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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기술의 승리인가? 새로운 도핑 반칙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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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작성일2018-02-03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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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의 공감의 과학] 첨단기술의 승리? 신종 도핑 반칙?
평화의 제전이 될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이 다음 주로 다가왔다. 세계 각국의 선수들이 모여서 기량을 겨루는 올림픽은 첨단기술의 경연장이기도 하다. 이번 동계올림픽에서도 썰매, 스키 등의 각종 스포츠 장비 뿐 아니라 선수들의 훈련 및 대회운영 등에도 갖가지 첨단과학기술이 적용되어 큰 도움을 받게 된다.
스포츠경기에 과학기술이 접목되어 온 지는 꽤 오래되었는데, 특히 우주개발 과정에서 사용된 우주기술이나 자연의 동식물로부터 배우는 생체모방공학(Biomimetics) 등도 돋보인다. 1984년 미국 LA 올림픽에서 형상기억합금으로 만들어진 스포츠 브래지어를 처음으로 착용하였던 조안 베노이트 선수가 여자마라톤에서 우승을 하여 큰 화제가 되었다. 형상기억합금은 아폴로 우주선에 싣고 가서 달 표면에 설치했던 통신용 안테나의 부피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응용되었고, 또한 여성 우주비행사를 위한 특수 브래지어 제작에도 활용된 바 있다. 
한때 수영선수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전신 수영복은 상어비늘의 원리를 적용하여 물의 저항감소와 부력 증가의 효과를 극대화한 것이다. 폴리우레탄 소재 등으로 온몸을 감싸는 전신 수영복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하여 선수들의 기록 향상에 크게 기여하였다.

한편으로는 이러한 첨단 스포츠용품의 발달은 경기 결과가 선수 개인의 능력보다는 과학기술에만 더 의존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논란을 부르기도 한다. 선수들이 앞다퉈 전신 수영복을 착용한 이후로 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마다 세계신기록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오자, 결국 세계 수영연맹은 2010년 이후 전신 수영복 착용을 금지하게 되었다.
기존의 운동화보다 에너지 소모는 줄이고 내딛는 힘을 높여주는 첨단의 운동화 역시 비슷한 논란이 되고 있다. 선수들이 금지된 약물 등을 복용하여 도핑테스트에서 적발되는 것에 비유하여, ‘기술도핑’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첨단기술을 적용한 각종 스포츠용품이 선수들이 정정당당하게 실력과 기량을 겨루는 스포츠 정신에 위배되지 않도록 바람직한 규범과 합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과학기술과 인간의 조화’는 올림픽에서도 반드시 필요한 듯하다.

최성우 과학평론가

[중앙일보 2018. 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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