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나가 계신분들께

글쓴이
샌달한짝
등록일
2004-11-02 08:35
조회
11,176회
추천
38건
댓글
12건
  안녕하세요.  졸업할 때가 다가오고 있어서 머리가 좀 복잡해집니다.

  처음 입학할때는 지금 있는 곳에서 박사까지 마치겠다는 마음으로 국내 대학원을 선택했습니다. 학교 지명도도 있었고 뇌과학이라는 융합학문의 특성을 살려 새로 만들어진 학과도 맘에 들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입학하고 보니 많은 단점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1. 대개 학부때 전공과는 다른 연구실을 선택하게 되는데, 서로 다른 전공자들을 제대로 교육시킬 코스웍이 너무 빈약했습니다. 학생들의 학부전공이 전자,전산,생물,기계,재료 등 다양한데 서로의 부족한 면을 보충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전무하더군요. 따라서 진행하는 연구자체도 학부 전공에서 많이 벗어나지 않고 초기의 융합학문을 추구한다는 취지가 무색케 합니다. 수업 질도 떨어지고 과목수도 많이 빈약합니다.
더웃긴건 중복투자는 하지 않는다며 타학과 수업을 권유하는데  타전공학생이 타학과 전공 수업에 들어가서 좋은 학점을 받아오기는 쉽지 않습니다.  박사 진학때 결국 성적으로 평가를 하다보니 절대 타학과 수업 듣지 않습니다. 듣는다면 결국 자기 학부때 전공 수업을 듣죠.

2. 역시나 교수님들 문제. 새로운 거 해보자고 모였는데 그닥 새로운거 해보려는 생각들이 많지 않아 보입니다. 뭔가 섞여서 시너지 효과를 내려면 처음에 손해도 보고 뭔가 내놓는게 있어야 하는데 절대 양보하지 않더군요. 처음엔 석박 통합과정으로 학생들을 받아서 석사기간동안은 코스웍에 주안점을 두고 박사때 연구실을 선택하게 하겠다는 식의 장미빛 청사진을 제시하더니만 현재는 별반 다를게 없는 국내 대학원 문화를 답습하고 있습니다.

3. 연구실에서 한주간 랩미팅으로 연구진행상황을 점검하는데 제가 알기론 랩미팅은 각자의 연구를 진행하며 부딪히는 문제들을 랩구성원끼리 의논해보는 시간으로 아는데 이곳에서는 그렇지 않더군요. 거의 숙제검사 수준이죠. 일주일동안 뭐했나 검사하는 시간...  정말 숨이 막히는데, 연구결과가 일주일안에 나와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다반사인데 결과만을 검사하는 랩미팅에선 연구결과가 없는 일주일은 마치 아무일도 안한 것마냥 타박을 당하기 일수더군요.

4. 일단 학생과 교수가 이렇게 야단을 치고 야단을 맞는 식으로 굳혀지니 뭐 학문적인 진지한 대화가 거의 불가능해더군요. advisor가 아니라 manager 라는 인상을 많이 받습니다. 물론 advice의 질이 떨어진다거나 하는 것은 부차적인 문제입니다.

5. 위와 같은 이유들로 학생들이 수동적으로 변해가는 걸 많이 느꼈습니다. 학생이 수동적이라 교수가 야단을 치고 억지로 끌고 간건지 교수가 워낙 그러다 보니 학생들이 수동적으로 변해 버리는 건지는 알 수 없지만 결과적으로 '수동적인 학생'이 남게 되더군요.


위와 같은 이유로 유학을 결심한다면 나가는게 바람직할까요? 아니면 역시 외국 역시 별반 다를게 없는건가요?

  • 돌아온백수 ()

      타박하거나 재털이 던지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말이 잘 안되면, 또 다른 어려움이 있겠구요. 한국에서 알아주는 대학의 대학원이 아니면, 졸업하고 나서의 진로도 보장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물론 개인이 능력이 있고, 운이 조금 따라준다면, 상황은 다릅니다만.

    파랑새는 항상 자기옆에 있다는 것이 모범답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에 완벽한 이상향은 없고, 모두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니까요.

  • 무선통신 ()

      인도나 중국교수, 유태인 교수는 한국 괴수랑 비슷한 스타일이 많습니다.

  • xantera ()

      참으로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저도 과거에 그런 경험을 해 보았기 때문에 님의 심정 이해 합니다. 일주일동안 연구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면 왜 그렇게 되었는지 명확하게 교수님께 설명을 하십시오. 그리고 질문을 해서 답을 얻으세요. 어떻게 하면 결과가 나오겠는가 말이죠. 그리고, 최소한 님과 비슷한 분야를 연구하는 친구들과 자주 세미나를 하세요. 님이 생각하지 못했던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 혹은 그런 아이디어를 얻기 위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 진지하게 세미나를 하세요. 그것이 결국 연구입니다.

