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상' 국내 대입 경쟁이 국제망신 초래

글쓴이
정문식
등록일
2003-07-23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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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 소재 미국국제학교(JIS)에 다니던 한국인 학생들이 학기말 시험지를 훔쳐 응시한 사실이 들통나 무더기로퇴학당한 사건은 학부모들의 그릇된 교육열과 학생들의 짧은 영어실력, 과열된 국내입시경쟁 등이 어우러져 빚어졌다.
JIS는 사건 발생 직후 진상조사를 벌여 시험지 절도에 가담한 한국인 학생들이평소 학교수업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자 학기말 시험 과락에 따른 유급을 피하기위해 학교 경비원을 매수해 시험문제지를 몰래 빼돌린 사실을 확인했다.

상당수 한국인 학생들은 12학년 졸업 후 한국 대학 진학을 목표로 공부하느라이중적 수업부담을 안고있는데다 영어실력이 크게 떨어져 매학기 기말시험을 앞두고견디기 힘든 심리적 부담을 느껴온 것으로 학교측은 파악하고 있다.

국내 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은 방과 후 사설학원 강습이나 개인 과외수업을 통해 논술 및 국어, 수학을 공부하느라 JIS에서 거의 매일 내주는 숙제를 소화할수 없기 때문이다.

그 결과, 학생들은 상당한 분량의 독서와 장시간의 준비없이는 불가능한 수업시간 퀴즈나 발표 능력에서 다른 외국인 학생들에 비해 현저히 뒤지는 상황에서 기말시험 성적마저 저조할 경우 유급될 것을 우려, 시험지 절도 유혹을 느꼈을 것으로학교측은 판단하고 있다.

퀴즈와 발표, 기말시험 등을 합산해 산정하는 매학기 학력평가에서 F학점을 받게 되면 다음 학기에 해당 과목을 다시 이수해야 하고, 그럴 경우 정상 졸업이 어려워지는 사태를 모면하기 위해 범죄유혹에 빠졌을 개연성이 높은 것이다.

한국인 학생들의 영어실력도 시험지 절도사건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언어적응이 유리한 초등학생 때부터 JIS에서 공부한 경우 영어실력이 거의 문제되지 않지만 중.고교 시절 전학온 학생들은 언어소통에 장애를 느껴 상당기간 수업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고민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고 , 일부 학생들은 아예 자퇴한다는 게 학교 관계자의 설명이다.

또 학생들이 어눌한 영어실력을 부끄럽게 여겨 교내에서 이국인 학생들과 대화를 가급적 기피한 채 한국인 친구들하고만 어울리는 바람에 학교생활 적응과는 거리가 멀어지는 사례도 빈번한 실정이다.

학생들은 국제학교 적응도 쉽지 않은 형편에 방과 후 국내 대학 특례입학 시험을 준비하느라 스트레스가 누적되자 술과 담배에 빠지는 등 각종 일탈행위를 서슴지않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고 학교 관계자는 설명했다.

JIS에 다닐 경우 이 같은 문제점이 우려되고 거액의 학비가 소요됨에도 불구,학부모들은 영어실력 향상과 특례입학을 통한 국내 명문대 합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려는 욕심 때문에 자녀들을 앞다퉈 이 학교에 입학시켰다.

자카르타에는 현재 한국국제학교(JIKS)를 비롯해 JIS, 영국국제학교(BIS), 호주국제학교(AIS) 등 다수의 국제학교들이 운영되고 있으나 한국인 학부모들은 연간 수업료 1만2천달러(2천200만원)로 가장 비싼 JIS를 최고로 선호한다.

그 결과, 수 십개 국적의 외국인 학생들이 재학중인 JIS에는 한국인 학생이 미국인 다음으로 많은데다 추가 입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줄서 있어 학교측이 한국인학생들의 입학 인원을 엄격히 제한하는 실정이다.

일부 학부모들은 자식을 일단 JIS에 보내 특례입학 형태로 국내 명문대학에 진학시키려는 목적으로 거주지를 한국에서 자카르타로 무작정 옮겼다가 입학이 좌절된경우도 있다고 교민들은 전했다.

JIS는 한국인 학생들의 선풍적인 인기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대 이슬람국가인 인도네시아에서 서방인을 겨냥한 테러위협이 잦아 장기간 휴교하는 등 수업이 파행적으로 이뤄지는 문제도 있었다.

JIS는 테러공포가 확산되자 작년 11월 크바요란과 폰독인다 소재 캠퍼스 담장을대폭 높이고, 교실 창문에 방탄 유리를 설치한데 이어 교정 주변에 민간 경비원 말고도 무장 경찰관과 군인을 배치했었다.

한편 충분한 준비 없이 자녀들을 무작정 JIS에 입학시켜 국내 대학에 진학시키려는 학부모들의 비뚤어진 교육관이 개선되지 않는 한 국제적 망신거리가 될 수 있는 시험지 유출과 같은 유사 사건의 재발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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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보다 나은 삶'-구체적으로 말해서 '신분 상승'-이 교육을 받는(또는 시키는) 현실적 이유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그것이 교육을 받는 유일무이한 목적이 된다면 '사람다운 사람'이라는 본질적인 목적은 어디로 갈까여?

더욱이 지금처럼 고학력 실업, 기초학문 및 과학기술의 몰락, 소득격차 심화 등으로 인해 교육의 '한계' 효용이 떨어지고 심지어 마이너스가 될수록 갈수록 줄어드는 '밥그릇' 쟁탈전에서 '낙오되기' 않기-보다 나아지기 위함이 아니라- 위한 사람들의 몸부림은 더욱 처절해질 것이 분명한데, 앞으로 이러한 일이 많아지면 많아졌지 줄어들지는 않을 것 같아 슬플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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