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푸대접] 토종박사들 외국서 거액연봉 ‘손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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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4-01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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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오하이오 주립대 이창건(李昌鍵·35) 교수는 서울대 컴퓨터공학과에서 학·석·박사 학위를 받은 ‘토종’ 박사 출신이다. 박사 학위를 받은 후 연봉 3500만원에 모 대기업 연구소에서 2년 동안 근무했다. 이 교수는 실시간 시스템과 관련해 세계적인 저널에 3~4편의 논문도 실었다. 그러나 이 교수는 서울과 지방대학의 교수임용에 번번이 낙방했다.

“한 대학에서는 ‘실력은 인정하지만 해외 박사들을 우선적으로 뽑는 게 원칙’이라고 솔직하게 털어놓더군요.”

낙심한 이 교수는 혹시 하는 심정으로 미국 대학 몇 곳에 노크를 했다. 뜻밖에도 미국 공대 랭킹 20위권의 오하이오 주립대학이 이 교수의 논문에 큰 관심을 보이며 작년 8월 억대 연봉을 제시했다. 이 교수는 “해외경험 여부 보다 논문 내용에 더 주안점을 두고 뽑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공계 기피현상으로 의대(醫大) 인기에 밀리고, 해외파 박사들에 비해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던 토종 공대 박사들이 해외 대학과 연구소에 속속 진출하고 있다. 서울대 공대 한민구(韓民九) 학장은 “5년 전만해도 외국에 채용되는 토종 박사가 손에 꼽을 정도였으나, 요즘은 한해 졸업생 250여명 중 20%에 달한다”고 말했다.

국내 한 연구소에서 임시직으로 150만원씩을 받으며 일했던 KAIST 수학과 박사 출신인 전송찬(33) 연구원은 작년 10월 세계적인 핵 연구시설인 미국 로스 알라모스 국립연구소에 연봉 8000만원에 채용됐다. 전씨는 “한국에서 교수 생활을 하고 싶었으나 외국 경력 없이는 엄두도 낼 수 없었다”고 말했다.

2000년 서울대 전기공학부에서 최고 박사 학위 논문상을 받았던 이경호 박사는 석사 때부터 해외 창업을 시도해 미국 실리콘밸리에 GCT반도체라는 회사를 창립했다. 무선통신 통합 솔루션을 공급하는 이 회사는 작년 12월 3800만달러(약 456억원) 수주에 성공해 미국 언론에도 소개됐다. 이 박사는 “국내 박사출신이라는 멍에에 얽매이지 않고 실력만 있으면 미국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은 최근 국제 학술지에 실리는 국내 박사들의 논문이 늘면서 해외에서 인지도가 높아진 탓이 크다. 서울대 공대 기계분야의 경우 교수 1인당 국제 과학논문인용색인(SCI) 학술지 발표 논문수가 평균 3편으로 MIT(1.9편)와 스탠퍼드대(2.5편)를 웃돌 정도다(2002년기준). 정덕균(鄭德均) 서울대 전기·컴퓨터공학부 교수는 “미국 인텔·AMD 등 세계적인 반도체 회사 간부들을 만나면 ‘졸업생 좀 추천해 달라’고 부탁해 놀랄 때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 대학에서의 토종 박사 푸대접은 여전하다. 포항공대 박사 출신의 장영태 뉴욕주립대 교수는 “재작년 미국 교수직을 지원할 때 국내에도 여러 곳에 지원했지만 한 군데서도 오퍼를 받지 못했다”며 “간판만 보고 뽑는 관행이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李世珉기자 johnlee@chosun.com )

(崔奎珉기자 min4sally@chosun.com )


어제 조선일보에 실린 기사이네요.
국내박사 출신들에게는 희망적인 기사이지만 한편으로는
뛰어난 국내인력들을 알아보지 못하는 사회현실이 안타깝기만 하군요.

  • 익명좋아 ()

      외국박사학위 취득자들은 못오게 하고, 국내 박사학위자들은 해외 유명 대학으로 취업나가게 하면 참 좋을 것 같아요. 고정관념도 180도 바뀌고...토종박사님들이여 세상은 넓고 할일은 많다!!

  • 뭘 봐? ()

      문제는 전문연구요원에 걸려서 못나가는 박사들이 많답니다. 공익근무요원중 예술,체육요원과 비교해보면 혜택을 받는 사람이 많기는 하지만 반대급부가 너무 가중돼 있습니다. 기간도 모자라서 종사지까지 제약이 있으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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