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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맞춤 아기와 가타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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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작성일2018-12-10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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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의 공감의 과학] 유전자 맞춤 아기와 가타카

지난달에 중국에서 사상 처음으로 유전자 편집 아기가 탄생했다는 소식은 전 세계 과학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 에이즈에 걸리지 않는 아기를 출산하게 했다는 것인데, 생명 윤리 차원에서 큰 문제가 될 뿐 아니라 실효성조차도 상당한 논란이 되고 있다. 이번에 사용된 기술인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개발한 세계적 과학자들도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인간 유전자 편집이 논란이 될 때마다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영화가 바로 1997년에 제작된 ‘가타카(GATTACA)’이다. 갓 태어난 아기의 피 한 방울로 유전자 정보를 판독하여 각종 질병에 걸릴 가능성과 수명, 건강 지표 등을 정확히 예측하는 첫 장면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이 SF영화가 걸작으로 꼽히는 것은 그런 기술의 상당 부분이 이미 실현되었기 때문만은 아니며, 미래 사회의 ‘유전자 차별’ 우려 등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현재 유전자 편집 아기는 거의 세계적으로 엄격히 규제되고 있지만, 이러한 제한이 언제까지 지속할 것인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일명 시험관 아기라 불리는 인공수정 시술 역시 처음에는 각계에서 적지 않게 반발했지만, 지금은 수많은 난임과 불임 부부들에게 커다란 희망이 되고 있다. 그리고 똑똑하고 건강한 아기를 바라는 것은 전 세계 모든 부모의 공통된 소망일 것이다.   
그러나 첨단의 생명과학기술로 열등한 유전자들을 제거하고 완벽한 인류를 설계하려는 의도는 과연 성공적일 수 있을까? 역사상 잘 알려진 천재와 위인 중에는 자폐증이나 우울증과 같은 정신 병리적인 성향을 보인 이들도 적지 않았다. 유전자 이상으로 비정상적인 낫 모양의 적혈구를 지니게 되면 겸상적혈구 빈혈증이라는 심각한 질병을 일으키지만, 이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은 말라리아에 강한 저항성을 보이기도 한다. 가뜩이나 새로운 인수 공통 전염병이 창궐하는 시대에, 우월한(?) 유전자 조합의 인간들이 도리어 신종 바이러스 등에 극히 취약하게 될 수도 있다.
우성이든 열성이든 인간의 유전자는 오랜 세월에 걸친 진화와 생존경쟁의 산물일 것이다. 과욕을 부려서 섣불리 편집하려다가 도리어 개성의 상실이나 인류 절멸에 가까운 부작용과 재앙을 초래할지도 모를 일이다. 
 
최성우 과학평론가

[중앙일보] 입력 2018.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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