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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개발의 즐거움과 괴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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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성원 작성일2002-02-28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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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라 기업연구의 문제를 잘 짚고 계시군요. 공감입니다.
저는 1번문제에 대해서 -----

저는 그런 일이 생길 수 밖에 없는 우리기업의 내부사정을 한번 생각해 봤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아직까지 오너(owner)에 의한 경영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전문 경영인이 도입된 기업이라도 오너의 입김이 완전히 배재된 기업은 흔치 않습니다. 전문 경영인의 경우, 그도 인간이기에 실적을 중요시하게 되고 장기적인 회사의 발전보다는 당해년도 실적에 좀 더 치중하게 됩니다. 실제로 제가 있던 회사는 외국자본(기업)이 절대적 대주주로써 한국에는 전문 경영인을 두고 있지요. 그도 옛적 오너체제에서는 해당분야 심부름(?)만 하던 사람이라 경영을 하면서도 사원에게 큰 비젼을 주지는 못했습니다. 맨날 위기경영이라더군요. 그러면서도 결산에는 진짜 수백억의 순이익을 남기는 회사였습니다. 이 회사에도 개발은 있지만 연구는 없습니다.
오너체제에서는 경영구조상 오너의 사유물이기 때문에 기업의 정당한 이윤이 어느구석으로 차용, 변용 되는지 투명해 지기가 힘듭니다. 이때 오너의 기업 경영관이 연구개발과 연구투자에 집중되어 있다면 다행이겠습니다만, 그런 경우 흔치 않습니다. 땅사고 집사고 골프 회원권 사야지 어디 나가서 큰소리 치고 대접받지요. 실제로 그쪽으로 투자해서 도장 한번 잘 받으면 엄청난 현금이 바로 생겨 버리는데 누가 연구, 심지어 개발투자 하겠습니까? 수서, 성남 에만 비리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전국 군, 면, 읍 단위, 소도시에 이런 일은 비일비재 합니다.
제가 있던 그 회사에서 한 선배 연구원이 이러더군요. "그래도 옛날에 XX 사장(오너) 있을때는 자기 식구라고 연말 보너스라도 두둑하고 명절에 기분도 좀 쓰더라". 무슨 말이겠습니까? 전문경영인이라고 해서 사원이 득보는 체제가 아니라는 거지요. 오로지 자본가에게만 유리한 측면이 많습니다. 어차피 장기적으로 사원과 회사를 위해 기업체질을 개선한다는 생각가진 사람은 찾기 힘드니까요.
이나라 기업들이 이렇게 돌아가는데 무슨 연구투자 있겠습니까? 외국 경쟁사에 심하게 안뒤쳐지게 그나마 벤치마킹이라도 하게 하는것이 기특한 지경이지요. 몇개 대기업(우리나라에는 진짜 몇개 밖에 없습니다) 빼고는 아예 엄두를 못냅니다. 사장에게는 할 생각도 없구요. 그리고 그런 일을 하도록 훈련된 인력이 비축된 기업도 없습니다. 한 10년 개발업무 하다가 연구하라고 던져주면 해 낼수 있겠습니까? 사장에게는 어차피 개발이나 연구나 매한가진데 하라고 돈줘도 못하더라는 말이 나오지요. 제가 있던 회사에서 실제로 발생했던 일입니다.
이익이 좀 나는 회사니 연구원들이 바라니까 연구 냄새가 좀 나는 프로젝트를 시작하긴 했는데 이끌고 나갈 사람이 없어서 중도 포기, 유야무야 되 버렸더군요.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그냥 개인적인 경험과 직장에서 느낀점을 주절주절 써볼려구요...^^
>
>
>저는 네트워크 회사에서 네트워크 장비를 개발하고 있는 연구원입니다.
>
>학부를 졸업해서 학부특례로 근무하고 있는데 회사 사정상 연구소로 오게되었죠
>
>( 잘된건지 잘못된건지...-_-a)
>
>저희 회사는 인원수 100명은 넘고 1000명은 안되는 크다고 하기도 그렇고 작다고 하기도
>
>그런 회사입니다. 회사를 먹여살리는 일은 주로 외산장비(시스코, 노텔, 루슨트 etc )
>
>팔아 먹고 유지보수 해주는 걸로 하는 것 같고..연구소는 그냥 폼으로 있는거 아닌가
>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입사 이후 3년 좀 넘은 기간 동안 작업했던 프로젝트가
>
>최소 5~6개는 넘는데 제품화 해서 지금 팔리고 있는건 라우터 딸랑 1개 뿐이네여...-_-
>
>그리고 제가 학부출신이고 회사 사정도 있고 해서 연구같은 건 꿈도 꾸지 못하고...
>
>오직 개발만 하고 있죠....
>
>
>제가 회사 생활하면서 느낀 어쩌면 저희회사 만의 문제일 수도 있는 문제를 그냥
>주루룩 나열해 보겠습니다.
>
>1. 개발은 있지만 연구는 없다.
>
>입사한지 3년이 넘었지만...최신 네트워크 동향이나 최신 기술에 대해서 공부해 보거나
>세미나 참석하거나 한 경험이 전무합니다. 한참 ADSL기술이 뜰 무렵...ADSL이 단지
>전화선을 이용하는 서비스고 비대칭이라는 것 밖에 모르는 사람에게 DSLAM이라는
>장비를 개발하라고 닥달당한 경험이나....IEEE802.1p와 q를 공부할 기회도 주지 않고..
>메트로 이더넷 스위치를 개발하라고 프로젝트에 투입된 경우가 많았습니다..아니 거의 전부 그런 경우 뿐이었죠...그렇게 개발하다 보면..정말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해서 방향을 잡지 못하고 결국 나중에는 아주 기초적인 것조차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개발한답시고 시간만 보내고 있는 저를 발견하게 됩니다. 나름대로 엔지니어로서 소질도 있고 관심도 있고 노력도 많이 투자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늘 미흡하다고 느끼는 건 개발에 필요한 준비기간에 필요한 연구라던가 공부를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대기업이 아니고서는 대부분 마찬가지리라고 생각합니다. 가끔씩 그런 불만을 윗사람들한테 털어놓으면 돌아오는 말은 딱 한마디입니다. "우리만 그러냐..? 다른 회사는 더해 임마~" . 다수가 그렇게 한다고 그게 올바른 길이 아니라는 건 자명한데 뭐가 문제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시스템이 그런건지...우리 시스템은 똘똘한 이를 바보로 만드는 시스템인 반면 제가 아는 어느 미국 회사의 시스템은 바보를 똘똘한 시스템 속에서 똘똘하게 키워내는 시스템이었습니다...
>
>2. 공정한 룰이 적용되지 않는다.
>
>연구소라는 집단이 그나마 다른 집단에 비해 합리적으로 운영되는 편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제가 속한 기업연구소( 일반적이지는 않겠지만 ) 문제가 많습니다.
>우선 연구원에 대한 대우가 너무 획일적입니다. 연구 업무의 특성상 개인의 능력이 탁월할 경우 3~4명의 일을 혼자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 벤쳐 기업 연구소의 인력구조를 보면 탁월한 리더 1~2명이 그외 10여명이상을 이끌고 있는 경우를 여러차례 목도해 왔는데....그런 경우에도 그 리더 1~2명이 나머지 10여명과 급여가 별반 차이 나지 않았습니다. 한마디로 공정하지 않다는 얘기죠...이렇게 되면 일이 재미있어서 일을 열심히 하다가도 열심히 해봐야 돌아오는게 없다는 것에 대해 좌절하게 됩니다.
>
>3. 과정보다는 결과만 중요시한다.
>
>이건 기업이기 때문에 당연할 수도 있겠지만...너무 결과만 중요시하기 때문에..
>땜빵식으로 일을 처리한다거나 , 기술적으로 배울 것이 많고 난이도가 있지만 성공가능성이 낮은 제품은 가능하면 기피하려고 합니다. 왜냐하면 고생해서 배우는 것은 많겠지만 개발에 실패했을 때 그 책임을 고스란이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죠....개인적으로는 쉬운 프로젝트의 성공을 통해서 배우는 것 보다, 어려운 프로젝트, 성공하면 좋지만 실패하더라도 배우는 내용은 훨씬 더 많은 것 같은데...그리고 회사 차원에서도 매번 모든 프로젝트를 실패하면 안되겠지만 실패한 프로젝트를 통해 축적되는 기술도 무시할 수 없는데...그런 마인드를 가진 사장이 몇이나 될까...의심스럽습니다.
>
>이상 주절 주절 적어보았습니다.
>시간이 없어 대안은 없이 문제점만 늘어놓았는데...
>언제 시간이 되면 제가 생각하는 해결방안을 또 올려보겠습니다.
>저는 어차피 올해를 끝으로 엔지니어 생활을 끝낼 결심을 하고 있습니다만...
>제 전공에 대해 누구보다 더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국산 제품이 외산 제품을 밀어내고 우리나라 네트워크 시장을 평정하는
>날을 꼭 보고 싶네요~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 11

