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상황에 포닥을 해야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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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눌님먼일로
등록일
2007-08-10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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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지난번에 중국에서 박사과정 하면서 여자 친구에게 실연당했던 이야기와

중국 생활하면서 느낀 회의들을 상담 받던 사람입니다. 여러분들의 격려와 따끔한 조언으로

마음을 추슬러서 다시 공부중인데요……. 그때, 어떤 분께서 중국생활 접고 한국으로 빨리 돌아

가라는 말을 하셨는데, 정말 그분 말을 들었어야 되는 건지, 요즘 들어서 특히 올 초에 여친과

헤어진 후로 성격적으로 많이 어두워 졌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모짜르트와 고래'라는 영화를 보다가 '아스퍼거'라는 일종의 자폐증임을 안 후에

인터넷을 통한 자료수집으로 이 증세가 "6세 이전의 어떤 한 시기에 겪어야할 일련의 발달과정을

거치지 못해 생기는 감정적 언어장애"라는걸 알았습니다.

아래에 나열한 것은 저의 문제점을 좀 더 부각시켜서 심각하게 봤을 때 모습입니다.

[[[저는 언어소통능력이나 운동능력이 남들에 비해서 좀 떨어지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알수 없으며,

뭔가 말하고 싶으면 참지 못해서 사실들만 죽~ 나열해서 이야기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입니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알수 없기 때문에 상대방이 필요로 하는 점을 콕 짚어서 못합니다.

주위 환경이나 주요 물건의 위치가 바뀌는 것도 싫어하고, 친구들과 대화 하는걸 좋아하지만

대화의 센스가 부족합니다. 특히 남을 배려하는 것도 적어 보이고, 눈을 맞춰서 대화도 잘 못하고,

상대방의 말을 안 듣고 있는 걸로 비춰집니다. 그리고 말할 때는 언제나 교과서를 읽듯이 밋밋한

톤으로 합니다. (예전에 중국인 여자 친구도 저의 이런 면들 때문에 힘들었다고 헤어지면서

말하더군요.)]]]

간단히 요약하면 저에게는 남들과 다르게 고치기 힘든 약간의 커뮤니케이션 장애 같은 것이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단기적인 집중력이나 꼼꼼한건 좀 있어서 학창시절에 공부는

그런대로 했었습니다.)

이런 면이 있음에도 지금까지 잘 버틸 수 있었던 건, 부모님과, 주위 동료들이 도와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외국에 와서 혼자서 연구를 계획하고, 스스로를 감독해야 하는 상황에서 정말 한계를 느낍니다.

담당교수와 1대1로 끊임없이 대화하고 토론하면서 논문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저에게는 고통스럽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교수에게 무례하게 비춰질 때도 있고, 분위기를 깨는 말도 자주 합니다.

교수가 뭐 하나를 시키면, 일을 어찌할 줄 모르고 잡다한 일에나 시간을 보내고 정작 책임감을 가지고

꾸준히 연구해야할 부분에서는 자꾸 머뭇거리게 됩니다. 한 가지 예로 최근에 유한요소해석프로그램중의

하나인 ANSYS를 배우고 있는데요. 한국에서도 이런 꾸준한 집중성이 요구되고, 공부했을 때 성과가

당장 나타나지 않는 해석프로그램들을 접할 기회는 많았지만 적성에 안맞는것 같아서 피했었는데,

이곳에서 졸업하기 위해서 필수적으로 배워야할 입장이 되고나니 누구 말대로 정말 시험에라도 든

기분입니다.

분명 꾸준히 교수와 만나고, 인터넷으로 자료수집도 하면서 학교에서 기존의 사용자들에게 찾아가서

친분관계도 맺고 궁금한건 묻고 해야 하는데, 이런 일련의 과정이 성격상 자꾸 중간에서 좌절됩니다.

