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新제국' 미국은 어디로] 8. '제국' 인력의 양성소

글쓴이
김덕양
등록일
2003-10-11 01:02
조회
4,604회
추천
0건
댓글
0건
중앙일보  2003.10.9(목) 21:12 
 
['新제국' 미국은 어디로] 8. '제국' 인력의 양성소
 
 
[중앙일보 김영희 국제문제 대기자, 배명복 기획위원, 김민석 군사전문위원, 심상복 뉴욕특파원, 김종혁.이효준 워싱]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 있는 하버드 행정대학원(케네디스쿨) 내 '포럼'. 학생들의 휴식과 토론 공간이다.

취재진이 학교를 찾은 지난달 중순, 신학기를 맞은 학생들이 이곳에서 샌드위치를 먹으며 휴식을 취하고, 책을 읽거나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루지야의 국방차관 젤라 베주아시빌리, 오만의 공군사령관 모하메드 알라디, 나이지리아의 가톨릭주교회 사무총장 매튜 쿠카, 싱가포르 사회개발.체육부 정책연구국장을 지낸 로렌스 리엔, 중국의학협회 국제담당부국장 쑤동…. 인종전시장을 방불케 한다.

약 9백명의 대학원생 중 3분의 1 이상이 외국인이다.

"왜 여기에 왔냐고요? 명성이 대단하잖아요. 여기서 공부한 건 내 미래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로렌스 리엔) "여기엔 세계의 인재들이 많아요. 그들과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어 좋지요. "(매튜 쿠카) 미래를 꿈꾸는 세계의 인재와 엘리트들이 미국으로 몰려들고 있다.

2001~2002학년 미 대학과 대학원에 등록한 외국인은 한국인 4만9천46명을 포함해 모두 58만2천9백96명이나 됐다.

MIT(26%).컬럼비아(23%).스탠퍼드(21%).하버드(19%) 등 일류 대학의외국인 학생 비율이 높다.

재료공학.원자력공학과 등 미국인이 덜 선호하는 이공계 학과의 경우 외국인 비율은 더 높다.

대학뿐이 아니다.

명문 고등학교에도 외국인이 몰린다.

하버드대에서 북쪽으로 약 40km 떨어진 앤도버에 있는 필립스 아카데미. 조지 부시 전 대통령, 조지 W 부시 대통령, 젭 부시 플로리다 주지사 등 부시 3부자가 다닌 학교다.

2003~2004학년도 학생은 모두 1천87명. 한국인 11명을 포함해 30개국 82명이 외국 학생이다.

'팍스 아메리카나'는 군사력과 경제력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교육에서도 미국은 '제국'의 중심에 있다.

세계의 수많은 엘리트가 미 대학을 거쳐갔다.

중앙일보 정보검색실이 1백96개국의 왕.대통령.총리를 조사한 결과, 주요국을 포함해 20개국 21명이 미 대학에서 공부하거나 학위를 땄다.

이라크전에 반대한 프랑스와 멕시코, 반미 노선의 선봉에 있는 말레이시아, 친미 국가인 바레인.필리핀.태국.싱가포르.콜롬비아의 국가원수가 모두 미국의 인재 양성소를 거쳤다.

왕족.각료.정치인과 학계.법조계.문화예술계.언론계까지 따지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현직 엘리트들만이 아니다.

차세대 리더들도 미국 교육을 받았거나 받고 있다.

마잉줘 타이베이 시장은 하버드 법학박사고,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의 아들이자 차기 총리로 거론되는 리센룽 부총리는 케네디스쿨을 졸업했다.

미 명문 고등학교에는 각국 상류층 자녀들이 많다.

미 대학에 인재가 몰리는 것은 무엇보다 교육경쟁력 때문이다.

역대 의학.물리.화학분야 노벨상 수상자 4백93명 중 약 40%인 2백18명이 미 대학 출신이다.

지난 7월 상하이(上海)교통대학이 발표한 세계 5백대 명문대학 중 1위 하버드, 2위 스탠퍼드 등 상위 10위권 대학 중 8개를 미 대학이 휩쓸었다.

세계의 문제를 직접 다뤄본 당사자들로부터 경험을 직접 전수받을 수 있다는 점은 미 대학만이 제공하는 특장이다.

케네디스쿨의 조셉 나이 대학원장, 그레이엄 앨리슨 전 대학원장, 애시턴 카터 교수는 모두 국방차관보를 지냈다.

조지 부시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존 수누누 교수는 미 중앙정보국(CIA)이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에게 새로운 국가(러시아) 창설을 위한 참고자료를 건네준 비화를 학생들에게 들려준다.

"국방차관을 지낸 존 화이트 교수의 강의를 처음 듣는데 전율을 느꼈어요. 미국의 국방예산과 무기조달에 관한 강의를 듣고 싶었는데 바로 그걸 담당했던 당사자가 교수였거든요." 프랑스 최신예 전투기 라팔 시험 탑승 기록을 갖고 있는 한국 청년 이원익(李元翼.27)씨의 케네디스쿨 첫 수업 소감이다.

국제사회의 뉴스 메이커들로부터 직접 얘기를 들을 수 있다는 점도 미 대학이 내세우는 이점이다.

하버드대에서 지난달 16일 하루에만 티베트의 종교지도자 달라이 라마가 강연을 가졌고, 이스라엘의 예루살렘 담당장관 나탄 샤렌스키가 토론회에 참석했다.