관전평님의 댓글

관전평

  한국회사들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전문가가 없다는 점이 아닐까요?  경력10-20년 된 현장 연구자들이 있어야 되는 데...

남이현님의 댓글

남이현

  우리나라에도 10년 20년된 전문가는 찾아보기 힘들지만 5년이상된 전문가는 찾아볼 수 있습니다. ( 물론 5년 동안 허송세월 보낸 바보도 많죠)

남이현님의 댓글

남이현

  문제는 그런 전문가들이 여기저기 조그만 벤처회사에 흩어져 있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정도 경력자들이 모여있으면 정말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데 그게 그 사람들 뜻대로 되는 건

남이현님의 댓글

남이현

  아니죠..제 생각에는 가능하기만 하다면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는 벤쳐기업들의 기술력을 한 곳에 집중시킬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무식한 소리지만, 아예 고만고만한 회사

남이현님의 댓글

남이현

  들끼리 통폐합을 한다면 좋겠지만 그건 현실적으로 힘드니까..꼭 합병이 아니더라도, 자기 회사만의 역량을 집중할 수 있는 분야를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꼭 되지도 않는 회사가

남이현님의 댓글

남이현

  이거저거 다 한다고 달려들었다가 휘청이는 꼴을 많이 봐왔습니다.  선택과 집중이 꼭 필요하겠죠..그리고 회사간 기술교류같은 것도 검토해봐야할 문제구요.문제는 결국 사장들의 마인드

남이현님의 댓글

남이현

  에 달렸네요...쩝...

류근호님의 댓글

류근호

  결론은 돈! 돈을 못버니 사시, 변시 치고 창업한다고들 난리죠...

김진일님의 댓글

김진일

  만일 님께서 말씀하신 룰을 적용한다면.. 우리나라 정서에선 난리 납니다... 생각해 보세요..

김진일님의 댓글

김진일

  난 88학번인데 밑에 후배 96학번이 나보다 연봉 높다구 생각해 보세요.. 울나라 정서에선.. 힘듭니다..

남이현님의 댓글

남이현

  음 물론 그렇겠죠..그전에 선행되야 할 것은 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할만한 기준을 마련해야 되겠죠..현실적으로 그게 불가능하지는 않을 거라고 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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