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톈궁1호와 우주쓰레기, 그리고 ‘그래비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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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작성일2018-04-06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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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동이 멈췄던 중국의 우주정거장 톈궁1호가 며칠 전 지구로 추락하였다. 대기권 진입 후 대부분 불에 타버린 후 남태평양 해상에 떨어졌기 때문에 별다른 피해가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혹시라도 우리나라에 잔해가 떨어질 가능성에 대비해 한때 ‘우주위험 위기경보’까지 발령된 바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주 공간에 숱하게 떠 있는 우주쓰레기 문제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는데, 이와 여러모로 관련된 영화가 바로 ‘그래비티(Gravity)’이다. 산드라 블록, 조지 클루니 주연의 그래비티는 2013년에 국내에도 개봉된 바 있는데, 우주에 관한 SF 영화치고는 드물게 외계인이나 광활한 우주탐험 등의 장면이 나오지는 않는다. 그러나 우주 공간에서 벌어진 뜻밖의 재난을 소재로 하여, 사실적인 묘사와 영상미가 특히 돋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구로부터 600km 상공의 우주 공간에서 허블 망원경을 수리하는 임무를 수행하던 스톤 박사(산드라 블록 분)는 폭파된 러시아 인공위성의 잔해들과 충돌하면서 조난을 당하는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 빠지지만, 악전고투 끝에 지구로 무사히 귀환한다는 어찌 보면 매우 단순한 이야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우주정거장(ISS) 및 우주선의 모습, 우주 유영 등 우주 공간에서 움직이는 장면 등을 매우 생동감 있게 묘사한 것으로 보인다.

이 영화가 돋보이는 점은, 현재의 우주개발 상황과 매우 흡사하게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다는 점이다. 다만 주인공인 스톤 박사가 ‘익스플로러 호’라는 우주왕복선을 타고 가서 임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나오는데, 현재 미국에는 운용 중인 유인 우주왕복선이 더 이상 없다. 즉 우주왕복선 프로그램 종료 계획에 따라, 2011년 7월 아틀란티스 호의 마지막 비행을 끝으로 우주왕복선은 작별을 고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서인지, 영화에서 스톤 박사가 러시아의 소유즈 우주선과 중국의 선저우(神舟) 우주선을 활용하여 지구로 귀환하는 데에 큰 도움을 받는 것으로 나온다. 러시아는 구소련 시절부터 우주개발에서 미국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으므로, 여러 종류의 유, 무인 우주선인 소유즈 호를 보유하고 있고, 영화에서처럼 국제우주정거장에 도킹 상태로 머물러 있기도 한다. 최근에는 미국과 러시아 뿐 아니라, 일본, 중국, 인도 등 아시아의 여러 나라들도 우주 개발에 큰 힘을 쏟고 있는데, 그 중 단연 돋보이는 것은 중국이다.

중국은 2003년 선저우 5호 유인 우주선을 이용해 최초의 중국 우주비행사를 우주에 내보냄으로써, 러시아,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유인 우주선 발사에 성공한 나라가 되었고, 2008년에는 우주비행사 3명이 탑승한 선저우 7호를 발사하여 우주선 밖에서의 작업과 우주 유영에도 성공하였다.
영화에서 스톤 박사는 가까스로 중국의 우주정거장 ‘톈궁(天宮)’으로 가서 선저우 우주선을 타고 지구로 향하는 것으로 나오는데, 이번에 지구로 추락한 것이 바로 지난 2011년 9월에 발사된 톈궁1호이다.
‘하늘의 궁전’이라는 의미의 톈궁은 본격적인 우주정거장으로 보기에는 너무 작은 버스 정도의 크기였지만, 아무튼 중국의 미니 우주정거장 혹은 우주실험실로 볼 수 있었다. 중국은 지난 2016년 9월 톈궁2호를 성공적으로 발사하였고 앞으로 톈궁3호 등을 조립할 계획을 세우고 있으므로, 현재의 국제우주정거장이 몇 년 후 임무를 마치게 되면 중국이 세계 유일의 우주정거장 보유국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영화에서 재난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던, 폐기된 인공위성의 잔해들을 비롯한 우주쓰레기(Artificial Space Debris)들은 실제로도 우주 공간에서 커다란 위협이 되기도 한다. 영화와 매우 비슷한 상황이 2001년 3월에 발생하였는데, 국제우주정거장에 도킹 중이던 미국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에 미확인 물체가 빠른 속도로 접근하여 비상이 걸렸고, 결국 이를 피하기 위하여 거대한 우주정거장의 자체 로켓을 점화하여 궤도를 수정한 일이 있었다.
그 물체는 우주 비행사가 유영을 하면서 작업하던 과정에서 실수로 놓쳐버린 작은 공구로 판명되었지만, 우주왕복선을 위협할 정도의 무시하지 못할 위험요소였던 것이다. 이외에도 각국의 인공위성이나 우주왕복선 등이 작은 파편 등과 충돌하여 손상을 입은 경우가 적지 않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우주쓰레기들의 규모가 엄청난 수준이라는 것이다. 주로 수명이 다한 인공위성이나 그 잔해, 발사된 로켓이나 우주왕복선의 파편, 부품 등이 지구 부근의 우주 공간을 떠돌아다니는 우주쓰레기를 형성하는데, 그 수가 우주에서 날아오는 운석을 능가할 정도이다.
그동안 세계 각국이 경쟁적으로 우주개발에 열을 올린 결과, 크고 작은 우주쓰레기들 역시 급속하게 증가하게 된 셈이다. 우주쓰레기 중에서 추적이 가능한 지름 10cm 이상의 크기를 지닌 것들만 2만개가 훨씬 넘고, 그보다 작은 것들은 수억 개 이상으로 숫자를 헤아리기도 힘들 정도라고 한다.
이러한 우주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제적인 노력도 미국과 유럽연합 등을 중심으로 시작되었는데,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향후 우주개발에 더 큰 비용과 대가를 치러야 하는 커다란 부담으로 남을 것이다. 최근 우주쓰레기를 수거하거나 파괴하기 위한 갖가지 아이디어들이 나오고 있기는 하지만, 실제로 얼마나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By 최성우

이미지1: 저궤도에 밀집한 우주쓰레기
이미지2: 사우디아라비아의 사막에 떨어진 로켓 잔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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