지난달 하순엔 레흐 바웬사 전 폴란드 대통령과 윌리엄 페리 전 미 국방장관이 연단에 섰다.

당장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살아있는 지식을 전수하는 것도 미 대학 교육의 매력으로 꼽힌다.

케네디스쿨의 거시경제학 교수인 수전 쿠퍼는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이 부시 행정부의 감세정책을 비판한 월스트리트저널 칼럼을 슬라이드로 보여주며 학생들에게 묻는다.

"당신들이 배운 정부지출-국민소득 그래프로 이것을 설명할 수 있는가." 선진교육이 인재들을 끌어들이고, 미국물을 마신 인재들은 다시 세계로 흩어져 미국의 가치, 미국식 기준과 코드를 전파한다.

미국은 각종 혜택을 부여하면서 과학과 예술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가진 브레인들을 끌어모은다.

특별비자가 이들에게 발급되고, 미국에서 태어난 이들의 2세는 자동으로 미국 시민이 된다.

미국의 지적 토양이 그만큼 넓어지는 셈이다.

'미국 유학'이란 브랜드는 각 나라에서 유용한 경력이 된다.

각 나라의 미 대학 동창회는 자연스레 미국과 말이 통하는 지미(知美)그룹을 형성하면서 나름의 세력을 이룬다.

세계의 엘리트를 양성하는 미 고등교육에 대해 '제3세계 교육론'을 쓴 브라질의 교육가 파울로 프레리와 '문화적 식민주의론'을 설파한 마틴 케노이(스탠퍼드대)교수는 종속이론적 관점에서 문제점을 제기해 왔다.

그러나 비판론은 힘을 잃고 있다.

연세대 한준상(교육학)교수는 "1960~80년대 초반 일부 미 대학이 신식민주의적 의도와 상업적 목적에서 후진국 학생들을 상대로 학위를 남발한 적이 있다"며 "그러나 이런 현상이 많이 사라진 데다 교육에 관한 한 미국의 선진 시스템을 인정하는 시각이 압도적이어서 비판론을 찾기 어렵다"고 인정했다.

케임브리지(매사추세츠)=특별취재팀 사진=신인섭 기자 < shinis@joongang.co.kr > 특별취재팀 김영희 국제문제 대기자, 배명복 기획위원, 김민석 군사전문위원, 심상복 뉴욕특파원, 김종혁.이효준 워싱턴 특파원, 김진.최원기 국제부 차장, 신인섭 사진부 차장 < > 
 

목록


타분야진출

게시판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등록일 조회 추천
887 [한겨레] 중국, 추격은 끝났다‥이제 추월이다 ; 무시무시한 넘들이군요. 댓글 2 김덕양 10-22 6036 33
886 [연합] 獨 인피니온, 대만에 6억弗 투자 ; 흠... 김덕양 10-22 4587 1
885 구 '외국에서', '다양한 진로' 게시판이 통합되었습니다. sysop 12-31 4257 24
884 [펌] 해외유수업체 한국에 R&D센터 추진 ; 계속 추진중이군여 김덕양 10-19 4754 0
883 답변글 [연합] IBM, 한국에 연구개발센터 설립 협의중 김덕양 10-21 4228 0
882 [연합] 댓글 3 김덕양 10-19 4403 1
881 [펌] 혀끝 잘라내면 영어 잘 한다? ; 엽기가 따루 없군여.. 댓글 2 김덕양 10-19 4455 0
880 c.f. NSF-supported Fields Simon 10-18 4179 0
879 [조선] 한국 사교육비 OECD중 1위...토플점수는 110위 ; 원자료를 보고 싶네요.. 댓글 4 김덕양 10-13 6585 1
878 답변글 크하, 미국 유학생수 3위, 미국내 학자수는 2위 랍니다. 댓글 1 김덕양 10-13 6702 1
열람중 [중앙] ['新제국' 미국은 어디로] 8. '제국' 인력의 양성소 김덕양 10-11 4605 0
876 [중앙] 일본 "IT 외국인력에 영주권" ; 옆나라 이야기만은 아닐 겁니다. 댓글 2 김덕양 10-09 6202 0
875 [연합] ; 멋진 넘들이군요 댓글 17 김덕양 10-05 5712 0
874 Some Stupid 어메리칸즈 댓글 3 Simon 10-04 5076 0
873 [경향] 中 칭화대 외국인 수석입학 안지훈군의 유학일기 댓글 4 김덕양 10-02 9357 0
872 이민관련 질문입니다. 댓글 3 glengould 09-30 4649 0
871 [연합] 독,휴대전화 전자파 위험연구 112억원 투자; 그리고 곁다리.. 심심풀이로 보십시오. 댓글 6 김덕양 09-26 5134 0
870 [제 38 회] 바이오 이야기 - 38은 광땡 Simon 09-22 5411 0
869 [연합] 美, 원정출산 한국여성 다수 적발...조사뒤 귀국(종합) ; 쯧쯧 댓글 1 김덕양 09-20 4370 0
868 [한경] 성대, 美 MIT대 MBA 신설 ‥ 내년부터 180억 들여 도입 ; 별걸.. 댓글 8 김덕양 09-18 7603 0


랜덤글로 점프
과학기술인이 한국의 미래를 만듭니다.
© 2002 - 2015 scieng.net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