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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두뇌간 군집지능의 구현이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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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작성일2019-07-13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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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에서 필자가 언급한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 集團知性)은 컴퓨터와 인터넷이 대중화된 오늘날, 여러 분야에서 갈수록 영향력을 확대해 나아가고 있다. 물론 집단지성이라 지칭할만한 것들 중에서도 다양한 종류와 수준이 있기 때문에, 모두를 동일한 성격으로 보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위키피디아, 또는 세티앳홈(SETI@home) 등의 집단지성을 이용한 연구개발은, 수많은 개인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이나 아이디어 또는 활용 자원 등을 보태서 더 나은 결과를 도출하는 방식이다. 즉 이러한 수준에서는 개인들끼리의 긴밀한 네트워크 자체는 그다지 결정적으로 중요한 관건이 아니다.
 그런데 원래 집단지성이라는 용어가 등장하게 된 계기가 된 동물들의 세계에서는, 개체 끼리의 긴밀한 네트워크가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즉 흰개미의 경우 거대한 집을 짓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흰개미 개체 하나하나는 그러한 집을 지을 만한 능력과 지능이 없다. 그러나 수많은 개체들끼리의 원활한 소통과 협업에 의해 높이가 수미터가 넘는 크고 멋진 집을 건설할 수 있는 것이며, 꿀벌 등 사회성이 강한 다른 동물들의 행동 역시 유사하다.
 이와 같이 처음의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에 비해 개체들간의 상호작용을 보다 강조하는 개념으로서 군집지능(Swarm Intelligence; 群集知能)이라는 것도 있다. 떼 지능으로도 불리는 이 용어는 인공지능에서도 자주 사용되는 개념으로서, 분산된 집단적 행동과 자기조직시스템에 기반을 두고 있다. 1989년 제라도 베니(Gerado Beni)와 징 왕(Jing Wang)이 발표한 셀룰라 로봇 시스템(Cellular robotic system)에서 처음 사용되었다고 한다.
 이른바 생체모방공학(Biomimetics)이 여러 분야에서 활발히 연구되고 있듯이, 벌떼나 개미떼 등의 행동 원리를 모방하여 응용하는 군집지능 모방기술 역시 개발되고 있다. 지난 글에서도 언급한, 먹이와 보금자리 사이의 최단 경로를 찾아가는 개미 떼의 추적능력을 모방하여 통신망에서도 최단의 경로를 찾는 소프트웨어의 개발 등이 바로 그 사례이다. 또한 흰개미의 집 등을 모방하여 건물의 열효율을 극대화하고 친환경적으로 설계, 건축하는 생체모방건축, 여러 대의 작은 로봇들이 집단적으로 임무를 수행하는 군체 로봇공학도 여러모로 연구되고 있다.

 인공지능과는 달리, 인간의 경우 아직은 군집지능을 직접 구현하거나 적용할 수 있는 수단과 방법을 찾기 쉽지 않겠지만, 미래에는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다. 즉 특정된 시기가 아닌 앞으로 아주 먼 미래인 이른바 ‘이어 밀리언(Year Million)’의 시대에는, 인간 두뇌 간의 연결이나 텔레파시 등에 의해 사람들도 의식과 생각을 모아서 군집지능처럼 강력한 네트워크를 구현하게 될 지도 모른다. 
 오늘날에는 인터넷의 가상 세계를 뜻하는 ‘사이버스페이스(Cyberspace)’라는 용어는 사실 군집지능과 관련이 클만한 인간 두뇌의 네트워크 연결에서 비롯된 것이다. 즉 이 단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윌리엄 깁슨(William Gibson)이 1984년에 선보인 ‘뉴로맨서(Neuromancer)’라는 SF소설인데, 이는 이른바 사이버펑크(Cyberpunk)의 원조라고도 불리며 이후에도 큰 영향을 끼쳐온, SF의 역사에서 기념비적인 의미를 지니는 소설이다.
 이 소설에서 사이버스페이스는 컴퓨터 칩을 인간의 뇌에 이식함으로써 만들어지고 연결되는 공간이다. 한때는 일본식 번역 표현대로 ‘전뇌공간(電腦空間)’이라고도 지칭했으나, 지금은 사이버스페이스라는 용어 자체가 일상적으로 널리 쓰이고 있다. 아무튼 사이버스페이스의 원래 개념대로 인간의 두뇌와 컴퓨터 간의 직접적인 인터페이스, 뇌파를 이용한 텔레파시 구현 로봇 등은 현재 실제로도 연구되고 있다. 따라서 다수 연결된 인간 두뇌에 의한 군집지능의 구현도 그다지 허황된 생각만은 아닐 듯하다.