  • 샌달한짝 ()

      돌아온백수님! 저역시 어딜가나 장단점이 있다는 걸 잘 압니다. 유학만능주의자도 아닐 뿐더러 제가 올린 글에서도 말씀드렸듯이 국내에서 연구하면서 느낀 단점이 외국에서는 보완이 되는지 궁금해서 여쭤본겁니다.

  • 샌달한짝 ()

      xantera님! 일단 가장 큰 문제가 수동적인 학생들에게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학생들이 수동적이다 보니 믿지 못하고 닥달하는 교수님도 문제가 되고요. 매주 숙제검사맡기 위해서 숙제하던 초등학교시절이 생각나는 하루하루입니다.  또한 학생들간의 교류도 문제가 많습니다. 폐쇄적인 대학원 연구실 분위기에서 그런 교류는 불가능해 보입니다. 아래에서부터의 체제변환시도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고 결국 위에서 알아서 바꿔줘야 하는데 위에서 뭐가 아쉬워서 바꾸려 들겠습니까?

  • 포동이 ()

      올리신 글 잘 읽었습니다. 저는 지금 대학원 박사과정에 있는 학생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단점이 어느정도는 보완되지 않을까 합니다. ㅁ물론 그것도 어느 실험실에 들어가느냐에 달려있지만 말입니다. 다만 합리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조금 많다는것이 아닐까요? 

  • AIRE ()

      진로, 진학상담란에서는 파랑새라는 단어에서 오는 거부감 때문에 쉽게 글을 달기가 쉽지 않더군요. 그곳에서 언급 되었던 파랑새의 의미는 이공계를 우대하는 사회?...  마치 그곳에 가면, 능력에 관계없이, 직장과 노후 그리고 돈과 명예가 보장되는 그런곳?  당연히, 돌아오는 필연적인 대답은, "나가봐야 별거 없다"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래도 "샌달한짝"님이 쓰신 파랑새는 조금더 좁은 범위의 느낌인지라, 댓글을 달아 봅니다. 파랑새의 은유를 대폭 줄여서 대학원생을 위한 파랑새만으로 한정을 한다면.... 연구를 하기 위한 토양이나 system정도로 해석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더 나은 system을 찾아서 떠나서 유학을 결심하는 것은 당연히 바람직한 선택이라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물론, 한국에도 잘돌아가는 연구실이 있는가 하면, 미국에도 엉망인 연구실이 있습니다. 전자는 찾기 힘들고, 후자는 생각보다 많다는데 차이가 있을것 같군요.

  • 샌달한짝 ()

      파랑새라는 표현이 문제가 되었나요?^^; 고쳤습니다.

  • 람사스 ()

      어느 대학원인지 알만하네요. 혹시 K.S.I과 L.J.M교수님이세요?

  • 하이 ()

      일단 커리큘럼의 부재로 인해 방향감각을 상실하게 되는 문제는 외국이라면 조금 나을 것 같긴 하네요. 하지만 전공이 interdisciplinary해서 어떨지 확실하진 않고. 전 한국에서 biomedical하다가 님과 비슷한 상황을 겪었는데, 미국와서 다시 전자공학으로 바꾸고 나서 체계적으로 커리 따라가니까 너무 좋더라구요. Anyway, 잘 됐으면 좋겠네요.

  • shineroot ()

      1,2번--> 융합학문의 특성 상 발생하는 문제이기도 하고, 전임교수를 뽑지 않고 기존의 있는 교수들로 헤쳐모여서 만든 협동과정/프로그램 들에서 발생하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3,4,5번은 미국에도 그런 '괴수'들이 많습니다. 우리나라는 위아래가 너무 확실한 사회라 그런 답답함이 크지만, 미국에도 나름대로 싸이코 같은 교수들이 꽤 있습니다. 어디서나 학생들을 능동적으로 이끌 수 있는 '리더'형 교수를 찾는 건 쉬운 일이 아니죠. 어쨌든 랩미팅을 숙제검사하듯 한다면 좀 생각을 해봐야 겠군요...

  • 익명좋아 ()

      적어도 외국은 학생의 연구 자율을 보장해 주죠. 무관심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실제로 그런 교수도 있고요. 글을 쓰신 정도로 고민하셨다면 외국에서 박사과정을 심각하게 고려해 보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저는 장점을 더 경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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