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과학 (뇌과학, 인지과학)같은 협동과정에 대해 몇자 적습니다

글쓴이
날고싶은포닭
등록일
2004-11-06 14:33
조회
23,01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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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건
댓글
3건



원래 뇌과학처럼 Interdisciplinary 한 분야는 학위과정중에 여러 문제가 많습니다. 수십 수백년동안 지속되어 확립된 다른 학문 분야에 비해서 정의도 잘 안되어있고 커리큘럼도 가변적이고 경계도 애매하고요 (예를 들어 뇌에 대해 잘 모르는 타분야의 기존교수가, 예를 들어 그쪽이 연구비가 좀 지원된다 싶어서, 나는 뇌과학 하는 사람이다 이렇게 주장해도 그게 먹혀 들어갈 수 있는). 아무튼 명칭부터도 수학, 통계학 이렇게 딱 떨어지지 않죠. Neuroscience (신경과학), Brain science (뇌과학), Cognitive science (인지과학) 등등...

유학 나와서 좀 연륜이 있는 프로그램을 다니게 되면 배움에 있어서 아무래도 여러면에서 좀 낫겠지요.




제일 중요한 문제는 신경과학으로 학위받고 뭐를 할 수 있냐 이겁니다. 진로만 밝다면 학위중의 제반사항들은 극복할 수 있는 문제겠지요.

진로가 매우 애매하게 될 수 있습니다. 기업이 신경과학 전공자 채용할리 만무하고요 (예외로 두 가지 경우에는 아주 좁은 틈새가 있을 수는 있음. 학부-생물학/박사학위주제-신경쪽 질병에 관한 분자생물학, 혹은 학부-전산이나 공학/박사학위주제-인공 신경망 혹은 인공 지능->예: 꼭 이 케이스는 아니지만 윤송이 박사). 학계쪽 또한 어렵습니다. 워낙 좁은 바닥이니까요. 그렇다고 누구나 Marvin Chun (천명우) 교수처럼 뛰어난 건 아니쟎습니까 (연대 심리학과 나와서 MIT Department of Brain and Cognitive Science 에서 학위하고 35이전인가쯤에 예일대 정교수까지 된).

그러면 공부해보고 싶었던 인지과학으로 학위 받은것으로 만족하고, 직장 잡을때는 학부때 전공쪽으로 알아볼 수 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거든요. 왜냐하면 학부/박사를 한가지 전공으로만 좁게 판 사람들한테 밀립니다.

일반적으로 이런게 Interdisciplinary 분야의 문제점 입니다. 비단 인지과학뿐 아니라 예를 들면 Biomedical engineering 같은 분야도 그렇습니다. 여러 분야 모두 조금씩 다루고 맛은 보지만 그중 어느것도 전문가는 못됩니다. 시야는 넓어지지만 깊이가 없습니다. 산업계, 학계 모두 수요가 극히 제한적입니다. 그로인해 졸업후 다른 분야를 하려고 하면 그 분야만 판 전문가 들에게 밀립니다. 한마디로 짬뽕은 별로 안 알아줍니다. Generalist 보다는 Specialist 를 많이들 선호하더군요.

뭐 많이 적었는데 결론은 Interdisciplinary field 전공은 타전공보다 리스크가 많고 운신의 폭이 좁다는 겁니다. 글 읽어보니까 석사 마치시는 시기 같은데 앞으로 장래의 실질적인 진로를 고려하는 쪽으로 잘 알아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정히 Interdisciplinary field 쪽을 하고 싶다면 제 사견으로는 EE 면 EE, CS 면 CS, Bio 면 Bio 로 딱 떨어지는 기존 전공으로 진학하시고 연구를 그쪽으로 좀 하는 걸로 권하고 싶습니다.







