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출신 과학자의 노벨상 수상(2) - 물리학상, 화학상...

글쓴이
최성우
등록일
2020-02-16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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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출신 과학자로는 1957년에 처음으로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양전닝과 리정다오 이후로도, 중국인 출신 또는 중국계 과학자들의 노벨상 수상은 지속되어 왔다. 1976년도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물리학자 새뮤얼 팅(Samuel Chao Chung Ting; 1936- ) 역시 그중 하나인데, 그의 중국식 이름은 딩자오중(丁肇中)이다.
 새뮤얼 팅은 미국에서 태어나기는 했지만 중국에서 자라서 학교를 다녔으며, 이후 다시 미국으로 건너가 미시간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와 컬럼비아 대학 등에서 연구하던 그는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 교수로 재직 중이던 1974년, 롱아일랜드의 브룩헤븐 국립연구소의 가속기를 통하여 새로운 입자를 발견하였다.
 새뮤얼 팅의 연구팀이 J(제이)입자라고 이름 붙인 이 소립자는 다른 방법으로 연구하던 리히터(Burton Richter; 1931-2018) 등의 스탠퍼드 가속기센터 연구팀에 의해서도 발견되어 ψ(프사이)입자라 명명되었다. 이 새로운 소립자는 양성자보다 3배나 무겁고 수명이 길어서 기존의 다른 입자군으로는 분류되지 않던 특이한 입자로서, 결국 J/ψ(제이프사이) 입자로 불리게 되었다. 새뮤얼 팅과 리히터는 이 소립자의 발견으로 입자물리학의 새 지평을 열게 된 공로로 1976년도 노벨물리학상을 공동으로 수상하게 되었다.

 1997년도 노벨물리학상은 레이저광을 써서 원자를 냉각해 가두는 기술을 개발하여 더욱 심층적인 원자 수준의 연구를 가능하게 해 준 세 사람의 물리학자들에게 돌아갔는데, 이중 중국계 미국물리학자인 스티븐 추(Steven Chul, 朱棣文; 1948- )가 포함되어 있었다. 스티븐 추는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중국인 이민가정에서 출생하여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벨연구소에서 재직하던 1985년부터 레이저 광을 이용하여 원자를 절대온도 영도에 가깝게 냉각한 후, 계속 떠 있게 된 원자들을 다른 원자의 포위망 안에 가둘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였다. 초정밀 원자시계 등에도 응용할 수 있는 이 연구로 그는 1997년에 노벨물리학상을 공동으로 수상하였다.
 이듬해인 1998년도 노벨물리학상 공동수상자 명단에도 중국계 물리학자인 대니얼 추이(Daniel Chee Tsui, 崔琦; 1939- )가 올라가 있었다. 중국 허난성에서 출생한 그는 홍콩을 거쳐 미국으로 유학하여 시카고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다른 연구자들과 함께 극저온의 아주 강한 자기장 속에 위치한 반도체 내의 전자들이 이상한 행동을 보인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즉 극저온의 강자기장이 걸린 상태에서는 전자들이 강하게 끌어당기면서 일종의 유체처럼 행동하므로 ‘양자 유체’라고 불리는데, 또한 이들 전자들은 마치 분수(分數)의 전하를 가진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물리학에서 기존부터 잘 알려져 있던 홀 효과(Hall Effect)가 양자역학적 차원에서도 일어날 수 있음이 입증된 ‘양자 홀 효과’는 1985년도 노벨물리학상을 배출한 바 있다. 대니얼 추이 등의 연구결과는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이른바 ‘분수 양자 홀 효과’라 불리게 되었다. 이들의 이론은 고체물리학, 통계물리학, 입자물리학을 포괄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보다 넓은 틀을 제공하여 현대물리학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였다는 평가를 받았고, 이 공로로 1998년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하게 되었다.

