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만큼이나 심각한 가짜 뉴스의 범람 > 과학기술칼럼

본문 바로가기

바이러스만큼이나 심각한 가짜 뉴스의 범람

페이지 정보

최성우 작성일2020-03-14 06:29

본문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어 세계보건기구(WHO)가 드디어 감염 상황을 대유행(Pendemic) 단계라 선언하였다. 그런데 요즘 바이러스보다 훨씬 빠르게 전파되면서 우리 사회를 혼란스럽게 하는 게 또 하나 있다. 즉 코로나19의 정체 및 효과적인 대처방법 등에 관해 언급하면서 범람하는 온갖 가짜 뉴스들이다. 이른바 인포데믹(infodemic), 즉 정보전염병의 폐해를 실감하게 한다.
 인포데믹이란 정보(information)와 전염병(endemic)의 합성어로서, 잘못된 정보가 각종 미디어와 인터넷 등을 통해 마치 전염병처럼 급속하게 퍼져나가서 사회적으로 나쁜 영향을 끼치는 현상을 지칭한다. 미국의 한 컨설팅업체의 회장이 2003년 워싱턴포스트(The Washington Post)지에 글을 기고하면서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늘날에는 전통적 미디어뿐 아니라 인터넷과 휴대전화의 사용이 대중화되면서, 온갖 가짜 뉴스와 확인되지 않은 정보들이 각종 SNS를 통하여 더욱 빠르게 전파되고 있다. 필자 역시 SNS 등을 통하여 지인들로부터 코로나19를 둘러싼 가짜 뉴스들을 적지 않게 받아왔는데, 이들을 정리해서 살펴보는 것도 큰 의미가 있을 듯하다. 
 
 먼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위험성 등을 지나치게 과장하여 공포를 조장하는 가짜 뉴스 및 동영상을 들 수 있다. 바이러스가 우리나라에서도 전염되기 시작하던 초기에, 자신이 우한에서 왔다고 하면서 가짜 환자를 흉내 낸 동영상이 유튜브를 통해 퍼져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이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철없는 행동으로 곧 밝혀졌지만, 잘못된 정보로 인하여 대중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일은 계속되었다.
 대표적인 것이 “코로나19에 감염되면 폐가 굳는 섬유화 현상이 진행되어 영구적인 장애를 입는다.”는 괴담이다. 즉 코로나19에 걸렸다가 완치돼도 폐 손상으로 인하여 평생 약을 먹어야 하며, 기침과 발열 등의 증상이 나타나서 병원에 갔을 때는 이미 폐의 섬유화 현상이 반 이상 진행되어 늦게 된다는 식의 주장이다.
 이것은 중국에서 코로나19로 사망한 어느 환자의 폐 조직을 검사한 결과 치명적인 손상이 발견되었다는 논문이 지나치게 과장되고 성급하게 일반화된 것으로서 대단히 잘못된 정보이다. 즉 소수의 환자가 중증의 폐렴 증상으로 사망했다 하더라도, 중국이건 우리나라건 대부분의 감염자들은 기침, 발열, 인후통 등의 가벼운 증상을 보였다가 폐렴으로 진행하지 않고 호전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라 한다.   
 설령 폐렴으로 진행되었다 해도 극히 일부의 중증 환자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회복되어 아무런 후유증을 남기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따라서 코로나19로 인한 영구 장애 운운은 극히 일부의 사례를 침소봉대했을 뿐만 아니라, 사실관계조차 틀린 가짜 뉴스인 셈이다.

