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쟁이 인간’과 ‘거대 괴물’들은 가능할까? > 과학기술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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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쟁이 인간’과 ‘거대 괴물’들은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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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작성일2008-06-18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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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나 판타지 영화, 혹은 가족 코미디 물 등을 보면, 작은 난쟁이 인간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거나 사람을 인위적으로 아주 작게 축소시키는 장면 등이 가끔씩 나온다. 또한 이와 정반대로 몸집이 커진 인간이 거대한 괴물 등을 주제로 하는 영화들도 적지 않다.
이들 영화들은 영국의 작가 조너던 스위프트(Jonathan Swift; 1667-1745)의 고전적 소설 ‘걸리버 여행기(Gulliver's Travels)’에 나오는 소인국, 대인국의 이야기를 떠올리게 하는데, 1726년에 나온 이 소설은 원래 인간을 통렬하게 비판하는 풍자적인 소설이지만 기발한 상상력으로 인하여 SF소설의 시초로 보는 사람들도 있다.

아주 작게 축소된 인간들의 모험을 다룬 영화로서 스필버그 사단의 작품인 '이너 스페이스(Inner Space; 1987)'가 있다. 죠 단테 감독에 데니스 퀘이드, 마틴 숏, 멕 라이언 등이 출연하여 상당한 인기를 끌었던 영화이기도 하다.
실리콘밸리에서 추진하는 극비 초소형화 실험으로서 공군 조종사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소형화된 잠수정을 타고 실험 대상인 토끼의 몸 안으로 투입되려던 순간, 악당의 습격으로 인하여 연구소장은 살해당하고 잠수정이 담긴 주사기는 다른 사람의 엉덩이를 꽂히게 된다. 이들은 사람 몸 안팎에서 갖은 모험을 하며 악당과 치열하게 싸운 끝에 악당을 퇴치하고 무사히 귀환하게 된다는 이야기인데, 초소형 잠수정이 혈관 속으로 돌아다닌다는 기발한 착상 뿐 아니라 인체의 내부와 장기들을 구체적으로 묘사한 장면 등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또한 나노과학기술이 나날이 발전하는 오늘날 이 영화는 더욱 주목을 끌고 있다. 물론 사람을 아주 작게 축소시킨다는 것은 지금이나 미래의 과학기술로도 거의 불가능하겠지만, 영화에 나오는 초소형 잠수정 비슷한 기기가 실제로 각국에서 개발되고 있다. 자체 추진 프로펠러가 달린 초소형 의료기기를 사람의 혈관 속에 투입하여 각종 질병의 진단과 치료를 하게 만드는 것이다. 앞으로는 이와 같은 나노의료기기가 바이러스, 세균과 싸워서 이들을 퇴치하거나 암세포를 제거할 수 있는 수준에도 이르지 않을까 기대해 볼 수 있다.

나노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걸리버 여행기의 소인국 사람들 정도로 작은 사람들이 등장하는 영화는 상당히 많다. 코믹한 가족 모험극인 ‘애들이 줄었어요(Honey, I shrunk the kids; 1989)'는 국내에도 개봉된 바 있는데, 괴짜 교수가 발명한 축소기계 옆에서 놀다가 실수로 아주 작은 크기로 줄어버린 아이들이 온갖 위험과 고생을 겪은 끝에 결국 원래의 크기로 무사히 돌아온다는 이야기이다.
이와 비슷하게 아주 작은 사람들이 등장하는 영화로서 ‘바로워즈(The Borrowers; 1997)’가 있다. 어느 가족의 집에서 여러 물건들이 자꾸 사라지는 일이 생겨서 건망증이 아닐까 의심하기도 하지만, 어디에 두었는지 분명히 기억하고 있는 데도 불구하고 사라지는 이유는 바로 인간들로부터 필요한 물건을 빌려서 살아가는 손가락만한 크기의 난쟁이들인 바로워즈들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는 유럽의 오래된 전설의 하나인데, 메리 노튼의 원작소설을 바탕으로 TV 시리즈로도 제작되어 미국과 영국에서 큰 인기를 끌기도 하였다.
영화에서는 어느 집의 마루 밑에서 살아가는 바로워즈 일가가 등장하는데, 아버지, 어머니, 딸, 아들 등 모두 4명으로 이루어진 클록 가족이 그들이다. 바로워즈들은 나들이를 나왔다가 주인 가족에게 정체를 들키기도 하지만, 살던 집이 헐릴 위기라는 것을 알고 함께 이사를 떠나기로 한다. 그러나 서둘러 집을 허물려는 욕심 많은 변호사의 음모를 우연히 알게 된 후, 바로워즈들은 집을 지키려 엉큼한 변호사에 맞서서 싸우면서 쫓고 쫓기며 갖은 모험을 겪는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SF영화는 아니지만, 비교적 최근에 개봉된 ‘박물관이 살아있다(Night at the museum; 2006)'와 ’스파이더위크가의 비밀(The Spiderwick Chronicles; 2008)‘에서도 난쟁이 인간이나 요정 등이 등장한다. 재미있는 액션 모험극인 ’박물관이 살아있다‘에서는 난쟁이 인간들이 주인공은 아니지만, 걸리버 여행기에 나오는 소인들을 비롯한 작은 전시 인형들이 밤마다 살아나서 온갖 소란과 전투를 벌이는 장면이 나온다. 판타지 모험 영화인 ’스파이더위크가의 비밀‘에서도 인간의 눈에 잘 띄지 않으면서 별개의 세계를 살아가는 작은 요정들이 등장한다.

