은 책들은 나름대로 전공관련 먹고사는 이야기도 나오고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거리도 되고 해서 쓸만합니다. 형광펜 들고 다니면서 줄그으면서 보고 있노라면 조금 쪽팔리기도 하지만 어떻게 합니까. 영어 못하는거 사실인걸요. 근데 제 생각엔 책에 들어있는 용어나 문구들 보다는 영화에 있는 것들이 더 쉽게 머릿속에 들어오고 또 계속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발음에 대한 걱정도 상당히 덜어주고요. 이건 여담인데 제가 아는 선배님 한 분은 길거리의 상점 Duane Reade 를 어떻게 발음해야될지 한참 고민하셨던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그런 경험 없으십니까?

 언어습득의 왕도니 뭐니 이런거 잘 알지도 못하고 사실 아직 영어 잘하지도 못합니다. 그래도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계실 것 같아서 제 입장에서 몇 자 적어봤습니다. 꼭 미국에서만이 아니고 어느 외국을 가든지 어느정도 적용이 될 수 있는 이야기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글을 읽고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신 분들께서는 과감히 추천해주세요. 열심히 노력하고 그에 따라 정당한 보상받는 사회가 과학기술자가 추구하는 미래사회입니다.

 김 덕양 드림.

  • 포닥 ()

      음.... 비결이 이성친구 사귀는 것이군요..... 사람 만나길 싫어하는 성격부터 고쳐야 겠네요..... 영화는 많이 보러다니는데, 아직 효과를 보지 못했습니다, 대사가 적어서..

  • 김용수 ()

      요번에 미국 간 형은 영화보다는 뉴스를 권하더군요... 영화는 화면에 빠지다가 대사 놓치기 쉬어서...

  • 류근호 ()

      비결은 노력인데요?

  • 김덕양 ()

      제가 강조를 못해드렸는데, 영화가 좋은 점은 반복학습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뉴스를 녹화해서 보는 것도 좋겠지만 금방 질리겠죠. 적어도 영화는 3-4번 재미있게 볼수 있죠.

  • 김덕양 ()

      그리고 영화에서 나오는 대화는 실제 생활에 쓰이는 소위 잘나가는 말이란게 중요합니다. 일상대화(colloquial + slang) 입니다. 기사(news)체나 문어체가 아니고.

  • 권용우 ()

      젊은 분들이라면 American Pie I & II 강추입니다. ㅋㅋㅋ

  • 권용우 ()

      거기 나오는 슬랭들 거의 다 미국 젊은애들이 허구헌날 쓰는 말들입니다. 영화도 재밌고. ^^

  • 권용우 ()

      어이~ 김덕양 홧팅!!!

  • 동감 ()

      좋은 방법들입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본인의 의지이겠지요.

  • 동감 ()

      그리고, 제 생각은 슬랭을 배우려 노력할 필요 없다고 봅니다.  기사체나 문어체.. 어쨌던 정석은 통하게 되죠.

  • 동감 ()

      외국에서 사는 한국사람들... 영어늘려면 한국 비디오를 줄여야죠.  제가 아는 80%이상 사람들이 한국 비됴에 빠져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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