다행히 이곳에서 요구하는 졸업의 기준이 그렇게 높지 않고, 친절한 여교수를 잘 만났고 또한 많이

도와줘서 졸업은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확히 1년 후에요……. 하지만 이런 저를 한국에 돌아가면

어디에 써먹느냐는 것입니다. 나이만 많고 어울리지도 않는 학위만 가진 불균형적인 인간으로

비춰질까봐 겁납니다. 역시나 실업계 고등이나 기능대학 같은데를 졸업해서 빨리 기반잡고 살걸

괜히 내 인생도 아니고 남의 인생도 아닌 우스꽝스런 인생이 되어 버렸다고 자책하곤 합니다.

게다가 지금 31살인데, 결혼대상도 찾아야 되고 인생에서 한창 중요한 시점의 1년이라서 이 시간을

정말 잘 사용하고 싶습니다.

지금 생각하고 있는 난관의 해결책은 3가지인데요.

1. 당장 한국에 돌아가 적성에 맞는 테크니션으로 적당한 직장을 구해서 살아간다.

2. 1년 더 있으면서 졸업하고 한국에 돌아가 박사학위에 맞는 연구소를 알아본다.

3. 1년 더 있으면서 또다른 외국에 포닥갈 준비나 한다. (이곳에 교환으로 온 독일 교수를 알고 있는데

  저에게 호감을 갖고 있었습니다. 굳이 이 방법이 아니더라도 외국으로 포닥갈 방법은 많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1번을 택하자니 한참 저보다 나이어린 애들하고 같이 경쟁하면서 잘 적응할지도 모르겠고, 주변

사람들에게 볼 낮이 없어요.

2번을 택하고 현재의 상황이 호전 되었다고 해도 중국학위로 직장이나 찾을 수나 있을까 싶고

찾는다고 해도 과연 제가 버텨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 한국에서 받은 석사학위에 맞는

직장에 들어가면 버티기 더 힘들것 같네요.

3번은 도피성 일수도 있는데요, 이왕 이렇게 외국까지 나온거 얼굴에 철판 깔고 갈때까지 가보자는

생각입니다. 솔직히 외국 여러 나라를 공짜로 돌아 다닌다는 게 쉽게 접할 수 있는 기회는 아니잖아요.

꼭 될꺼라는 보장은 없지만, 되기만 된다면 이런생각 저런생각 안하고 차다리 속편한 외국에 당분간

눌어붙을 생각이거든요.

어떤 것이 솔로몬의 선택일까요? 도와주세요!!!

  • 네모 ()

      1.
    아스퍼거 신드롬은, 일종의 적응장애이지, 정신지체나 발달장애는 아닙니다.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사람이 오히려 특정 사안에 대해서는 보통 사람들에 비해 더욱 놀라운 능력을 보이기도 합니다. 본인 자신이 여러면에서 적응장애를 보인다는 사실을 인지하므로, 이를 조금이라도 피하기 위해 미리 학습해둔 사안에 대해서는 탁월한 적응력을 보이는 것이 한 이유입니다. 자신이 예상할 수 있었던 사안에 대해서는, 상당한 대응력을 보이는 거죠.

    이게, 주변에서 이해를 못하면, 번번히 주변 사람들로 부터 따 당하기 쉽습니다. 이 증후군에 대한 홍보가 많이 필요한 하나의 이유입니다.

    1990년대 중후반이 되어서야, 장애적 증후군으로서 정립되었으므로, 주변에 유사한 증세로 고생하는 경우를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상당히 생소합니다. 그래서, 오해가 발생하지요.

    2.
    세 가지의 향후 진로를 고려하고 계신데요, 실제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분들이, 받은 교육 정도와 동떨어진, 기능적인 일(고려하시는 진로중 제1안) 통해 생계를 유지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사회에 대한 적응장애가 그 주된 원인입니다만, 이는 한국과 외국간의 사회 여건의 차이가 고려되어야 할 문제입니다. 서구사회의 기능적인 포지션은, 그 해당 일만 하면 누가 뭐라하지 않습니다만, 한국에는 그런 일이 많지 않습니다. 이런 점이 어려움이 되지 싶습니다.

