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가루 이야기 (5) - 움직이는 가루

글쓴이
최희규
등록일
2005-08-29 10:48
조회
8,503회
추천
0건
댓글
0건
뿡뿡아.
이제 날씨가 많이 더워졌지? 이제 곧 여름이 찾아오고, 여름 방학이 되면 바닷가나 강가에 놀러갈 일도 많아지겠구나. 가루박사님은 이전에 세상의 모든 물질은 고체, 액체, 기체와 함께 분체를 포함하여 네 가지가 있을 수 있다고 이야기 했지. 즉, 분체는 고체의 형태이지만 움직임이 있는 물질이라고 말이야. 그렇다면, 가루는 어떠한 길을 따라 움직이며, 어떤 물질들이 우리 주위에서 마치 고체와 액체처럼 움직이는지 궁금하지 않니? 그래서 오늘은 분체 중에서도 움직이는 가루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해. 그렇다면, 고체입자가 마치 액체나 기체처럼 움직이는 것에 대해 알아볼까?

뿡뿡이는 티브이나 영화에서 화산폭발을 본적이 있지?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들지만, 세계 곳곳에서 가끔씩 볼 수 있는 화산폭발이 일어날 때 화산재라는 것이 생기게 되는데, 이 화산재가 기체 같은 분체, 즉 공중에 떠 나니는 가루의 대표적인 것이라 할 수 있어. 이 화산재는 암석이 녹아서 액체같이 될 때 그 안에 들어 있는 공기가 갑자기 폭발하여 하늘 위에까지 미세한 가루를 뿜어 올리는 것이야. 이 미세한 가루들은 우리 지구를 감싸고도는 공기들과 함께 지구 위를 계속 돌다가 서서히 떨어지게 되는데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기도 하지. 또한, 사막에서 모래먼지가 날아다니는 것도 생각할 수 있겠지. 최근에는 아프리카 사막에서 날아올라간 모래가루가 멀리 유럽까지 날아간다는 뉴스도 있어. 가루 박사님이 전에 이야기한 황사도 이와 비슷한 것이겠지.

그렇다면, 가루들은 왜 떨어지지 않고, 공기 중에 계속 날아다니는 것일까?

이것은 바로 땅이 가루를 끌어당기는 힘(중력)보다 공기가 가루를 날리는 힘이 크기 때문이야. 그리고 공기의 점성이 분체입자를 붙여서 같이 날아다니려고 하는 것도 한 가지 이유가 되지. 예를 들어, 우리가, 여름철 바다 속에 들어가 파도타기를 하려고 할 때 바닷물 속에서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이리 둥실 저리 둥실 하는 것과 강한 바람이 불 때 걷기 힘들어 지는 이유와 같다고 할 수 있어. 곡물을 운반하는 공장이나, 가루를 다루는 공장에서는 이러한 원리를 이용해서 운반하기 힘든 가루들에게 공기를 불어 넣어 파이프를 통해 수송하기도 해.

뿡뿡아 그럼 땅에서도 한번 살펴볼까?
넓은 강가나 바닷가의 모래사장에 가 본적이 있지? 자세히 살펴보면, 바람의 방향에 따라 마치 물결무늬 같은 매우 아름다운 모래무늬가 생기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을 것이야. 이것이야말로 분체라는 말로 밖에 설명 할 수 없는 자연이 만들어 내는 아름다운 현상이라고 할 수 있어. 이 모래무늬가 나타나는 이유를 안다면 분체의 움직임, 즉 고체입자의 기체 또는 액체와 같은 성질을 자연스럽게 이해 할 수 있지. 모래입자는 바람이 불면 우선 모래사장 위를 구르기 시작해. 그리고 어느 정도 속도가 붙을 때 어떤 빗면에 부딪히면, 수평으로 움직이던 힘이 수직으로 움직이는 힘으로 변화하여 위쪽 방향으로 힘을 가지고 날아오르게 되지. 그 후 다시 중력의 작용을 받아 밑으로 가라앉게 되는데, 모래입자의 무게 때문에 그 날아오르는 거리가 그다지 멀지 않기 때문에, 이것이 자연스럽게 물결무늬를 이루게 되는 것이야. 이런 것을 풍문(風紋, 바람무늬)이라고 하고, 바닷가, 강가 또는 사막 위에서 아름다운 모양을 만들어 내는 것이야. 결국 이것도 바람이 불면 먼지가 날리는 것처럼 바람에 의해 모래가 날리다가 그 무게가 다른 먼지 보다 무겁기 때문에 일찍 가라앉아서 만들어 지는 것이지.

