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데스크칼럼]주한미군은 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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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요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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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1-06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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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핵심을 잘 짚은 것으로 생각되는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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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주한미군은 은인?



한미동맹 50주년을 맞은 새해 초부터 주한미군 철수 논란이 곳곳에서 피어오르고 있다. 지난해 여중생 사망사건과 반미시위의 연장선에 놓여있는 이번 논란은 대선국면에서 펼쳐진 촛불시위의 본래 의미가 변질돼 정치화·폭력화되고 있다는 주장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이 촛불시위가 지나치게 반미에 기울고 있으며 특히 시위과정에서 등장한 주한미군 철수 구호가 문제라는 것이다. 지난해말 시위대 일각에서 미군철수란 구호가 흘러나오면서 자칭 우익들은 패닉에 가까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패닉 정도는 아니더라도 미군 철수 주장은 상당수 시민들의 불안감을 건드리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북한 핵문제가 악화되는 시점이 더욱 그렇게 만들었다. 그런데 이 주한미군 철수 논쟁은 어제 오늘이 아닌, 지난 수십년간 지속돼 온 문제란 사실을 되새겨보아야 한다. 미군이 남한땅에 머문 것은 이미 반세기가 훨씬 넘었다. 또 주한미군 문제는 ‘즉각 철수·자주통일’에서부터 ‘철수는 곧 적화·자해행위’라는 경고까지 양 극단에 선 주장을 담아왔다. 이처럼 극단적인 주장들이 벌이는 소모적 논쟁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몇개의 논점을 정리해 볼 필요가 있다.

그것은 과연 미군은 우리에게 은인인가, 미군이 지키려는 것은 무엇인가, 미군은 철수주장에 따라 철수할 것인가의 문제다. 미군이 한국의 은인이란 생각은 아직도 반공교육 세대에 뿌리깊게 남아있다. 그러나 남북관계 진전과 냉전해체에 따른 좌파 수용의 분위기에 따라 이같은 의식은 점차 희석되고 있다.

최근 미국 보수파들 사이에서도 한국에서의 반미감정 확산에 불쾌감을 감추지 않고 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의 보수파 논객 윌리엄 새파이어는 지난 연말과 올해초 2차례 걸쳐 칼럼을 통해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했다. 그의 논지는 “북핵문제를 유엔으로 가져갈 게 아니라 주한미군을 철수하고 대화는 한국인들끼리 하라고 하라”는 것이었다.

헤리티지 재단의 에드윈 퓰너 이사장은 “한국정부가 원한다면” 미국 의회가 주한미군을 철수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재단이 지난해 10월18일자로 내놓은 북핵관련 보고서는 한·미공조체제 강화를 주문하면서 필요할 경우 현재의 주한미군을 증강해야 한다고 결론내리고 있다. 이같은 모순적 입장으로 미루어 미국 보수파의 미군철수 주장이 현실화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리영희 교수는 지난 수십년간 남한은 주한미군의 존재 없이는 목숨을 부지할 수 없을 것이란 ‘자기최면’에 빠져있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한·미관계에 불협화음이 일 때마다 미국이 ‘미군철수’라고 한마디 외우기만 하면 한국정부와 대중은 무릎을 꿇고 목숨을 애걸하곤 했다는 것이다. 리교수는 주한미군과 한국의 안보는 (한국의 국익이 아니라) 미국의 국익에 따른 것이라고 단언한다. 여기서 국익이란 한반도 전쟁 억제를 통한 동북아 지역안보·패권 유지라는 사실은 미국 정부 책임자들도 공언해 온 것이다.

미국은 현재 세계패권전략에 기초한 5개 군사령부를 통해 세계의 경찰 역할을 하고 있으며 해외에 20여만명이 넘는 군대를 주둔시키고 모든 대양에 항공모함 전단을 배치하고 있다. 새파이어는 “미국은 제국주의 세력이 아니기 때문에 미국이 필요없다고 결정한 나라에는 있을 자리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역시 ‘제국’으로 표현될 수밖에 없는 나라이다.

