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지성 : 새로운 연구개발 방법 > 과학기술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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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지성 : 새로운 연구개발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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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작성일2019-07-05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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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서 과학기술계뿐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도 가장 널리 사용되는 용어 중의 하나가 바로 ‘제4차 산업혁명(The Fourth Industrial Revolution)’일 것이다. 물론 개념 정의가 약간 작위적이라거나 우리나라에서만 과도하게 강조되고 있지 않은가 하는 등의 비판이 있기도 하지만, 아무튼 정보통신기술을 비롯한 각종 첨단기술이 미래사회에 혁신적인 변화를 몰고 것임은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다. 
 이러한 4차 산업혁명 등과 관련해서 집단지성 등이 특히 주목되는데, 과학기술적 차원뿐 아니라 사회문화적 측면 등에서도 유의미하게 짚어볼 부분들이 매우 많다고 하겠다.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 集團知性)이란 다수의 개체들이 서로 협력함으로써 얻게 되거나 더욱 배가되는 집단적인 지적 능력을 의미한다. 이 용어가 처음 출현한 것은 1900년대 초반으로서 매우 오래된 셈인데, 인간뿐 아니라 동식물의 경우 등에도 적용된다. 즉 곤충 중에서 개미나 꿀벌의 집단적 사회생활, 또는 새나 물고기 떼의 움직임 등은 개체 하나의 지적 능력을 넘어서는 커다란 힘을 발휘하는 것처럼 보인다.
 일찍이 미국의 곤충학자 모턴 휠러(William Morton Wheeler)는 개미가 협업 등의 집단생활을 통하여 효율적으로 먹이를 얻고 거대한 개미집을 건설하는 모습 등을 관찰하여, 개체로서는 미미한 존재인 개미가 군집으로서는 상당히 높은 지능체계를 구성한다고 주장하였다. 그가 이러한 집단지성의 개념을 담아 1910년에 그가 출간한 책 ‘개미:그들의 구조, 발달, 행동(Ants:Their Structure, Development, and Behavior)’은 그 후 사회 전반적으로도 큰 영향을 미쳤다. 
 100억개 정도의 뇌신경세포를 지닌 인간에 비해, 개미 한 마리의 뇌신경세포는 수백 개에 불과하지만, 개미들은 ‘집단두뇌’를 통하여 고도의 지능을 지닌 것처럼 행동하기도 한다. 한때 미국과 유럽의 거대 통신회사가 개미의 이러한 집단두뇌적인 습성을 이용하여 통신망의 소통을 원활히 하려는 연구를 한 적도 있다. 이와 같은 동물들의 집단두뇌에 비유하여 ‘군집지능(Swarm Intelligence)’이라는 용어도 있는데, 약간 개념 범주를 달리하여 지칭되기도 한다.
 또한 모턴 휠러의 개미 집단지성 주장 전후로도 여러 사회학자, 경제경영학자 등이 인간 사회에서의 집단지능을 연구해왔고, 제임스 서로위키(James Surowiecki)는 ‘특정 조건에서 집단은 집단 내부의 가장 우수한 개체보다 지능적’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즉 1907년 무렵에 영국에서는 소의 무게를 알아맞히는 실험을 하였는데, 비전문가인 다수의 대중과 소수의 전문가들이 수차례 대결을 벌인 결과, 항상 다수 대중의 평균치가 더 정확하였다고 하면서 대중의 지혜를 높이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컴퓨터와 인터넷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집단지성은 여러 분야에서 크게 능력을 발휘하고 대중들에게도 갈수록 익숙해지고 있다. 지식iN처럼 다수의 대중과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묻고 답하기, 수많은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새로운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Wikipedia) 등이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또한 각종 후원이나 기부, 새로운 아이디어나 사업에의 투자 등을 목적으로 웹과 모바일 네트워크 등을 통해 다수의 개인으로부터 자금을 모으는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 역시 집단지성을 활용한 새로운 경제행위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오늘날 집단지성은 주로 다수의 컴퓨터 이용자들의 인지와 협력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만들어지고 있는데, 집단지성은 대중들의 활용뿐 아니라 전문적인 과학기술의 연구개발에 있어서도 중요하게 이용되고 있다.
 과학연구에서 집단지성이 활용된 분야로 잘 알려진 것으로서 먼저 외계지적생명체탐사계획(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 SETI)을 들 수 있다. 광활한 우주 어딘가에 인간처럼 또는 인간보다 지능이 뛰어난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다는 가정 아래, 그들이 보내 오는 전파를 수신하거나 교류하려는 노력은 꽤 오래전부터 진행되어왔다. 그러나 방대한 전파신호를 수집하여 외계인의 것인지 여부를 확인하려면, 마치 해변에서 바늘 하나를 찾는 것으로 비유될만큼 어렵고 컴퓨터 자원이 많이 드는 작업이다.
 따라서 들이는 비용이나 노력에 비해 가시적 성과를 당장 기대하기는 어려우므로 각국 정부의 지속적 지원을 기대하기도 갈수록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이를 돌파하기 위한 방법이 바로 집단지성을 응용하는 것인데, 대학과 민간 연구소를 중심으로 연구가 이루어지면서 부족한 컴퓨터 자원은 인터넷에 연결된 전 세계 다수 사용자의 유휴 컴퓨터를 빌리는 것이다. 분산컴퓨팅 기법을 이용한 '세티앳홈(SETI@HOME)' 프로젝트에 따라, 일반 사용자가 화면보호기 프로그램을 설치해두면 컴퓨터가 쉴 때 관련 데이터 일부를 계산하여 전송한다.

 그러나 세티(SETI)는 연구 자체에 대중들이 능동적으로 참여한다기보다는 여분의 컴퓨팅 자원을 제공하는 정도인데, 이와는 달리 멀리 떨어진 대중이나 전문가가 직접 참여하는 연구 프로젝트들도 적지 않다. 2008년에 미국 워싱턴 대학에서 개발한 단백질 구조 규명을 위한 온라인 게임으로 '폴딧(Foldit)'이라는 것이 있다. 
 역시 분산컴퓨팅 기술을 이용하여 아미노산 사슬을 웹에 공개해두고 사용자가 들어와 게임처럼 풀도록 하면, 높은 점수가 나온 것들이 실제의 단백질 구조와 비슷한 경우도 많아서 저명 학술지에 논문을 싣는 성과로 이어지기도 하였다.
 또한 그리드 기반의 초고속연구망과 빅데이터 등에 의해 새롭게 출현한 연구방식인 이른바 e-사이언스(e-science)에서도 집단지성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닐 수밖에 없다. 엄청나게 방대한 연구결과 데이터를 한 곳의 컴퓨터에서만 중앙집중식으로 운영하기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최근 과학기술에서 시민참여를 주장하는 목소리들도 높아지고 있는데, 집단지성 방식의 연구는 물론 여기에도 상당한 기여를 할 수 있다. 이처럼 기존의 연구개발 방법론의 패러다임을 바꾸었다고도 할 수 있는 집단지성에 의한 연구는, 앞으로 지구온난화 문제와 같은 전 인류적 난제들을 해결하는데에도 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By 최성우


이미지1: 유휴 컴퓨터 자원을 활용하는 세티앳홈 프로젝트를 위한 화면보호기
이미지2: 집단지성을 지닌 것으로 보이는 불개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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