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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세계 이끄는 한국과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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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양 작성일2004-02-05 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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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이끄는 한국과학자

 
▼세계신호전달체계 권위자 美국립보건원 이서구 박사▼

“한줌 흙에도 수많은 박테리아가 있는데 이 중 하나만 제대로 연구해도 학문과 산업 발전에 크게 공헌할 수 있습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에서 30년간 근무해온 세계적인 과학자 이서구(李瑞九·61) 박사의 말이다. 연구자가 오랫동안 진득하게 한 분야에 몰두하다 보면 놀라운 발견을 할 수 있고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뜻이다.

NIH는 올해 예산만 280억달러에 50년간 노벨상 수상자를 110명이나 배출 또는 지원한 이 분야 세계 최고의 연구기관.

이 박사는 NIH의 주요 연구책임자(PI) 가운데 한 사람이다. 15명의 연구원을 거느리고 연간 250만달러의 연구비를 운용하는 ‘세포신호전달연구실’의 실장. NIH의 실장급 연구책임자 가운데선 유일한 한국인이다.

그가 ‘네이처’ ‘사이언스’ 등 국제 저널에 발표한 논문만 무려 280편. 미 과학정보연구소(ISI)에 따르면 그의 논문은 관련 연구자들 사이에 많이 인용되는 것으로 유명하다.

▽세계적인 과학자가 되려면=세계적인 과학자가 된 비결을 묻자 이 박사는 “당시 유명하지 않았던 분야를 선택해 유명하게 만든 덕분”이라고 밝혔다.

1986년 그는 세포 내 신호전달체계의 기본 물질인 ‘인지질분해효소(PLC)’를 발견하고 그 역할과 작용을 알아내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 효소가 암을 비롯한 여러 질병의 발생 메커니즘과 관계가 깊은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지금은 그의 연구 분야가 ‘뜨는’ 분야가 됐고 학계에서 누구나 그를 세포신호전달체계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로 인정한다.

이 박사는 “나는 20여년간 한 분야에 매진해 성공했다”며 “한국 정부의 조급한 연구정책은 연구자가 한 분야에 전념할 수 있는 전문성을 없애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가 1990년부터 9년간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자문위원을 맡았을 때의 경험이다.

“한국 정부가 언제는 간이나 뇌 연구에, 또 언제는 유전자나 단백질 연구에 투자를 늘린다고 하는 통에 연구자들은 여기에 맞춰 연구제안서를 새로 쓰기 바쁘더군요.”

대개 새로운 분야의 연구예산을 마련하기 위해 기존 분야의 연구비를 삭감하는데, 예산도 뒷받침 안 된 상태에서 정부의 커다란 정책이 쉽게 바뀌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 박사는 “정부는 연구자를 산만하게 하지 말고 연구자는 올바른 방향을 정해 뚝심을 갖고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선(先) 연구지원, 후(後) 평가=“실장급 연구자 중에서 저는 젊은 편에 속해요. NIH에선 60, 70대는 한창 활발하게 연구할 나이죠.”

환갑이 되기 훨씬 전에 연구자로서 퇴임하는 게 한국 과학계의 현실이지만 이 박사는 환갑이 넘도록 연구하고 있다. NIH의 종신연구원 신분 덕분이다.

종신연구원은 연구 능력만 있으면 원하는 분야에서 마음껏 연구할 수 있다. 먼저 충분한 연구비를 지원받고 나중에 평가받는 제도 때문이다.

이 박사는 “한국이 세계적인 과학자를 배출하려면 연구비가 우수 연구자를 따라다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연구책임자급 종신연구원이 되려면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박사 학위 취득 후 3∼5년의 연구 경력을 갖추고 높은 경쟁률의 종신연구원 과정에 들어간 뒤 다시 5년간의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야 한다. NIH의 1만8000여 연구원 가운데 연구책임자급 종신연구원은 5% 정도인 950명.
 
노장들도 젊은 연구자들과 똑같이 4년마다 연구 업적으로 평가받는다. 평가 결과가 나쁘면 연구비와 연구 인력, 그리고 연구 공간이 줄어든다. 반면 결과가 좋으면 여건은 더 좋아진다. 국내에서 무조건 정년을 줄이거나 늘리려는 움직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유학 보조보다 국내 대학원생 지원해야=1998년부터 이화여대 세포신호전달연구센터의 현지 실험실 연구책임직을 겸임하면서 이 박사는 능력 있는 젊은 연구자들과 활발하게 공동 연구를 하고 있다.

이 박사는 “최근 국내 젊은 교수들 중에는 세계적 실력을 갖춘 사람이 많은데 함께 연구할 대학원생들이 부족하다”며 “실력 있는 학생이라면 이제는 유학을 가지 않고도 국내에서 세계적 연구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분자생명과학부 박사과정생 우현애씨가 이 박사와 함께 연구해서 쓴 논문이 지난해 4월 말 ‘사이언스’에 실린 일은 좋은 예다.