 노벨물리학상 뿐 아니라 화학상에서도 중국계 과학자들의 노벨상 수상 연구성과가 있었다. 리위안저(Lee Yuan Tseh, 李遠哲; 1936- )는 타이완 출생의 화학자로서 타이완 대학을 졸업한 후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그는 화학기본반응 동력학 발전에 획기적인 기여를 한 공로로 1986년도 노벨화학상을 공동으로 수상하였는데, 타이완 출신의 중국인으로는 처음으로 과학분야 노벨상을 수상한 셈이다.
 2008년도 노벨화학상은 녹생형광 단백질을 개발한 화학자들에게 돌아갔는데, 이중에도 역시 중국계 미국 화학자가 포함되어 있었다. 로저 첸(Roger Yonchien Tsien, 錢永健; 1952- 2016)은 미국 뉴욕에서 저장성 출신의 중국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이민 2세로서, 하버드 대학에서 화학과 물리학을 전공하였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녹색형광 단백질(GFP; Green Fluorescent Protein)이 빛을 내는 원리의 규명에 기여하고, 유전자 변형을 통하여 녹색 이외의 다른 색도 낼 수 있도록 하였다. 녹색형광단백질은 특정 단백질이 작용하는 위치와 기능 등을 쉽게 확인할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에, 생명공학 등에서 대단히 중요한 실험도구로 이용되는 물질이다. 그는 이 공로로 같은 분야를 연구한 다른 2명의 과학자와 함께 2008년도 노벨화학상을 수상하였다.

 2009년도 노벨물리학상은 ‘정보통신 세계의 기초를 세운 공로’를 세운 세 명의 과학자에게 돌아갔는데, 전하결합소자(CCD)를 개발한 두 명의 미국 물리학자 및 실용적인 광섬유를 개발한 중국계 전기공학자가 바로 그들이다. ‘광섬유의 아버지’라 불리는 찰스 가오(Charles Kun Kao, 高錕; 1933-2018)는 중국 상하이에서 태어나서 홍콩에서 공부한 후, 영국으로 유학하여 런던임페리얼칼리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일찍부터 광섬유를 통한 광통신에 대해 연구하던 그는, 고작 20m 정도를 전송하는 데 그쳤던 기존 광통신 기술의 한계를 극복하여, 광신호를 100㎞ 이상 전달할 수 있는 획기적인 광섬유를 개발하는 데에 성공하였다. 오늘날의 초고속 인터넷망을 가능하게 한 정보통신혁명에 기여한 공로로, 그는 전기공학기술자임에도 불구하고 2009년도 노벨물리학상을 공동으로 수상하였다.
 이들 노벨상을 받은 중국 출신 또는 중국계 과학자들이 대부분 미국이나 영국 등지에서 활동을 하였고 그곳 국적도 취득하였으므로, 자신들이 중국인이라는 정체성을 지녔는지는 알기 어려울 것이다. 특히 1997년도 노벨물리학상 공동수상자인 스티븐 추는 오바마 대통령 당시에 미국 에너지부 장관까지 지냈으므로, 혈통이 중국계인 미국인으로 보는 것이 마땅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 정부에서는 노벨상을 받은 중국계 과학자들을 중국과학원의 외국 국적 원사(院士)로 등재하여 우대해왔다. 원사란 중국 과학기술계 최고의 학술 칭호로서, 뛰어난 연구성과와 공헌을 한 과학자에게만 주어지는 종신의 명예직이다. 몇 년 전 미국 국적을 포기하고 다시 중국 국적을 취득했던 양전닝 박사 등은 외국 국적 원사에서 일반 원사로 바뀐 바 있다. 

                                                          By 최성우

이미지1: 2008년도 노벨화학상을 받은 로저첸 등이 개발한 녹색형광 단백질을 시각화한 이미지 ( ⓒ Christopher L. H. Huang )
이미지2: 1997년도 노벨물리학상 공동수상자로서 미국 에너지부 장관을 역임한 스티븐 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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