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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화석 동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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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작성일2019-04-19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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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나무가 살아있는 식물 화석이라면, 동물군 중에서도 지구상에 처음 출현한 후 수억 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건재하게 생존해온 종들이 적지 않다.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곤충들의 일부 역시 살아있는 화석이라 볼 수 있다.
곤충이 처음 등장한 것은 고생대 데본기라 추측되는데, 바로 뒤를 이은 지질시대 즉 약 3억 4500만 년 전에서 2억 8000만 년 전인 고생대 석탄기에는 오늘날의 잠자리나 바퀴벌레와 매우 흡사하게 생긴 곤충들이 나타나 번성하였다. 다만 이 시기에는 대기 중의 산소 농도가 지금보다 훨씬 높은 35% 정도였기에, 곤충들은 더 큰 에너지를 공급받는 동시에 무거운 공기 덕분에 비행이 쉬워서 지금의 곤충보다 몸집이 매우 컸다. 즉 화석이 보여주는 ‘메가네우라(Meganeura)’는 날개폭이 70cm가 넘는 거대 잠자리였고, 당시의 바퀴벌레 역시 고양이만 한 크기였다.
석탄기 이후에 산소 농도가 낮아지면서 이전 곤충의 일부는 멸종하고 몸집이 많이 줄어든 현생 종 곤충들이 출현하였는데, 이들은 2억 년 이상 지구에서 생존을 이어오고 있다. 많은 과학자들은 환경오염이나 여러 이유로 인하여 인간을 비롯한 포유류가 대부분 멸종한다면 다음은 곤충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예언하기도 하는데, 곤충들의 끈질긴 생명력 등을 고려한다면 충분히 수긍할 수 있다.

살아있는 화석 중에는 오래전에 멸종한 동물과 유사하게 독특한 생김새를 지닌 것들도 있는데, 투구게와 앵무조개 등이 대표적이다. 투구게는 절지동물의 하나로서 생김새가 투구를 닮았다고 해서 우리나라에서는 투구게라 불리고, 서양에서는 머리가슴 부분이 말발굽 모양과 비슷하다고 해서 ‘Horseshoe crab’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그러나 게 등이 속한 갑각류와는 다르고 꼬리가 칼처럼 생겼다는 의미로 검미류(劍尾類)라 불리기도 한다.
투구게의 조상은 캄브리아기에 등장한 고생대의 대표 동물인 삼엽충인데, 지금도 발생학적으로 삼엽충과 비슷한 유생기를 거친다. 삼엽충은 물론 고생대 이후에 멸종하였지만, 투구게는 중생대에 걸쳐서도 번성하면서 2억 년 전의 모습이나 오늘날의 모습이나 거의 똑같은 진정한 살아있는 화석이다. 현생 종은 3속 아래에 다섯 종이 있으며, 우리나라와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와 아메리카에 걸친 넓은 지역에 분포하며, 서식하는 지역에 따라 종이 다르다.

살아있는 화석인 투구게는 고생물학이나 생물 분류학상 독특한 존재로서 중요한 연구 대상이겠지만, 인류에게 또 다른 직접적인 도움을 주기도 한다. 즉 투구게의 혈액은 인간이나 포유동물처럼 붉은색이 아니라 푸른색을 띠는데, 여기에는 각종 박테리아와 바이러스의 독성을 응고시키는 중요한 성분들이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내독소 검출법의 하나로서 투구게의 혈구를 이용하여 미량의 독소를 찾아 검출하는 투구게 혈림프 검사법(Limulus test)이 오래전에 확립되었다. 오늘날에는 여러 제약회사들이 투구게의 혈액을 사용하여 약물 오염 여부를 확인하고 백신을 시험하는 데 활용하거나 신약 개발 등에 활용하고 있다. 투구게가 보건 의료의 향상과 인류의 생명 연장에도 크게 공헌하는 셈이다.
이처럼 투구게의 피가 중요한 가치가 있다 보니 수많은 투구게들이 수난을 당하기도 한다. 즉 해마다 수십만 마리의 투구게들이 제약회사들에 의해 강제 헌혈(?)을 당하는데, 투구게를 잡아서 딱지에 구멍을 뚫고 약 30%의 혈액을 채취한 후에 다시 바다로 돌려보낸다고 한다. 그러나 채혈 과정에서 적지 않은 투구게가 죽고, 설령 살아서 돌아간 투구게라 해도 오래 살지 못하거나 번식력이 약해져서 개체 수가 줄어들 우려가 크다고 한다.
수억 년 이상 생존해 온 투구게가 인간에 의해 심하면 앞으로 멸종할 수도 있는 위기에 처한 셈이다. 최근에는 투구게 혈액의 DNA 구조를 밝혀내 투구게 혈액을 대체할만한 화합물이 개발되었다. 하지만 아직 널리 상용화되는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다.

앵무조개(Nautilus) 역시 살아있는 화석의 하나로 꼽히는 동물이다. 앵무새의 주둥이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앵무조개라고 부르지만, 사실은 조개와는 종류가 다른 연체동물이다. 즉 오징어, 문어처럼 머리에 다리가 달린 두족류(頭足類)에 속하므로, 비유하자면 ‘껍데기를 지닌 오징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사람들이 즐겨 먹는 오징어, 낙지, 문어 등의 다른 두족류 연체동물과는 달리 독성 때문에 식용으로 적당하지 않다.
앵무조개와 가장 비슷한 동물의 화석으로는 중생대의 표준화석이었던 암모나이트(Ammonite)를 꼽을 수 있다. 나선형의 껍데기가 인상적인 암모나이트는 고생대 실루리아기에 처음 등장해서 중생대에 걸쳐서 크게 번성하였지만, 그 이후로 멸종하고 말았다. 그러나 그 사촌 격인 앵무조개는 오늘날까지도 생존해오면서, 그 이름이 문학작품 등 여러 곳에서 등장한 바 있다.
즉 프랑스의 작가로서 SF 소설의 선구자인 쥘 베른(Jules Verne, 1828-1905)의 대표작인 ‘해저 2만 리’에서, 네모 선장이 이끄는 잠수함의 이름이 바로 앵무조개를 뜻하는 노틸러스(Nautilus)호이다. 그 이후 노틸러스호는 잠수함 이름으로 자주 쓰였는데, 특히 미국 해군이 1954년에 진수한 사상 최초의 원자력 잠수함 역시 노틸러스호라 이름을 붙였다.
여러 곤충과 투구게, 앵무조개 등 살아있는 화석 동물들의 가치와 의미를 잘 되새겨본다면, 인간에 의한 동물들의 대멸종이 우려되는 오늘날 소중한 교훈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By 최성우

이미지1: 고생대의 거대잠자리 메가네우라의 화석
이미지2:  또 다른 살아있는 화석인 앵무조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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