>  안녕하세요.  졸업할 때가 다가오고 있어서 머리가 좀 복잡해집니다.
>
>  처음 입학할때는 지금 있는 곳에서 박사까지 마치겠다는 마음으로 국내 대학원을 선택했습니다. 학교 지명도도 있었고 뇌과학이라는 융합학문의 특성을 살려 새로 만들어진 학과도 맘에 들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입학하고 보니 많은 단점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
>1. 대개 학부때 전공과는 다른 연구실을 선택하게 되는데, 서로 다른 전공자들을 제대로 교육시킬 코스웍이 너무 빈약했습니다. 학생들의 학부전공이 전자,전산,생물,기계,재료 등 다양한데 서로의 부족한 면을 보충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전무하더군요. 따라서 진행하는 연구자체도 학부 전공에서 많이 벗어나지 않고 초기의 융합학문을 추구한다는 취지가 무색케 합니다. 수업 질도 떨어지고 과목수도 많이 빈약합니다.
>더웃긴건 중복투자는 하지 않는다며 타학과 수업을 권유하는데  타전공학생이 타학과 전공 수업에 들어가서 좋은 학점을 받아오기는 쉽지 않습니다.  박사 진학때 결국 성적으로 평가를 하다보니 절대 타학과 수업 듣지 않습니다. 듣는다면 결국 자기 학부때 전공 수업을 듣죠.
>
>2. 역시나 교수님들 문제. 새로운 거 해보자고 모였는데 그닥 새로운거 해보려는 생각들이 많지 않아 보입니다. 뭔가 섞여서 시너지 효과를 내려면 처음에 손해도 보고 뭔가 내놓는게 있어야 하는데 절대 양보하지 않더군요. 처음엔 석박 통합과정으로 학생들을 받아서 석사기간동안은 코스웍에 주안점을 두고 박사때 연구실을 선택하게 하겠다는 식의 장미빛 청사진을 제시하더니만 현재는 별반 다를게 없는 국내 대학원 문화를 답습하고 있습니다.
>
>3. 연구실에서 한주간 랩미팅으로 연구진행상황을 점검하는데 제가 알기론 랩미팅은 각자의 연구를 진행하며 부딪히는 문제들을 랩구성원끼리 의논해보는 시간으로 아는데 이곳에서는 그렇지 않더군요. 거의 숙제검사 수준이죠. 일주일동안 뭐했나 검사하는 시간...  정말 숨이 막히는데, 연구결과가 일주일안에 나와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다반사인데 결과만을 검사하는 랩미팅에선 연구결과가 없는 일주일은 마치 아무일도 안한 것마냥 타박을 당하기 일수더군요.
>
>4. 일단 학생과 교수가 이렇게 야단을 치고 야단을 맞는 식으로 굳혀지니 뭐 학문적인 진지한 대화가 거의 불가능해더군요. advisor가 아니라 manager 라는 인상을 많이 받습니다. 물론 advice의 질이 떨어진다거나 하는 것은 부차적인 문제입니다.
>
>5. 위와 같은 이유들로 학생들이 수동적으로 변해가는 걸 많이 느꼈습니다. 학생이 수동적이라 교수가 야단을 치고 억지로 끌고 간건지 교수가 워낙 그러다 보니 학생들이 수동적으로 변해 버리는 건지는 알 수 없지만 결과적으로 '수동적인 학생'이 남게 되더군요.
>
>
>위와 같은 이유로 유학을 결심한다면 나가는게 바람직할까요? 아니면 역시 외국 역시 별반 다를게 없는건가요?

  • 샌달한짝 ()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 좋은 얘기들이 쏟아지는군요. 융합학문이라...

  • 돌아온백수 ()

      고생 많이 하십니다. 그런데, 미국의 경우, 거대한 대학들 외에는 학부과정이 매우 단순하게 나뉘어져 있죠. 예를 들어 재료공학과와 같은 것은 아에 없는 곳이 많습니다. 전자와 전산이 나뉘어져 있는 곳도 드물구여. 그러니까, 융합학문이라는 것이 보편화되어 있다고 생각해도 됩니다. 대학원과정에 프로그램형태로 융합학문이 개설되는 것이 보편적이라는 얘기입니다.

    뇌과학도 막 시작하는 단계라서 그렇지 졸업생들의 숫자가 늘어나고, 진출하는 분야의 윤곽이 들어나기 시작하면, 지금 지명도있는 프로그램들과 같은 대접을 받게 되리라 봅니다.

  • 프레프레 ()

      그렇군요..인지과학 공부하려고 대학 들어와서 생물+심리 이중전공 예정인 학부생인데.. 답답하네요..요새들어 진로 고민이 심각한데.. 휴... 그냥 화학과 가야하나....심히 고민스럽습니다.. 그래도 학계쪽으로 길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이래저래 아직 엉성한게 많은가봐요. 어느정도 예상한 것이긴 하지만... 정말 가장 고민되게 하는게, 생물심리 이중전공하고 대학원에서 인지과학을 한다면, 학계 말고 다른 취업 가능성이 뭐가 있을까 생각해봐도... 잘 생각이 안나더군요... 그것이 절 지금 가장 망설이게 하는 요인입니다. 집에 돈 쌓아둔것도 아니고... 암담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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