    한편, 고려하시는 진로중 제 3안은, 사실상 현실 도피가 되며, 어떤 해결책이 되지는 못합니다. 다만, 현재 맞닥드려야 할 현실을 다소 연기해주는 효과는 기대된다고 봅니다.  명심할 사실은, 포닥을 하더라도 그에 상응하는 결과를 내줘야 하는바, 이 또한 쉬운일은 아니라고 봐야 할듯 합니다.

    솔로몬의 선택은 없습니다. 솔로몬은, 옜날에 죽었죠. 솔로몬적 해결책이 존재했다면, 남들에게 묻기 전에 본인이신 님 자신이 먼저 찾아냈을 것입니다.

  • 남영우 ()

      일단 학위는 받으셔야 할 듯 합니다. 그게 유학의 결과물이니까요. 직장을 잡건 결혼을 하건 뭘 하건간에 학위가 있는게 없는 것 보다는 나을 것입니다. 어차피 배우자 될 사람에게 자신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대략이라도 말을 하게 마련인데, 학위를 받지 않은 것 보다 받은 것이 그래도 말하기에 낫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런 부분에서 막히지 않는게 사회적응(?)에 조금이라도 괜찮다고 봅니다.

    그리고, 혹시 2, 3번 동시에 준비는 어렵나요?
    가능하다면, (포닥을 포함하여)취업하는 쪽은 일단 가능하면 여러길을 뚫어놓고, 취업이 되면 어느 것을 고르느냐 하는 선택에서 고민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 잡일맨 ()

      아스퍼거 증후군이나 우울증등에 대해서는 전문의와의 상담을 거치시기 바랍니다. 정신과 질환은 복합적인 증세가 나타나고 심리상태의 영향이 크기때문에 본인이 자가진단하는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 마눌님먼일로 ()

      네모님 의견 감사합니다.증후군에 대해서 정말 잘 알고 계시네요. 포닥에 대한 의견 저도 공감합니다. 적응장애가 있는 사람이 또다른 외국생활을 고민한다는것 자체가 어찌보면 우문일수 있겠는데요. 다시한번 신중히 생각해 볼께요.

    남영우님 감사합니다. 현재 정출연에서 운영하는 해외 정보수집 도우미 같은걸 하면서 꾸준히 경력을 쌓아가고 있어요. 그리고 졸업전에 이력서 한번 넣어 볼려구요. 저도 2,3번 동시에 생각하고 있어요.

    잡일맨님 의견 감사합니다. 자가진단으로 더욱 악화되기 전에 전문의한테 상담을 꼭 받아보겠습니다.

  • 바다 ()

      어쩌면, 현재 심리 상태가, 여친과의 이별로 인해, 예전의 홀로 있을 때의 상태로, 원상복귀가 안되어서, 불안정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큰 변화를 갖는 것보다는, 현재 상황에서 안정을 찾도록 하는 것이 우선인 듯 싶습니다.

    공부 그만두는 생각은, 현재 잠시 드는 생각일 수 있습니다. 이런저런 일을 겪고 나면, 맘이 약해지는 것은 누구나 해당되는 것이니까요.

    교수와의 만남에서의 언어나 여러 힘든 문제는, 유학생이라면 겪는 공통된 일인데, 그것이 느리지만, 점점 나아져 가는 것이 사실입니다.

    제 생각에는, 현재 불안정한 상황이어서, 모든 면에서, 자신감도 떨어지고, 우울한 마음 상태가 지속되는 거라고 봅니다.

    처음에 공부하기로 결정했던, 그 초심을 다시 생각해보시고, 그 때 상황에서의 결정했던, 님의 열정을 다시 기억시켜서, 그냥. 지금 당장 해야 할 일들에만 집중하셔서,  극복해보심이 어떨는지요.

    저도 비슷한 상황을 겪었었거든요. ^^

  • 녹말쥬스 ()

      일단 자신에게 그런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 것 만으로도 크게 진일보하신 겁니다.

    주위에 비슷한 문제로 트러블이 있는 사람들은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해서 문제를 고치거나 치료받을 기회조차 놓지고 맙니다.

    그리고 님의 상황에 비추어 볼 때 알게모르게 이렇게 남들에게 자신의 문제점을 털어놓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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