 그리고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특성 및 예방법에 대해서도 신뢰하기 힘든 온갖 그릇된 정보가 창궐하고 있다. 이 중에는 자신이 어느 보건대학 총장이나 전문의라 사칭하여 물의를 빚기도 했고, 대중들의 눈에 전문가로 보이는 이들조차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것이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열에 매우 약하므로 섭씨 25~30도 정도만 되어도 활동이 크게 약해지거나 사멸한다.”는 얘기였다. 따라서 외출 후에 헤어드라이어기를 사용하여 옷이나 마스크 등을 말리면 바이러스가 모두 죽는다는 독특한 ‘소독법’이 떠돌기도 했는데, 이 또한 전혀 검증되지 않은 잘못된 정보이다. 이와 유사하게 열풍 건조기에 손을 말리면 코로나19의 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고 해외에서 떠돌던 설에 대해서도, 역시 효과가 없다고 세계보건기구(WHO)가 공식적으로 반박한 바 있다. 
 일반적으로 감기나 독감 등의 계절성 질환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의 경우 저온, 건조한 겨울에 더욱 기승을 부리고 고온, 다습해지는 여름에는 약화되기 때문에 코로나 바이러스 역시 유사할 것이라는 설도 있지만, 신종인 코로나19의 경우 아직 정확히 알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아도 만약 25~30도 정도의 기온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사멸한다면, 현재 말레이시아나 싱가포르 등 더운 나라에서도 감염자가 속출하는 현실과도 명백히 모순된다고 할 것이다.     

 그밖에도 코로나19의 예방법에 대해 “물을 자주 마시면 입안의 바이러스가 위로 들어가서 죽게 되므로 안전한 반면에, 물을 잘 마시지 않으면 바이러스가 폐로 들어가서 위험해진다.”는 등 괴이한 정보들도 참으로 다양하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인체에 침입, 감염되는 경로를 감안한다면, 이 역시 전혀 신뢰할 수 없을 것이다.
 필자에게도 꾸준히 전달되어 오는 온갖 잘못된 정보 중에는, 조금만 논리적으로 생각해보거나 바이러스에 대한 기본적인 상식만 있어도 오류임을 바로 알아차릴 수 있을 텐데, 좀 안타깝다는 생각이 자주 들곤 한다.
 물론 코로나19로 인하여 불안한 대중들은 이러한 정보들을 접하면, 혹시라도 주변과 지인에 도움이 될까 싶은 급한 마음에 별생각 없이 전달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우리가 늘 접하는 검증된 바이러스 예방법, 즉 마스크 쓰기, 손 잘 씻기, 사회적 거리 두기 등 이외에 남들이 모르는 특별한 비법이라는 것은 없다.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인하여 어렵고 혼란스러운 요즈음, 그릇된 정보를 주변에 전파하여 본의 아니게 정보전염병의 창궐을 부추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이다.

                                                                          By 최성우

이미지1: 3D애니메이션으로 본 코로나 바이러스 ( ⓒ www.scientificanimation.com )
이미지2: 더운 나라들까지 퍼진 코로나19의 현 감염 상황 ( ⓒ Pharexia )

댓글 2

최성우님의 댓글

최성우

원글에서 제가 언급한 황당한 가짜 뉴스의 전달자 중에는 자연과학대학 출신인 이들도 적지 않아 솔직히 실망스럽기조차 합니다...-_- 
설령 이공계 전공이 아니라 해도 고등학생 정도의 과학지식만 있어도 바이러스가 뭔지는 대략 알텐데, 한편으로는 과학의 대중적 이해 수준을 드러내는 듯하여 씁쓸합니다..

최성우님의 댓글

최성우

인포데믹(Infodemoc)이 급기야 직접적인 폐해를 끼치면서 코로나19 확산에도 작용하고 있습니다. 
보도에도 나왔듯이 최근 어느 개신교 교회에서 '소금물로 코로나19 감염을 막을 수 있다'는 잘못된 정보를 믿고 신도들의 입에 소금물을 분사하는 바람에 도리어 집단 감염을 일으켜 상황을 악화시켰다니 참으로 어이가 없습니다...-_-

SLIDE UP

모바일에서는 읽기만 가능합니다.
PC 버전 보기
© 2002 - 2015 scien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