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中유학생 수, 美 MIT서 1위… 컴퓨터 전공 많아

글쓴이
김덕양
등록일
2004-01-30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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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유학생 수, 美 MIT서 1위… 컴퓨터 전공 많아

학자 1만5000여명 활동… 외국학자 중 가장 많아
주류사회 진출도 활발… "소수그룹 의식 사라져"

작년 12월 8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시의 MIT(매사추세츠 공과대학) 캠퍼스는 전날 내린 폭설 때문에 흰눈으로 뒤덮여 있었다. 오후 8시, 기말고사 기간이라 정신없이 바쁠 텐데도 배낭을 둘러멘 중국계 학생 30여명이 학생회관 4층 회의실에서 열린 MIT 중국학생회의 정기모임에 모여들었다.
“작년에 중국인을 모독하는 그림을 그려넣은 티셔츠 회사에 항의하는 시위를 할 때 하버드 학생들이 MIT 학생들보다 더 많이 참가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MIT에는 아시아계 학생들이 30%나 되지 않습니까? 그래서 우리는 우리가 소수그룹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니까, 문제의식이 더 약했는지도 모르죠.”

학생들은 회의실 뒤쪽에 마련된 중국음식을 먹으면서, 중국계 미국인으로서 자신들의 정체성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MIT에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계 학생들이 너무 많아서 자신들이 미국사회에서 ‘소수’라는 사실조차 잊고 있다는 지적이 흥미로웠다. 2003년 현재 MIT의 학부와 대학원에 재학 중인 중국유학생 수는 총 319명으로 단일국가 출신으로는 가장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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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교육연구소(IIE)의 2003년 통계에 따르면, 미국 내 중국유학생 수는 6만4757명으로, 인도유학생 7만4603명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대만(2만8017명)과 홍콩(8076명) 출신 유학생 수를 합하면, 미국대학에 재학 중인 중국계 유학생 수는 10만명이 넘는다. 1979년 미·중수교가 이뤄진 후 중국유학생들이 미국으로 대거 몰려들기 시작해, 지난 1988년 중국은 미국에 가장 많은 유학생을 보낸 나라가 됐고 그 후 5년 동안 1위를 고수했다.

유학생뿐이 아니다. IIE의 2002년 통계에 의하면 미국 고등교육기관에서 연구에 참여하는 8만6015명의 외국학자 중 중국학자가 1만5624명으로 가장 많아서 전체 외국학자의 18.2%를 차지했다. 중국은 2위인 한국(7143명·8.3%)과 3위인 인도(6249명·7.3%) 학자 수를 합한 것보다 더 많은 학자들을 미국에 보내고 있다.

하버드대 케네디 행정대학원에 재학 중인 리허먼(35)은 10년 전 미국에 유학 와서 전자공학 박사학위를 받고 컨설팅회사를 차려 사업을 하다가 다시 공공정책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미국은 강한 나라이고 중국은 큰 나라이다. 미국과 중국이 서로 좋은 파트너가 되어야 세상이 더 평화로워진다고 생각한다. 나는 앞으로 중국정부에서 일하면서, 두 나라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싶다.”

MIT 중국학생회 회장인 우펑(18)은 네 살 때 유학생이었던 부모님을 따라 미국으로 왔다. 1989년 천안문 사건으로 귀국을 포기하고 미국에 정착한 우펑의 부모는 아이오와주에 살고 있다. 그는 “중국계 학생들은 의과 대학원 진학을 위한 프리메드(pre-med) 과정을 택하거나, 컴퓨터와 공학 등 실용적인 전공을 많이 택한다”고 했다. 우펑도 의과대학원에 진학할 예정이고, 중국의 의료보장제도 개혁에 관심이 많다.

중국의 관리들은 미국을 배우기 위해 태평양을 건넌다. 케네디 행정대학원에서는 작년부터 중국 지도자 훈련 프로그램을 시작해 매년 60명의 중국 중앙·지방정부 관리들을 초청해 5주 동안 새로운 경영전략과 분석능력 등을 가르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중국공무원들만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은 아니다. 이 프로그램에 참석했던 한 학생은 “하버드 교수가 자신이 연구한 중국정부의 정책사례를 설명하자, 한 중국관리가 손을 들고 그것은 내가 하던 일이니 더 설명하겠다고 해서 오히려 교수들이 중국에 대해 배웠다”고 말했다. 미국의 대학이나 연구기관에서 중국 관련 연구 지원이 활발한 것은 중국이 미국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것만큼이나 미국도 중국에 대해 궁금해한다는 뜻이다.

미국 내 중국인구는 2000년 현재 270만명에 달한다. 1990년 약 160만명이었던 미국의 중국인들은 지난 10년 사이에 68%의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15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중국인들의 미국 이민 역사는 이미 일레인 차오(Chao) 노동부 장관과 데이비드 우(Wu) 오리건주 하원의원을 배출할 정도로 무르익었다. 중국계 미국인들을 미국 주류사회에 진출시키기 위해 리더십 훈련 등을 담당하는 중국계 사회단체들의 활동도 어떤 아시아계 이민사회보다 활발하다.

미국사회 곳곳에는 중국인과 중국문화가 깊이 침투해 있다. 미국에서 스페인어 다음으로 많이 사용되는 외국어가 바로 중국어다. 현대언어협회에 따르면, 미국대학의 외국어 코스 중 중국어가 차지하는 비율은 2.4%로, 지난 1968년 0.4%에서 꾸준히 증가해 왔다. 작년 12월 초에는 미국대학위원회가 오는 2006년부터 고등학교에서 미리 이수한 학점을 대학에서 인정해주는 외국어 코스에 중국어를 포함시킬 것이라고 발표했다.

‘미국의 중국인들’이라는 책의 저자인 아이리스 장은 “미국계 중국인들이 미국사회와 역사에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기여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사회에서 중국인들의 성공이 여전히 ‘위협’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미국 내 중국인들은 미국에 온 이상 미국에 생활근거를 마련한다는 ‘뤄디자오건(落地着根)’의 정신으로 점차 활동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워싱턴·보스턴=강인선특파원 insun@chosun.com )


입력 : 2004.01.29 17:53 49' / 수정 : 2004.01.29 18:51 26'

  • 쉼업 ()

      MIT는 이미 십년전인가 부터 Made In Taiwan이라는 우스개 소리가 나올 정도로 대만인이 이미 많았던 것 같은데요. 여기에다가 지나인들까지 가세를 해 놨으니 오죽할까요. 그나저나 미국은 강한나라, 중국은 큰나라라... 평화로운 세상을 운운하는군요. 접.

  • 영구없~~다 ()

      Mass Ave. 에 있는 MIT 버스stop 나무 벤치를 자세히 보면 이런 글이 희미하게 적혀있습니다. "MIT is a chinese property." 그 옆에보면 이런 말도 있습니다. "G**ks are everywhere"    찜찜하지요...

  • 박상원 ()

      미국측으로는 좋은 일입니다. 중국내에 친미파가 생기니까요. 최소한 지미파는 되니까... 전에 강택민 총리였나요? 이 양반 한이 MIT로 유학 못 간것이였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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