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과 인간

글쓴이
소요유
등록일
2003-01-30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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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7건
좀 심각하지만 심각하지 않게 이야기 하나 해보렵니다.



언론을 통해서 뉴스를 보신 분들이 있겠지만 지난 몇주간 제가 있는 호주 수도 캔버라 (이들은 act, austrlian captal teritory라고 부릅니다)에 대형산불로 인해서 수백채의 가옥이 탔습니다.  이 불은 캔버라를 둘러쌓고 있는 뉴사우스웨일즈 주 (주 수도가 시드니. 사실은 갠버라가 이 뉴사우스웨일즈주의 동남쪽 끝에 위치해 있습니다)와 남쪽에 인접한 빅토리아주 (주 수도가 멜보른) 사이에 북쪽에서 남쪽으로 길게 뻣어있는 호주의 국립공원 중에 하나인 통칭 'snowy mountains' 지역에 지난 1월 8일경 불이 나서 10일후인 1월 18일나 결국에는 호주 연방 수도인 캔버라의 70% 지역을 태우고 말았습니다. 

뭐 개인적으로 이 산불로 제 연구소 시설과 건물, 그리고 장비가 90%쯤 탔는데 다행스럽게 제 연구실이 있는 연구동 등 연구원들과 학생들의 (대학에 소속된 research school이라 연구소에서 학생 교육도 담당합니다. 이름하여 연구중심대학) 연구실, 그리고 컴퓨터실이 있는 동등 건물 두 동 살아남았습니다. 2주전에 일어난 불로 아직 제 연구실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고 임시 연구실에서 '놀고'있습니다.

지난 1월 18일 토요일 산불은  습도 10%이하, 온도 38도, 바람 60~100km/h에 이르는 산불나기 최악의 조건을 갖춘 날 남서쪽으로부터 캔버라를 덥쳐서 불과 2시간만에 대전의 유성구와 대덕구를 합친 정도의 넓이에 있는 산림과 가옥 500채를 전소시켰습니다. 기록에 의하면 이날 불이 불과 2분만에 600m를 전지했고, 집한채 타는데 불과 20분 걸렸다는군요. 

캔버라는 그 면적이 대전 혹은 서울의 3배 정도 넓이에 주거지가 약 30%, 그리고 산림 지역과 농업지역 (초지)이 약 70%를 차지하는 구조로 되어있고, 주거지의 넓이가 서울시 정도인데 거기에 약 33만명이살고 있는 전형적인 계획된 전원도시로 나무와 공원이 아주 많습니다. 


뭐 사실 불난 이야기를 하고자 했긴 했지만  산불의 문제를 인간의 문제와 더불어 생각해 보자는 생각에서 이 이야기를 꺼낸 것입니다.

호주에서 산불은 자연적인 것으로 이해하기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즉 산불 자체가 호주 자연의 일부로  생각하기 시작한 듯합니다. 그래서 이들의 진화작업은 진화라기 보다 '조절' 이라는 것이 어울릴 정도로 주거지역으로 번지지 않는한 적극적으로 불을 끄려고하지 않습니다. 뭐 워낙 넓은 지역에 소방관이 많지 않은 원이도 있겠지요.

호주 원주민이 애보리진인데 이 원주민은 수천종족으로, 현재 약 17만명 -호주 인구는 약 1950만-이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이 1800년대 초만 하더라도 약 30만이 호주 대륙에 살았답니다. 인종적으로는 자바원인의 후예가 아닌가 하는 설이 있습니다. 애보리진의 인종적으로 뉴질랜드 원주민이 마오리족이나 폴리네시아의 다른 인종들과는 다르답니다.  그런데 최근 이 호주원주민이 애보리진들의 ㅈ연친화적인 산불 콘트롤에 대하여 호주 학계에서 주목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호주의 대표적인 나무가 바로 유칼립투스로 호주 산림의 대부분이 이 나무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 종류만도 수천종이나 된답니다. 이 나무는 겉모양이 우리나라의 버드나무 비슷한데 버드나무보다 단단하고 기름기가 많은 그런 성질의 나무입니다. 이 나무는 가물면 나무 잎에서 휘발성이 강한 기름 증기를 내뿜게 된답니다. 그래서 벼락에 의해서도 쉽게 산불이 인화됩니다.

