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온핵융합은 양치기소년인가? > 과학기술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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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온핵융합은 양치기소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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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작성일2017-12-23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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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의 공감의 과학] 상온핵융합이라는 양치기 소년
올겨울에도 강추위가 찾아오면서 사람들은 난방비 걱정부터 앞선다. 중국 베이징에서는 악명 높은 스모그를 줄이기 위해 석탄보일러 등의 화석연료 사용을 통제하다 보니 서민들은 추위에 떨 지경이라고 한다. 온실가스나 각종 유해물질, 폐기물 등을 배출하지 않는 새로운 청정에너지의 개발은 온 인류의 과제인데, 오래전부터 핵융합발전이 그 대안으로 꼽혀 왔다.
그러나 언제쯤 상용화에 성공할지 장담하기 어렵다. 핵융합발전은 태양이 막대한 에너지와 빛을 내는 것과 같은 원리여서 최소 1억 도 이상의 초고온 플라스마, 초전도 전자석, 영하 200도 이하의 냉각장치 등 어렵기 그지없는 온갖 극한기술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1989년 3월 미국 유타대의 두 화학자가 초고온이 아닌 상온에서 핵융합에 성공했다고 하여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국내 신문들도 대문짝만 한 1면 톱기사로 보도한 바 있다. 그러나 곧 중대한 오류로 밝혀지면서 두 과학자는 논문 검증에 앞선 성급한 발표로 혼란을 초래한 ‘죄’로 대학에서도 쫓겨나고 말았다.

그 이후에도 간혹 성공 발표가 등장했던 상온핵융합은 마치 영구기관(永久機關:Perpetual Mobile)을 떠올리게 한다. 즉 외부에서 에너지나 동력을 공급하지 않아도 스스로 영원히 움직이는 장치나 기술을 개발하는 일은 인류의 오랜 꿈이었다. 과학적으로 실현 불가능함이 밝혀진 오늘날에도 영구기관 특허 출원을 고집해 특허청 관계자들을 난처하게 만드는 사람들이 국내외에서 끊이지 않는다.
그중에는 물론 순수한 뜻과 열정을 지닌 재야(?) 과학기술자도 있겠지만 인류의 에너지 문제를 한 방에 해결할 수 있다고 떠드는 사람들은 대부분 사기꾼이다. 사회 저명인사들마저 이들에게 속아 망신을 당하는 경우가 여러 차례 반복된 바 있다. 
약 두 달 전, 국내 모 공기업체가 상온핵융합에 거액을 투자했다고 하여 국정감사에서 논란이 된 바 있다. 상온핵융합은 영구기관처럼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단언하기는 어렵겠지만 잊힐 만하면 가끔씩 등장한다. 더 이상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이 되지 않으려면 보다 명확한 근거와 제대로 된 실험 결과를 취득한 연후에나 언급해야 할 것이다.
 
최성우 과학평론가

[중앙일보]  2017년 12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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