이 박사는 이공계 대학원생과 연구원들에 대해 더 높은 대우를 해주어야 우수한 사람들이 이공계를 선택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정부가 우수 대학원생이 해외 유학 가는 일을 지원하기보다는 국내에서도 외국에서만큼 대우를 받고 연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서구박사 약력▼

1943년 서울 출생

1965년 서울대 화학과 졸업

1972년 미국 가톨릭대 박사 (유기화학)

1975년 미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심장연구소(NHLBI) 연구원

1979년 NIH 종신연구원

1994년∼NIH 세포신호전달연구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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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연구 ‘글로벌 네트워크’ 시급▼

2002년 4월 어느 날 미국 에너지부(DOE)에 근무하는 한국인 과학자 K박사는 중요한 정보를 손에 얻었다. 의회에 제출되기 직전인 ‘2003년 미국의 에너지예산안’이었다.

대외비는 아니었지만 현장에 있지 않고서는 구할 수 없는 자료였다. K박사는 이 문건을 고국의 한 인터넷사이트에 올렸다. 미국 에너지정책의 흐름을 신속하게 알 수 있어 국내 관련 연구자들에게 큰 도움을 준 것은 당연한 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L박사는 얼마 전 연구에 필요한 외국논문을 인터넷에서 급하게 수소문하다가 생면부지인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의 J박사에게서 하루 만에 넘겨받았다.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연락하라”는 친절한 한마디와 함께….

해외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과학자들이 늘어나면서 고국을 위해 귀중한 정보를 제공하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재외(在外) 한국인 과학기술자에 대한 구체적인 데이터는 거의 없는 실정.

1999년 9월 과학기술부 지원으로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구축한 ‘한민족 과학기술자 네트워크’(KOSEN·www.kosen21.org)와 각국의 ‘한인과학기술자협회’를 통해 해외 과학자들의 수와 활동을 가늠하는 정도다.

KISTI에 따르면 미국 유럽 일본 등 각국의 과학기술자협회에 등록한 연구자들의 수는 2002년 기준으로 2만여명. 협회는 회원간 정보 교류와 학술 토론을 하는 일이 주요 활동인데 이공계 학부생부터 박사후연구원, 원로 과학자까지 구성원이 다양하다.

한인 과학자가 가장 많은 나라는 미국(1만600명)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 국립보건원(NIH) 등 세계적인 연구소에서 근무하는 한국인들이 많다. 협회에서는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한국의 정부나 기업이 새로운 연구프로젝트를 할 때 해외에서 스카우트해 올 우수 연구자를 찾는 데도 도움을 준다.

전문가들은 재외 한국인 과학자들이 어떤 연구를 수행하는지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국내외에서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글로벌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서울대 공대 한민구 학장은 “1970, 80년대에는 우수 인력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는 게 급선무였지만 지금은 국내에도 세계적인 연구자들이 많다”면서 국내외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KISTI 동향정보분석실 한선화 실장은 “우수 인력이 한국을 떠나는 현상을 두뇌유출(brain drain)로만 볼 게 아니라 특정 임무를 지니고 선진국에 가는 두뇌파견(brain dispatch)으로 보는 적극적인 사고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수한 과학자들이 국내에서도 세계적인 연구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연구여건을 개선하고 인프라를 갖추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국가별 재외동포 수 및 과학기술자협회 회원수(2002년)

국가    동포수        과학기술협회회원수
미국    212만3167      1만600
중국  188만7558      1938
일본    64만234          2273
옛 소련 지역 52만1694  1270
캐나다 14만896          800
호주  4만7227          487
독일  3만492              932
영국  1만5000              800
프랑스 1만485            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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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속의 한국인 과학자 10인▼


▽강성모=미국 일리노이대 전기공학과 교수. 벨연구소에서 최초로 32비트 마이크로프로세서 개발. 초고집적반도체의 설계 자동화 분야 권위자

▽김성호=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화학과 교수. 전달RNA의 3차원 구조를 밝혀낸 구조생물학자.

▽노만규=프랑스 국립기초과학연구소 이론물리과 석좌교수. 핵물리학 분야에서 중요한 법칙인 ‘브라운-노 스케일링 법칙’ 제시.

▽데니스 최=미국 머크연구소 수석부사장. 신경세포 사멸에 대한 연구로 파킨슨병과 뇌중풍 치료법 권위자.

▽박홍근=미국 하버드대 화학과 교수. 세상에서 가장 작은 ‘단전자 트랜지스터’ 세계 최초 개발.

▽안종혁=미국 신시내티대 전기전자공학과 교수. 지능형 일회용 플라스틱 ‘랩온어칩(Lab-on-a-Chip)’ 세계 최초 개발.

▽이임학=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수학과 명예교수. 새로운 단순군(群)인 ‘리군((Ree Group)’을 발견한 군이론의 대가.

▽장윤일=미국 국립아르곤연구소 부소장. 고속증식원자로 연구 개발의 권위자.

▽피터 김=세계 최대 제약회사인 미국 머크사 연구개발 총괄부회장. 에이즈와 독감 바이러스가 인체 세포막에 침입하는 경로를 규명.

▽한홍택=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항공우주기계공학과 교수. 다양한 복합재료의 기계적 특성을 규명하고 설계, 해석함으로써, 이론적 기초를 닦음.


▼특별취재팀▼

▽팀장=신연수 경제부 기자(차장급)

▽경제부=김태한 이은우 고기정 박용 기자

▽사회1부=전지원 기자

▽동아사이언스=김훈기 이충환 기자

댓글 2

황진환님의 댓글

황진환

  강성모 교수가 학교 옮기신지 몇년이 지났는데...

andysheep님의 댓글

andysheep

  기자들이 만든 기준으로 뽑은 거겠죠.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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