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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바이러스의 실험실 유출설은 근거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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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작성일2020-03-23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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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사건 등에 대하여 진위 여부와는 관계없이 그럴듯한 음모론은 늘 대중들의 관심을 끌게 마련이다. 예를 들자면 인간 달착륙 조작설 등이 대표적인데, 여전히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인간은 결코 달에 간 적이 없고 모든 것이 조작되었다는 황당한 음모론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발원에 대해서도 음모론적 주장들이 여전히 떠돌고 있다. 즉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박쥐 등의 자연 숙주로부터 인간에게 전이된 것이 아니라, 중국 우한의 실험실에서 유출되었거나 생물학 테러용 무기로 개발되었다는 설 등이다. 지금으로서는 이 역시 일종의 인포데믹(Infodemic)으로 인한 결과라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중간 숙주 및 전파 경로 등이 여전히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을 뿐 아니라, 중국 정부에서 발병 초기에 신속하고 투명하게 대처하지 못한 점이 이를 부추겨온 것으로 볼 수 있다. 대중들이 관심을 가지는 이러한 주장들이 과연 근거가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을 듯하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자연적으로 발생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2015년에 네이처 메디슨에 발표된 한 논문을 근거로 들고 있다.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 소속의 중국 과학자와 미국 노스 캐롤리나 대학의 연구진 등이 발표한 이 논문에 따르면, 이번의 코로나19 바이러스와 비슷한 변종 바이러스를 만들어 낸 것으로 되어 있다.
 어떤 이들은 논문의 저자들이 이 신종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과 항체를 개발하려 했으나 실패하였고, 이것이 지금의 코로나19 사태를 일으킨 원인이라는 식으로 해석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러한 주장은 해당 논문의 내용과도 거리가 먼 지나친 과장이자 억측일 뿐이다. 논문의 주제는 사스(SARS) 바이러스에 박쥐의 코로나 바이러스 결합시킨 결과 사람에게 약한 독성을 보였다는 정도이며, 연구진들이 만든 바이러스는 지금의 코로나19 바이러스와도 다르다. 더구나 실험실에서 연구하는 수준의 신종 바이러스에 대해 백신과 항체를 개발하려 했다는 것도 전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신종 바이러스가 중국의 생물무기 개발 등과 관련이 있다는 음모론적 주장을 제기하는 이들은 대부분 과학자가 아닌 저널리스트나 유명 유튜버 등이다. 이들이 극히 일부의 사실과 상상력을 결합하여 그럴듯한 스토리를 만들면,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려는 매스미디어 등이 이를 부추기고 증폭시키곤 한다.

 사실 이와 유사한 주장들은 이번 코로나19가 처음이 아니고 지난 2002년 사스 바이러스가 창궐하였을 시기에도 있었고, 그보다 앞서서 에이즈 및 에볼라 바이러스와 관련해서도 각종 음모론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이들 바이러스 역시 비밀리에 개발된 생물학무기에서 유래된 것이라는 전통적인 설로부터, 특허 수익이나 백신 개발 비용이 관련된 것이라는 등 다양하다. 
 얼마 전 중국의 과학자들도 바이러스의 실험실 유출설을 뒷받침하는 주장을 했다가 상당한 파문이 일어난 바 있다. 즉 화난이공대학의 샤오보타오 교수 등이 리서치 게이트에 올린 ‘신종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가능한 기원(The possible origins of 2019-nCoV coronavirus)’이라는 제목의 짧은 논문에는 우한시 질병예방통제센터에서 보관, 연구 중이던 박쥐로부터 연구자들이 공격을 받았다거나, 실험실의 폐기물 등을 통하여 신종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인위적으로 전파되었을 가능성 등을 담고 있었다.
 영국의 일간지 등이 이를 기사화하고 이를 인용한 국내 언론에서도 보도된 바 있다. 그러나 이 주장은 우한시 질병예방통제센터가 발원지로 여겨지는 화난 수산시장과 수백 미터 정도의 거리로 가깝다는 것 이외에는 과학적 근거가 대단히 희박하다. 더구나 저자들이 논문을 올린 리서치 게이트란 정식 학술지가 아니라 연구자들이 의견을 주고받는 커뮤니티의 성격이며, 문제의 논문마저 곧 삭제되고 이후 저자와는 연락도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신뢰성 역시 크게 떨어지는 형편이다.

 현재까지 과학자들의 연구결과로는 바이러스의 실험실 유출을 입증할만한 근거가 거의 없으며, 도리어 자연적 변이설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보인다. 즉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구조를 상세하게 분석해본 결과, 인위적으로 편집되거나 유전자가 조작되었다는 증거를 전혀 찾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수십 명의 과학자들은 코로나19는 야생동물에서 유래한 것을 확인했다고 하면서, 대중들에게 혼란과 공포만을 일으키는 실험실 유출설 등의 음모론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하였다.
 코로나19의 발원에 대해서는 과학적 논란뿐 아니라 나라 간의 정치적 공방으로까지 번진 바 있다. 중국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보이던 미국 상원의원이 코로나19의 중국 실험실 유출을 시사한 주장을 한 데에 맞서서, 중국은 도리어 신종 바이러스가 미국에서 최근에 크게 유행한 독감으로부터 유래되었을 것으로 본다고 반박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코로나19의 명확한 발원과 전파 경로가 밝혀지지 않은 지금, 과학 외적 편견 등이 개입되어 소모적인 논쟁이 지속되는 것은 전혀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대중들 역시 무책임한 음모론 등에 휘둘리지 않도록, 합리적 의심(reasonable suspicion) 수준을 뛰어넘는 명확한 증거 및 사실에 바탕을 둔 주장과 연구결과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By 최성우

이미지1: 배양된 코로나19바이러스(노란색 구모양)의 전자현미경 사진 ( ⓒ NIAID )
이미지2: 바이러스 실험실 유출설의 유일한 근거가 된 우한 질병예방통제센터와 화난 수산시장의 위치 ( ⓒ D7CY68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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