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Impedance Matching과 파산법 설계

글쓴이
윤하용
등록일
2004-12-04 23:05
조회
8,289회
추천
41건
댓글
2건
안녕하세요.

며칠전에 올린 제 논문을 많이 다운받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기왕에 다운받으신 논문이니, 혹시라도 읽어보실 의향이 있으신 분들께 도움이 될까해서 이 글을 쓰게된 배경에 대해 간단히 소개드리고자 합니다.  아마도, 엔지니어가 사회과학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가에 대한 예가 될듯도 싶군요.

학부때 컴퓨터공학과 황희융교수님의 제어시스템 설계 강의중에 impedance matching에 관해 배울 기회가 있었읍니다.  전기회로를 배우신 분들은 이미 알고 계시리라 생각되지만, 황교수님의 강의를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집에 새로 산 스피커용 앰프가 있는데 임피던스가 50 이라면 스피커의 부하가 얼마인것을 구입하는것이 최적일까? 답은 물론 잘 아시는바와 같이 50 입니다.  그 강의에서 황교수님이 강조하셨던 것은, 그 답이 아니라 보다 일반적인 설계의 원리 (혹은 삶의 원리) 이었던것으로 기억합니다.  즉, 좋은 스피커란 스피커 자체만으로 결정되는것이 아니라, 그 스피커가 속한 시스템 (앰프)과 연관지어서 결정된다는 것이지요  (여담입니다만, 그분이 강조하셨던 또 한가지는, 매사에 있어서 서로 50:50으로 공평하게 나누어 가질때가 최적이다라느 말씀도 하시더군요).  아뭏튼, 시스템을 설계함에 있어서, 단품의 성능은 시스템과의 조화에 의해 결정된다는 교훈은 제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던것으로 기억합니다.

자, 그러면 이 impedance matching이 제가 이번에 쓴 파산법에관한 논문과 어떤 관련이 있을까요?

우선 기존의 학설에 관해 잠시 소개드리지요.  Harvard경제학과의 Shleifer교수와 몇몇 동료들이 90년대 말에 세계여러나라의 파산법에서의 채권자 보호조항과 그 나라들에서의 주식시장의 규모에 관한 상관관계에 대해서 연구를 한 적이 있었읍니다 (La Porta, Lopez-di-Silanez, Shleifer, and Vishny, Journal of Finance, 1997 & Journal of Political Economy, 1998).  그들이 내린 결론은 파산법에서 채권자의 권리가 강하게 보호될수록 주식시장의 규모가 크다는 것이었읍니다.  일견 일리가 있는 말인듯도 싶지만, 시스템 설계라는 측면에서 자세히 살펴보면 한번쯤 다시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파산은 human capital을 제공하는 기업가와 physical capital을 제공하는 채권자들간의 상호 이익이 상충될때 이를 조정하고자 하는 절차인데, 일방적으로 채권자의 편을 들어주는것이 최적일까요?  만약 기업이 장기적인 성장성과 수익성은 좋은데 잠시 현금흐름이 안좋아서 채권자에게 이자의 일부를 제때에 내지 못했다면, 이런 경우에도 무조건 채권자의 편을 들어서 회사를 파산시켜야할까요? Shleifer교수의 주장에 의하면, 그렇게 하는것이 바람직하다가 답이겠지요.  실제로 이러한 주장들이 법조계 일부에서 설득력을 얻어서, 판사의 조정을 거치는 파산절차를 없애고 부도낸 기업은 무조건 경매에 부치자는 학설들도 있읍니다.  이들의 이론적 근거는 경매 절차가 자산을 가장 효과적으로 쓸 사람에게 자산의 소유권을 이전한다는 것이지요.  그렇지만 기업가의 경험과 회사내에 축적된 무형의 기술들, customer base들은 상당수 사라지지 않을까요?  이 문제는 단지 경제학자나 법학자들의 이론적 논쟁에 그치지 않고, 궁극적으로는 연구원들의 기술혁신의욕과 새로운 기술로 벤처기업을 창업하려는 이들의 기업가정신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문제입니다.

제 견해로는, 위 학설의 헛점은 파산법이라는 단품을, 시스템과의 조화를 고려하지 않은채, 그 단품 자체만으로의 성능을 가지고 평가한데 있다고 생각되었읍니다.  파산조정에 있어서 채권자 권리를 강조할수록 채권자의 사전 투자의욕을 고취시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사후에 (불운한: 즉, 기업의 fundamental은 건실하나 단기적 현금흐름이 안좋은) 선의의 기업가의 피해가 증가하는 측면이 있고, 파산 절차에 있어서 기업가의 권리를 강조할수록 선의의 기업가의 피해는 줄어드는 반면, 법이 관대함을 악용하여 의도적으로 부도를 내는 악의의 기업가가 증가하여 채권자의 사전 투자의욕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읍니다.  그러므로 사회제도가 잘 정비되어 악의의 기업가를 색출할 능력이 좋은 사회에서는 기업가 의욕 고취를 위하여 파산법이 기업가의 권리를 좀 더 강조하여도 채권자의 사전 투자의욕에 큰 저하를 가져오지 않으므로 이렇게 하는것이 최적이고, 남미나 러시아 같이 아직 사회적 제도가 미비한 국가에서는 섣불리 기업가 장신을 강조하다보면, 채권자의 사전 투자의욕을 크게 감소시켜 public capital market의 존립자체가 위태롭게 될 수 있으므로 파산법이 채권자의 권리를 강조하는것이 최적이라 볼 수 있읍니다.  즉, 시스템(사회 또는 국가)의 성능(악의의 기업가를 색출하는 능력)에 따라 최적의 단품(파산법)이 결정된다는 것이지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럴듯 한가요?  흔히 과학이 finance에 기여할 수 있는 분야로 열전달에서 쓰던 diffusion equation이 파생금융에 사용되는 것만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 외에도 근본적인 사고의 접근방법에서도 두 분야가 서로 닮은 부분이 의외로 많다는 점을 공학과 사회과학에서 두 분야의 학문을 모두 접하면서 느끼게 됩니다.. 

앞의 글을 보지 않으신 분들을 위해 제논문이 있는곳 주소를 다시 남깁니다.

http://papers.ssrn.com/sol3/papers.cfm?abstract_id=613641

지루한글 끝까지 읽어주시고, 제 논문에 관심을 가져주신 분들께 다시 한 번 깊은 감사 드립니다.

윤하용 드림


>안녕하세요
>
>종종 이곳을 방문하지만 글을 남기는것은 오랫만이네요.
>다름이 아니라, 제가 기계공학에서 금융으로 옮긴후에 처음으로 쓴 논문이 완성되어서 이곳에 소개할까해서요.  공학하시다가 금융으로 관심을 가지게 되신 분들에게는, 공학지식을 가지고 할수 있는 일들에 대한 한 예가 될것도 같구요.
>
>http://papers.ssrn.com/sol3/papers.cfm?abstract_id=613641
>
>위 사이트 방문하실때 다운로드 꼭 부탁드립니다.
>첫 논문이라 아무도 안읽을까 걱정이 되서요...다운로드 회수라도 많으면 좀 위안이 될것 같네요.
>
>감사합니다.
>
>윤하용 드림
>

  • 김선영 ()

      윤하용님의 글을 보니, 게임이론이 생각나는군요. ^^

  • 김선영 ()

      그리고 링크를 보니 웹서버가 콜드퓨전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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