또한, 우리가 학교에서나 집에서 청소를 하려고 빗자루로 먼지를 쓸 때, 창문에서 들어오는 햇빛이 떠다니는 먼지들 사이로 비춰지는 것을 볼 수 있지. 이것 또한 분체입자가 공기 중을 떠다니면서 빛의 반사시켜 빛이 지나가는 것을 볼 수 있게 하는 것이야. 그렇다면, 빛이 나아가는 길을 확인하기 위한 재미있는 실험이야기를 해 볼까? 상자의 한쪽에 한 줄로 작은 구멍을 3~4개 뚫고 태양을 향하게 하고, 빛이 구멍을 통해 들어온 뒤 반대편 벽에 부딪히도록 해보자. 이때는 상자의 반대편에 빛이 닿는 것만 볼 수 있고, 빛이 지나 가는 길은 보이지 않지만, 빛이 나가는 길을 잘 보기 위해 상자 안에 향 연기를 피워보면 연기 알갱이에 빛이 반사되어 빛이 지나 가는 길을 볼 수 있지. 앞에서 이야기한 청소할 때 먼지 사이로 빛이 지나가는 길이 보이는 것과 같은 원리라고 할 수 있겠지. 이것 역시 공기 중에 입자들이 떠 있어서 가능하게 되는 것 이야.

자 그럼 또 다른 움직이는 가루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볼까?
뿡뿡아, 물에 공기를 집어넣으면 어떻게 되지? 우리가 물이 들어 있는 컵에 스트로를 사용해서 공기를 불어 넣으면 거품이 나오지. 콜라나, 사이다 같은 탄산음료는 더욱 많은 거품이 나오게 되지. 이는 물속에 녹아 있던 탄산가스가 같이 뿜어 나와서 거품을 만들기 때문이겠지. 그러면, 가루에 공기를 불어 넣으면 어떻게 될까? 모래가 빠져나가지 않을 정도의 구멍이 있는 판을 밑에 깔고 용기에 모래를 넣은 다음 밑에서 공기를 올려 보내 볼까? 공기를 불어 넣는 속도가 작은 경우는 모래가 조금씩 흩어지겠지만, 모래는 대체적으로 움직이지 않아. 그렇지만, 공기 속도를 어느 정도 이상으로 높이면 거품이 발생하고 마치 물이 끓는 모습처럼 모래가 매우 심하게 움직이게 돼. 따라서 모래를 용기에 다져넣으면 모래사장과 같이 천천히 걸을 수가 있지만, 움직이고 있는 모래에서는 액체와 같은 상태가 되기 때문에 걷는 힘이 약하게 돼. 그래서 결국 발이 빠지게 되는 것이야.

뿡뿡아, 앞에서 말한 것과 같은 원리로 생각하면, 이렇게 가루에 공기를 불어 넣으면 가루를 아주 고르게 혼합 할 수 있겠지. 그렇기 때문에 가루를 이용하는 식품공장, 제약공장 등 여러 곳의 가루를 다루는 공장에서는 이러한 원리를 이용해서 가루를 혼합하고, 운반해서, 새로운 물질로 만드는데 응용하고 있어. 그렇기 위해서는 공장에서는 가루를 보관하는 탱크가 필요하겠지? 이런 탱크를 호퍼라고 하는데 이 호퍼는 저장탱크 하단부에 가루의 배출구가 있어서 필요할 때 가루를 밑으로 꺼내는 역할을 해. 그런데, 가루는 액체와는 달리 항상 같은 속도로 안정하게 배출이 되지 않고, 막히는 경우가 있어. 마치 우리가 지하철을 탈 때 문 앞에 갑자기 한꺼번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서 들어가지 못하는 것과 같은 경우가 되겠지. 이럴 경우 호퍼 밑에서 기체를 불어 넣어 주면 가루의 흐름이 부드러워지고 마치 액체처럼 안정하게 배출이 되곤 하지. 이것 역시 고체인 가루입자가 액체처럼 잘 흘러가는 경우라 할 수 있겠지.