 군집지능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 것으로서, 다수의 개체가 마치 하나처럼 움직이는 하이브 마인드(Hive mind)라는 것도 있다. 영어로 벌집을 뜻하는 하이브(hive)에서 비롯된 용어이므로 역시 군집지능과 유사한 측면도 있지만, ‘다수의 육신이나 개체를 지배하는 하나의 정신’을 뜻하는 개념이다. 즉 집단지성이나 군집지능과 달리, 하이브 마인드에서는 각 개체의 독자성이나 개성은 철저히 무시되고, 우두머리 하나에 의해 통제되는 등 모든 개체가 동일한 의식에 의해 지배되게 된다.
 하이브 마인드는 실제의 자연 세계에는 존재하지 않고, 인공지능이나 관련 공학에서도 아직 구체적으로 구현된 적은 없다. 그러나 우리에게 익숙한 여러 유명 SF영화나 컴퓨터 게임 등에서는 하이브 마인드의 사례가 그다지 낯설지 않다. 현대 SF계의 3대 거장 중의 한 명으로 꼽히는 로버트 하인라인(Robert Anson Heinlein; 1912-1988)의 원작소설을 바탕으로 폴 버호벤이 감독한 영화 ‘스타쉽 트루퍼스(Starship Troopers; 1997)’는 고도의 지능을 갖춘 외계행성의 거대곤충들과 인류 사이의 전쟁을 소재로 하고 있다. 이 영화에서 큰 거미처럼 생긴 수많은 ‘전투보병 버그’, 입에서 불을 내뿜는 거대한 딱정벌레 모양의 ‘탱크 버그’, 하늘을 나는 척후병 역할 버그 등은 모두 고도의 지능을 지닌 우두머리 하나의 지휘와 조종을 받아 움직인다.

 저명 SF 시리즈인 ‘스타트렉(Star Trek)’에 등장하는 기계와 유기체의 합성으로 된 ‘보그 종족(Borg Collective)’ 역시 하이브 마인드에 의해 움직이며, 하나의 연속체를 이루면서 살고 있다. 매우 강력한 외계 종족 중의 하나인 이 종족에도 우두머리격인 보그 여왕(Borg Queen)이 존재한다. 온라인 게임 스타크래프트의 캐릭터 중 하나인 저그(Zerg) 역시 하이브 마인드를 지닌 것은 마찬가지이다. 스타크래프트 게임 매뉴얼에 의하면 저그는 고대의 위대한 한 종족의 유전자 조작에 의해 태어난 생물체로서, 기생생물 또는 기생충과도 같은 존재이지만, 뛰어난 적응력을 바탕으로 악조건에서도 잘 번성할 수 있는 종족이다.
 엄청난 크기의 외계 괴물에 맞서 싸우는 거대 전투 로봇에 대한 영화 ‘퍼시픽 림(Percific Rim)’에서도 역시 하이브 마인드를 발견할 수 있다. 일본어로 괴수(怪獸)를 뜻하는 ‘카이주(Kaiju; かいじゅう)’들부터 하이브 마인드에 의해 하나처럼 움직이지만, 이들과 싸우는 전투로봇의 조종 역시 하이브 마인드와 유사해 보인다. 즉 거대 전투로봇 예거(Jaeger)는 ‘드리프트(Drift)’라 불리는 신개념 조종시스템에 의해 움직이는데, 이는 뇌파를 통하여 파일럿과 로봇을 연결하여 한 몸처럼 움직이게 하는 것이다. 두명 이상의 파일럿들은 원활한 파트너십을 위하여 대개 가까운 가족 등으로 한 팀을 이룬다. 드리프트를 통하여 예거와 합체가 되려면 신경과의 접속을 통하여 기억, 습관, 전투 스타일 등을 모두 공유해야 하는데, 다름 아닌 하이브 마인드라고 볼 수도 있다. 
 만약 먼 미래에 인간 두뇌 간의 초연결에 의하여 하이브 마인드가 탄생한다면,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의 빅 브라더(Big Brother)를 능가하는 끔찍한 상황을 떠올릴 지도 모른다. 그러나 인공지능 등에 하이브 마인드가 제대로 구현된다면, 인류를 위하여 유익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By  최성우


이미지1: 군집지능 구현을 위한 인공개미들
이미지2: 스타트렉에서 하이브마인드로 움직이는 보그(Borg)종족 코스프레 ⓒ Tomas Del Co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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