결론적으로 미국이 동북아와 한반도에서 지키려는 것은 자국의 이익이며 따라서 한국과 미국에서 나오는 미군철수 주장에 지나치게 과민반응할 이유는 없다. 이미 1953년 당시 36만명이던 미군은 수차례 감축돼 3만7천명으로 줄었다. 한반도 안보환경이 급변하고 있다는 사실은 오히려 진정한 의미에서 ‘자주국방’ 자세의 필요성을 더해준다.

촛불시위와 관련한 반미 대(對) 반전·평화 논쟁 문제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이다. 미국은 9·11 이후 어느 때보다도 더 일방주의적 호전성을 보이고 있으며, 평화를 원하는 국제여론에도 불구하고 이라크 침공을 곧 감행할 것으로 관측된다.

전세계의 반미운동은 바로 이런 미국에 대한 비판이다. 인권과 정의, 평화란 간판을 내걸되 평화공포증에 걸린 듯한 미국 패권주의에 대한 거부의 표현인 것이다.


〈김철웅/국제부장〉



최종 편집: 2003년 01월 05일 21:51:55

  • 준형 ()

      미군이 철수를 한 한국이 여전히 북한보다 강하다면 그들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 소요유 ()

      강한 정도가 문제겠죠. 병법에 상대보다 적어도 3배의 군사력이 있어야 공격이 가능하다고 했는데.....

  • 무소유 ()

      미국을 은인이라고 생각할 필요도 없지만 그렇다고 아무대안 없이 미군나가라고 할순 없죠. 자주국방은 당연히 이루어야 겠지만 자주국방의 기준을 어디에 두고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짧게는 대북한전력 길게는 중국, 러시아 그리고 일본에 대한 전력이 자주국방의 기준이 될겁니다. 그런데 북한이 핵을 갖고 있다면 이는 얘기가 180도로 틀려집니다. 우리에게 없는 전력(핵, 생화학)을 북한이 가지고 있는 이상 현재 우리의 전력은 북한을 능가하진 못합니다. 

  • KimDH ()

      한 가지 덧붙이면 주한미군이 한국에서 하는 중요한 역할 두 가지는 "전쟁억제력"과 "정보수집"입니다. 미군이 한국에 있기에 북한이 남으로 마음놓고 쳐들어올수 없는 것이고(개인적으로 별로 맘에 안 드는 부분이지만) 주한미군의 전신이라는 제 2사단의 주역할은 대북관련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니깐요. 주한미군이 없다고 가정한다면, 미군이 하던 정보수집을 우리가 계속 이어받아야 하는데 그 비용이 장난이 아니랍니다..-_-;;

  • KimDH ()

      현재 한국의 상황으로 보면, 무조건적인 반미는 우리에게도 별로 좋지 않은 일입니다.주한미군이 있다면 북한의 전쟁도발가능성을 그만큼 낮출수 있으니까요...

  • 수험생 ()

      윗분 말씀에 덧붙입니다. 현재 전쟁 발발시 가장 먼저 민감하게 반응하는곳은 첩보 수집이겠죠? 그런데 사실상 대한민국 군인 중에 첩보에 대한 담당자가 얼마나 될지.. 그것만 봐도 극명하게 나타납니다. 이른바 주도권을 뺏긴 셈입니다. 하루속히 그쪽 기술이라든지 인력 보충을 해야 하거늘..군대하고 정치하고 같은 점이 있다면... 일단 까고 보자는 심리.

  • 수험생 ()

      이러니 국가 안보의 핵심은 건들지도 못하고 질질 끌려다니는거 아니겠습니까? 왜 우리나라만 장거리 미사일개발을 못하게끔 조약에 서명해야 하는건지..불평등 조약 아직도 많은데 단순히 소파 협정만 가지고 따질게 아니고 국제적으로 확실히 주권을 내세워도 시원찮을텐데요. 할말 많지만 논쟁거리가 많아서 이만 줄입니다.

  • muroi ()

      후후, 주한미군이 육군 땅개들로 구성되어있는줄 아는 바보같은 논설이군요. 현재 주한미군의 가장 큰 역할은 각종 항공 위성사진 및 적정 정세 판단을 위한 정보전 기능에 있습니다. 단순한 3만6천명을 보충하는 것으로 자주국방이 된다면 하하. 참고로 한국 공군의 정보 수집 능력을 한번 살펴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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