그렇다면 과연 사람보다 훨씬 작지만 비슷한 모습을 한 ‘아주 작은 인간’들이 사람과 유사한 생활을 영위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가능할까? 이 문제에 대해 매우 오래 전에 연구한 과학자로는 놀랍게도 바로 근대 과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갈릴레오 갈릴레이(Galileo Galilei, 1564~1642)가 있다. ‘신과학대화’ 등 그의 저서에는 사람이 아주 작게 축소되었을 경우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해, 부피와 표면적에 따른 에너지 대사량의 변화, 소화능력의 관계 등을 들어서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 설명하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갈릴레이가 걸리버 여행기가 나오기 훨씬 전에 이미 소인국 사람들의 존재 가능성을 부정하였다는 점을 들어서 스위프트를 비판하거나, 그의 소설은 SF작품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
즉 예를 들어서, 사람이 만약 키를 기준으로 1/10 정도의 크기로 갑자기 줄었다면, 표면적은 약 1/100 정도로 줄어들고 부피는 거의 1/1,000 수준으로 줄어들게 된다. 즉 피부 면적에 비해 부피는 훨씬 큰 비율로 줄어들게 되는 셈인데, 이는 에너지 대사에 있어서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게 된다. 왜냐하면, 피부를 통한 열의 손실 등은 피부의 면적에 거의 비례할 것이므로 상대적으로 에너지의 소모가 큰 반면에, 한 번에 먹을 수 있는 분량은 부피에 거의 비례할 것이므로 에너지의 섭취는 상대적으로 더욱 작아지게 된다.
또한 거의 비슷한 신체의 구조를 생각한다면 소화능력이 갑자기 몇 배 이상 늘어날 리도 없을 것이므로, 아주 작은 인간들은 이론적으로도 존재하기가 무척 힘들게 된다. 물론 지구상에는 생쥐, 곤충 등 인간보다 훨씬 작은 동물들도 무척 많지만, 이들은 신체의 구조나 에너지 대사 등이 인간과 매우 다르므로 살아가는 데에 아무런 지장이 없는 것이다.
공식적인 기록에 의하면 성인의 나이를 기준으로 지금까지 지구상에서 가장 작았던 사람은, 약 55cm 정도의 키에 약 5kg 정도의 몸무게를 지녔던 것으로 알려져 한다.

지금까지와는 반대로, 걸리버 여행기의 거인국처럼 사람이 커지거나 아주 거대한 괴물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영화들도 적지 않다. 앞의 ‘애들이 줄었어요’의 속편 격으로 나온 ‘아이가 커졌어요(Honey, I blew up the kid; 1992)'를 먼저 들 수 있을 것이다. 물체축소기로 아이들을 잘못 줄여서 고생했던 괴짜 박사가 이번에는 물체확대기를 발명하는 과정에서, 연구소에 갔던 두 살짜리 어린 아이가 레이저에 잘못 맞아서 몸이 30m 이상 커져서 세상을 놀라게 하고 다른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린다는 이야기이다. SF영화라기보다는 가족 코미디물로서 전작으로 인하여 좀 진부한 느낌에 뻔히 예견되는 내용이라 그런지 별로 큰 인기를 모으지는 못하였고, 거인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다른 영화들 역시 대중들로부터 그다지 관심을 끌지는 못한 듯하다.