그런데 새로운 학설은 바로 호주 자연의 산불 유도설입니다. 즉 가물면 유칼립투스는 자신의 생존과 경쟁자들의 제거, 그리고 재로인한 토양의 자양분 축적과 더불어, 가장 중요한 종족 번식을 위하여  산불이 나기 쉬운 조건으로 만들어 산불을 유도한다는 겁니다. 재미있는 것은 유칼립투스 중 많은 종류는 씨가 불에 타거나 끓는 물에 담가야 발아를 하는 넘들이 많습니다. 한편 이넘들은 가지가 다 타고 둥치만 남아도 다음해가 되면 다시 거시 움이터 가지가 자라 2~3년이 지나면 산불난 흔적이 없어집니다.

그래서 그런지 원주민인 애보리진들은 전통적으로 몇년 주기로 산림에 불을 놓아 산불피해를 예방했다는 것이 새로운 산불 대처법의 골자입니다.

최근의 산불피해는 사실 산불에 약한 소나무 등, 외부에서 들어온 나무들이 피해를 크게 입었습니다. 소나무는 잘 아시다시피 연기만 쏘여도 고사됩니다. 아마 호주 나무들은 산불에 강해지도록 진화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호주의 나무들은 겉으로 보아도 물기가 없어 보입니다. 건기에도 물을 모으는 성질이 있는 것 같지는 않고요. 숲에 들어가도 촉촉하다는 느낌이 없습니다.

  • 준형 ()

      자연이란 참 무서운 것입니다.

  • 배성원 ()

      그리고 거대하죠.

  • 배성원 ()

      저는 산불도 그렇고 특히 태풍같은 거대한 지구적 움직임에 놀랄때가 많습니다. '온도차이에 의한 공기의 흐름'..실험실에서 사람이 만든 그 흐름의 크기와 자연이 만든 태풍이라는 것의 위력을 한번 비교(?)..비교도 안돼겠군요. 비교하는 것 자체가 모독일정도지요. 정말 거대합니다......

  • 인과응보 ()

      대단한 자연이군요.

  • 샌달한짝 ()

      산불과는 무관한 얘기지만...  캔버라가 불에 많이 탔다니 가슴아프네요. 다시 예전 모습을 찾을 수 있을 런지요. 언제고 다시 돌아가고 싶은 곳입니다.^^

  • 최성우 ()

      호주는 몇년 전에 한번 가보았습니다만...  유칼립투스 나무면 '코알라'가 나뭇잎을 주식으로 삼는 바로 그 나무이군요...  (유칼립투스 나무에 수면제 성분이 들어있어서 코알라가 하루에 열댓시간 이상을 잠만 잔다는 우스운 얘기도 있다고 합니다만..^^)  그건 그렇고...  소요유님이 얘기하신 호주 자연의 '산불 유도설'에 (제가 전문가는 아니지만) 상당한 수긍이 가는군요...  자연도태이론은 거기에도 예외없이 적용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원주민의 지혜'는 역시 간과해서는 안되는 부분입니다.  언젠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세계회의' 등에서 "원주민의 지혜를 최대한 존중한다' 라는 조항이 공식적으로 채택된 적도 있지요... 

  • 최성우 ()

      좀 다른 예이긴 합니다만, 에스키모 원주민들은 눈과 얼음을 구조나 형태에 따라 40여가지 이상으로 구분하고, 따로 지칭하는 용어가 있다고 합니다.  문명인들이 보기에는 모두 똑같이 그냥 눈(snow), 얼음(ice)으로 불릴 뿐이지요...  또한 지금도 세계적으로 쓰이는 약의 80% 이상이 세계 각지 원주민들의 토속 처방에서 유래된 것이라고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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