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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인표 작성일2002-03-19 0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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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어플레이를 합시다]차인표/병역의무 이행은 기본…
 
얼마 전 가수 유승준이 병역 파문으로 홍역을 치르는 것을 보고 1995년 내가 군 입대를 결정했을 때의 일이 생각났다. 사실 그때 나도 고민이 많았다. 미국에서의 생활을 접고 연기자가 되겠다고 한국에 들어온 후 천신만고 끝에 MBC 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안에’로 인기 가도를 달리고 있을 때였다. 잠시 미국에 들어갔다 다시 나올까 하는 생각을 안 해본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어차피 겪어야 할 일. 매도 미리 맞는 게 낫다는, 원칙적인 생각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주변에서 내 결정을 말린 사람도 없지 않았다. 인기의 유효기한이 길어야 6개월인 연예계에서 이런 기회를 스스로 ‘유예’하는 게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 대체적인 설득의 이유였다. 하지만 나는 그냥 군에 입대했다.

지금 생각해 보니 당시 결정은 이후 몇 년 동안 내게 ‘평정심’과 ‘자신감’을 가져다 주었다. 꼭 ‘신성한 병역의 의무’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최소한 “내가 할 건 했다”는 스스로에 대한 책임감 같은 거였다.

이런 생각은 얼마 전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때 쇼트트랙 김동성 선수의 파문을 보고 다시 들었다. 김 선수가 경기를 이기고도 실격 당한 일이다. 나중에 TV에서 인터뷰한 내용을 유심히 살펴보니, 안톤 오노는 당연히 먹을 떡을 먹었다는 듯, 뻔뻔할 정도로 당당했다. 반면 김 선수는 말이 없었다.

약속이나 한 듯, 미 언론사들은 오노의 정당성을 부각시켰고 미 NBC 방송의 ‘투나잇쇼’ 진행자 제이 레노는 한국을 비하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그들의 행동은 미국인들이 잘 쓰는 표현을 빌리면 “It’s not fair!(그건 공정하지 않아!)”였던 것이다. 국내 네티즌들은 분노했다. 그들은 인터넷에서 오노의 홈페이지 등을 해킹해 며칠동안 서버를 다운시켰다. 나도 개인적으로 오노에게 한 마디 해주고 싶어서 여러 차례에 걸쳐 그의 홈페이지를 방문했지만, 서버가 다운되어 글을 남기지 못했다.

그런데 지금까지 흥분과 분노 속에 동계올림픽 관련 보도를 보면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을 발견했다. 이는 주로 안톤 오노, 리자준 등 경기 중 파울플레이를 한 인물들에게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심지어 어떤 이들은 이번 월드컵 때 미국에 불이익을 주자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게 파울이 쉽게 일어날 수 있는 쇼트트랙 경기에서 단 한번의 파울도 저지르지 않고, 깨끗한 페어플레이를 한 우리 남녀 국가대표 선수단에 대한 칭찬은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금메달을 딴 것보다도 더 자랑스러운 것은 우리 어린 선수들이 이미 더러워진 현장에서 끝까지 페어플레이를 해주었다는 점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결국은 나도 포함됐지만) 이 선수들에 대한 칭찬보다는, 파울플레이를 한 사람들에 대한 원망만을 주로 했던 것이다.

그런 생각이 들자 오노의 홈페이지를 찾아 다녔던 내 자신이 너무도 부끄러워졌다. 지금이라도 페어플레이를 한 우리 선수들에게 박수를 쳐주었으면 한다. 결국 해야 할 걸 해낸 그들이 자랑스러운 것이다.

차인표 탤런트

댓글 6

송세령님의 댓글

송세령

  공감합니다.. 어쩌면.. 금메달을 따냈지만 반칙사건에 묻혀버린 선수들의 모습은.. 이공계 기술자들의 모습이 아닐런지..

전문연님의 댓글

전문연

  차인표님말씀에 당연 공감합니다...이 작고 힘없는 나라에서 국방의무 수행은 당연한 것이라 생각하며 현재 전문연들의 복무기간 단축을 이야기 하는 가장 기본이 형평성 문제입니다..물론

전문연님의 댓글

전문연

  군필자들에게는 할 말씀이 없습니다..그러나 다른 복무대체로 군복무를 수행하는 사람과의 형평성을 주장하는 것이며 우리 전문연들이 국방의무를 수행하는것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는 것이 아

전문연님의 댓글

전문연

  니라는 것입니다...

전문연님의 댓글

전문연

  물론 저희 전문연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진다고(?)해도 소급적용은 힘들것 같지만 저희는 단지 전문연을 지원하고자 하는 밤새며 연구하는 후배들에게 형평성 있는 복무환경을 만들고자 하는

전문연님의 댓글

전문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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