인간보다는 거대한 괴물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SF나 판타지 영화 중에 유명한 것들이 비교적 많은데, 대표적인 것으로서 고질라와 킹콩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두 영화는 거대한 괴수가 주인공이라는 것 이외에도 몇 가지 공통점을 들 수 있는데, 아주 오래 전에 첫 작품이 나온 이후 여러 차례 리메이크 되었다는 점, 감독이 저명한 사람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혹평을 받거나 평가가 엇갈렸던 점, 그리고 과학기술적 측면에서 볼 때에 오류가 많거나 실제로는 불가능한 것들이 많다는 점 등이다. 따라서 두 영화는 엄밀한 의미의 SF영화라기보다는, 판타지에 가까운 오락 영화로 이해하는 편이 나을 듯하다.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1998년작 ‘고질라(Godzilla; 1998)'는 1950년대에 일본에서 만들어진 영화 ’고지라(Gogira)'를 리메이크한 것으로, 남태평양 폴리네시아 군도에서 프랑스가 30년간 수차례의 핵실험을 강행한 결과, 방사능에 노출되어 돌연변이가 된 거대한 도마뱀이 뉴욕에 나타나 시가지를 초토화시킨다는 이야기이다. 개봉 전에는 대형 블록버스터 영화로서 기대를 모았으나 의외로 흥행과 평단에서 모두 좋지 않은 결과를 보였고, 1999년도 ‘최악의 영화상’에 뽑히기도 하였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고질라라는 괴물은 공룡보다 훨씬 큰 몸집을 지닌 영화사상 최대의 괴수 캐릭터로서, 몸길이 121m, 꼬리 78m, 선 키가 55m, 몸무게는 무려 6만톤에 이르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다. 이처럼 큰 괴수가 실존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뒤에 다시 상세히 논하더라도, 영화 고질라는 이밖에도 과학적인 오류가 무척 많이 지적된 바 있다.
먼저 사람이 쓰는 임신진단용 키트를 이용하여 고질라의 임신 여부를 알아내는 장면은 실소를 자아내게 하는데, 포유류인 사람의 성호르몬 변화를 판별하는 임신진단 키트에 알을 낳는 고질라가 반응한다는 것은 상식 밖이다. 또한 아무리 방사능에 오염되었다 해도 길이가 몇 십 배가 커지는 돌연변이는 생물계에서 일어나기 힘들고, 열추적 미사일 등으로 고질라를 공격하는 장면 역시 설명이 앞뒤가 맞지 않으며, 그 외에도 심각하거나 사소한 오류가 몇 가지 더 있다.

피터 잭슨 감독의 킹콩(King Kong; 2005)은 1933년에 첫 선을 보인 이후 수많은 리메이크작과 속편, 시리즈 등이 제작된 바 있는 거대 괴수 영화의 원조라 할 수 있다. 구체적 내용은 제작 연도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거대한 고릴라를 닮은 킹콩이 뉴욕으로 생포되어 와서 큰 난동을 일으키지만, 금발의 여자와 사랑을 나누며 그녀를 끝까지 지키려 한다는 이야기는 대체로 공통적이다.
킹콩은 고질라와는 달리 흥행과 작품성에서 모두 성공적이었으나, 과학기술적 측면에서는 역시 오류가 적지 않아서 SF전문가들은 킹콩을 SF영화로 간주하지 않는다고 한다. 킹콩은 키가 보통 고릴라의 10배 정도인 18m인 것으로 묘사되는데, 이는 자연계에서 육상동물로서 존재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몸길이가 몇 배가 된다면 면적은 그에 제곱에 비례해서 늘어나지만, 부피와 체중은 그 세제곱에 비례해서 더욱 크게 늘어나게 된다. 즉 엄청나게 증가한 체중에 비해 이를 받치는 발바닥의 면적은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에, 훨씬 크게 늘어난 압력을 지탱하기는 거의 불가능하게 될 것이다. 또한 키가 너무 크면 머리 부분까지 멀리 심장의 혈액을 공급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지구상에서 가장 큰 동물은 흰수염고래로서 몸길이가 약 30m에 달하지만, 바다에서 살기 때문에 물의 부력에 의해 큰 몸집을 지탱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고질라나 킹콩과 같은 크기의 거대한 괴수는 판타지적인 영화에서나 가능한 것이며, 자연계에서 실제 생존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없다고 할 것이다.


최 성우 (한국과학기술인연합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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