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 산업기술 기념관을 방문하고 > 과학기술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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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 산업기술 기념관을 방문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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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규 작성일2005-12-07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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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같아서는 가을은 아예 만나지도 못 할 것 같았는데, 이제 아침저녁으로는 따뜻한 전기장판이 생각나는 것을 보면 세월의 힘만큼 강한 것도 없는 것 같다.

벌써 일본에 온지도 1년을 훌쩍 넘겨 버렸고, 내가 살고 있는 나고야는 어지간히 명소는 다 둘러보았는데 아직도 관광지가 아닌 기념관이나 박물관 등을 갈 곳이 남았더랬다. 지난 주말은 이번 학기부터 새로 여기 나고야 대학에서 연구생을 시작으로 다음 학기에 박사 과정에 입학할 후배부부와 함께 ‘토요다 산업기술 기념관(이하 기념관)’을 방문했다. 오래 전부터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었으나 역시 알려진 관광명소부터 발걸음을 먼저 옮기기 마련이라 이제야 방문을 하게 되었다.

지난번에도 나고야 과학박물관을 다녀와서 글을 쓴 적이 있었지만, 여기 일본에서 기념관이나 박물관을 방문 할 때 마다 신선한 충격을 받곤 한다. 내가 생각 했던 것보다 훨씬 알찬 내용과 친절한 설명, 그리고 무엇보다도 방문객들과 함께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다는 것이 더욱더 나를 놀라게 한다. 또 한편으로는 이렇게 잘 만들어 놓고 많은 사람들이 방문해서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이 많다는 것에 부러움과 질투를 느끼기도 한다.

이 기념관은 토요다 그룹 13개사가 공동으로, 토요다 그룹의 발생지인 구 토요다 방직 본사의 공장 터에 남겨져 있던 건물을 귀중한 산업 유산으로 살리고 후세에 알리기 위해 설립한 것으로, 전체 대지면적 41,597 m2 , 전시장 면적은 14,133 m2를 차지하고 있다. 토요다 그룹은 자동 방직기를 발명한 ‘토요다사키치’와 그의 장남 ‘토요다키이치로’가 시작한 방직공장과 자동차 제조공장에 그 뿌리를 두고 만들어진 그룹이며, “연구와 창조”, “물건 만들기”라는 모토의 정신으로 보다 더 경제와 사회 발전에 기여할 것을 지향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에는 생산 활동이 고도화됨에 따라 물건을 만들어 내는 공장을 볼 기회가 적어지고 있다. 따라서 다음세대를 짊어질 젊은이들에게 그 중요성을 이해시키고자 이 기념관을 설립하였다고 한다. 특히 이 기념관은 올해로 개관 10주년을 맞아 내용을 보다 더 알차게 꾸미고 있었다.

먼저 기념관은 크게는 토요다 그룹의 모체가 되는 섬유기계관과 자동차관이라는 두개의 대형 전시실이 중심으로 되어있고, 그 밖에 재료시험실, 시험제작공장, 창조공방 테크노랜드, 특별전시실 등 몇 개의 부속 전시실이 딸려 있었다.

섬유기계관은 토요다 그룹을 생겨나게 한 섬유방직 공업의 방직, 적조 기게 기술을 소개 해 놓은 곳으로서 예부터 현재까지의 기계 기술의 변천을 한 눈에 볼 수 있게 해 두었다. 특히나 놀라운 것은 100여 년 전의 기계를 그대로 만들어 놓고 당시의 운전 기술을 그대로 재현해 보이고, 뿐만 아니라 각 기계마다 그 기계를 작동하는 기술자들이 있어 상세한 설명과 함께 당시의 조작방식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기초적인 방직 기계도구에서 최첨단 현재의 방직 기계까지 시대별로 전시해 놓고 현재의 공업에 이르기까지의 필요했던 주요 기술들의 변천을 보여주고 있었다. 또한 방문객들이 직접 섬유를 만져 볼 수도 있고, 방직이 되어 제품으로 생산된 직물이며 최첨단 컴퓨터로 디자인되어 각종 그림이 새겨진 제품까지 직접 손으로 만져 볼 수 있게 하여 보다 가깝게 다가 설 수 있도록 해 두었다. 또한, 오차 없는 정밀 기계를 소개하는 곳에서는 샤프펜슬을 아래에 거꾸로 세워두고, 위에는 샤프심을 잡은 기계가 빠른 속도로 샤프심을 끼우는 장면을 보여줌으로서 첨단 방직기술을 알기 쉽게 보여주고 있었다.

자동차관은 역시 현재의 토요다가 있게 한 주력공업으로서의 위상이 전혀 흔들리지 않도록 자동차에 관한 모든 것을 보여 주고 있었다. 자동차의 구조와 구성부품, 창업당시의 자동차에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생산 기술, 대표차종의 전시, 연구 및 기술개발과정, 최첨단 디자인과정, 미래에 선보일 자동차 등 여러 가지 자동차의 모든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특히 토요다사에서 생산하는 제품이 아닌 자동차의 부속품들, 예컨대 배터리, 오디오 등도 함께 전시에 두어서 자동차의 부속품들 전부를 보여 주었다.

그리고 각종 부속 전시실에서는 금속가공 기술을 그대로 재현하여 주조, 단조 그리고 절삭 등의 공정을 보여주는 곳이며, 자동차 창업 당시의 공장을 재현하여 직접 사람이 손으로 자동차를 만드는 광경을 만들어 놓은 곳, 1905년 토요다 자동차의 창업주가 거주하며 발명을 위해 힘을 쏟았던 곳 등을 전시 해 놓았으며 방문객들이 즐겁게 과학기술을 체험 할 수 있도록 초대형 지레 및 인력 발디딤차, 센서 미로 등을 갖추어 놓은 테크노랜드가 있었다.

뿐만 아니라, 전시장 곳곳에는 초등학생과 어린이를 위해 여러 가지 물건을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장소를 만들어 놓았다. 예컨대 투명한 자동판매기처럼 생긴 장치에 버튼을 누르면 자동차를 받치는 밑판이 만들어져 떨어지고 안내원으로부터 각종 부품들을 받아 그 자리에서 조립을 하면 고무줄로 움직이는 장난감 자동차를 만들 수 있는 것이라든지, 미래의 최첨단 자동차가 그려진 종이를 한 장씩 받아 누구나 책상위에서 색칠을 하고 그 그림을 벽에 전시하여 같이 사진을 찍는 다든지 하는 어린이를 위한 프로그램이 많이 행해지고 있었다.

이처럼 한번 방문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그 곳을 추천하고, 다시 한번 가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들게 했다는 것은 참 좋은 현상이었던 것 같다. 역시 세계 최고의 자동차메이커가 운영하는 기념관으로서 누가 방문해도 좋은 인상을 받을 수 있게 해 놓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최근에는 한국의 많은 기업들도 기념관을 만들고 전시관을 잘 만들어 놓았다고 듣고 있다. 하지만 전시관을 운영하는 기업들은 앞으로 보다 폭넓은 홍보와 다양한 행사들을 개최함으로서 사람들이 찾아오기만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한 걸음 더 친숙하게 다가가는 노력을 부탁드리고자 한다.

사랑의 반대말은 증오라기보다는 무관심이 더 적절한 말이라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과학기술을 보다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을 가지고 기초를 튼튼하게 하기 위해서 특히 자라나는 새싹들에게 보다 친숙하게 과학기술에 다가서고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을 하는 것이 우리 어른들이 해야 할 의무이자 숙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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