그럼 끝으로 뿡뿡이에게 하나 더 물어 볼까?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되어 있잖아. 그 중에서 서해를 황해라고도 하는데 들어 본적이 있니? 그렇다면 왜 서해를 황해라고 할까? 그 이유는 중국의 양자강, 한국의 한강, 금강 등이 바다로 흘러 들어가면서 강가의 진흙과 모래들을 같이 가지고 바다로 흘러 들어가서 바닷물이 누렇게 보이기 때문이지. 그렇다면, 강이 흘러 들어갈 때 누렇게 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것이 바로 분체입자들 때문이지. 황토나 모래가루들이 물에 섞여 들어가서 가루가 물과 함께 같이 움직이기 때문이야. 즉, 가루는 공기와도 함께 물과도 함께 움직이는 재미있는 물질이라는 이야기지.

뿡뿡아.
오늘은 여러 가지 움직이는 가루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보았지. 앞으로 뿡뿡이가 바닷가나 강가에 놀러가서 모래사장위의 풍문을 볼 때도, 공기 중에 떠다니는 먼지를 볼 때도, 물속에 떠다니는 황토를 볼 때도 가루를 생각하고 분체를 생각하면 아주 재미있지 않을까? 앞으로도 계속 가루에 관해서 많은 관심을 가져주면 가루박사님이 아주 기쁠 것 같아.

그럼 안녕.

목록


과학기술칼럼

게시판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등록일 조회 추천
1680 영화 속의 기상재해와 기상조절 기술 댓글 4 최성우 04-24 13654 0
1679 2. 실패한 10년, collaboration 댓글 3 시간 04-22 10900 0
1678 1. 댓글 2 시간 03-14 9129 0
1677 제1회 'SCIENG 과학기자상' 수상자 인터뷰 등 댓글 1 sysop 02-21 12371 3
1676 영화 속에 나타난 미래의 에너지 최성우 02-21 18410 0
1675 제2회 YSRIM 국제학술대회 참관기 최희규 02-16 8563 0
1674 로봇과 사이보그, SF로부터 현실로... 최성우 12-23 10541 0
1673 현실로 다가온 ‘딥 임펙트’ 최성우 10-27 10332 0
1672 생명/인간 복제의 허와 실 최성우 07-27 11349 0
1671 가상현실과 사이버네틱스 기술은 어디까지 가능할까? 최성우 05-18 11203 0
1670 냉동인간의 부활은 가능할 것인가? 최성우 03-18 20186 0
1669 환상적인 입체영상 - 홀로그래피 최성우 01-12 18474 0
1668 화장품이 똑똑해진다 - 나노구조체 최희규 01-10 13832 0
1667 오클로 광산은 '자연방폐장'인가? 댓글 1 최성우 12-13 14655 0
1666 토요타 산업기술 기념관을 방문하고 최희규 12-07 9843 0
1665 1천조분의 1까지 측정한다 최성우 11-11 9843 0
1664 한일 분체과학기술 국제 심포지움 참관기 최희규 11-10 9681 0
1663 술은 여자의 적? scieng lab 11-07 9871 0
1662 조류독감은 ‘인간독감’이 될 것인가? 댓글 4 최성우 10-31 11017 0
1661 에디슨이 전기의자를 발명한 까닭은? 최성우 10-26 13802 0


랜덤글로 점프
과학기술인이 한국의 미래를 만듭니다.
© 2002 - 2015 scieng.net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