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집단면역은 가능할까? > 과학기술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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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집단면역은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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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작성일2020-04-19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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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감염증으로 인한 전 세계적인 고통과 혼란이 지속되면서 경제에까지 심각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반면에, 언제 이러한 상황이 종료될지 예측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백신 및 치료제가 아직 없는 현재, 코로나19의 감염 사태를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집단면역’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가끔 들린다. 또한 유럽의 일부 국가에서는 집단면역을 시도하고 있다는 식의 보도나 기사가 나온바 있는데, 집단면역이란 정확히 무슨 개념인지 알아보고, 과연 이것이 유용한 방법이 될 수 있을지 살펴볼 필요가 있을 듯하다.
 집단면역(Herd Immunity)이란 사람이나 동물의 감염증의 경우 특정 집단 내에서 면역을 가지게 된 개체 수가 일정 수준 이상에 도달하여, 더 이상 그 집단에 감염이 일어나지 않게 되는 상태를 말한다. 즉 집단의 구성원 대부분이 감염병에 대한 면역성을 가지게 되면 감염의 확산이 느려지거나 멈춰져서 면역성이 없는 개체도 간접적으로 보호를 받게 된다.
 질병에 대해 각 개인에 면역을 지니게 하는 개인면역(Individual immunity)에 대비되는 용어인데, 모든 감염병에 집단 면역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고 오직 사람들 간에 직접 전염되면서 확산되는 질병에서만 유효하다. 즉 토양에 사는 박테리아가 상처를 통해서 감염시키는 파상풍 등의 경우, 이에 대해 면역이 없는 사람은 주변의 다른 모든 사람이 면역을 지니고 있다고 해도 감염될 수가 있다.   

 집단면역 현상은 이미 검증된 바 있고 이 개념에 바탕을 둔 방역과 의료정책 역시 자리를 잡은 지 오래이다. 즉 1930년대에 홍역에 감염된 많은 어린이들이 면역성을 가지게 되면 새로운 감염이 줄어드는 현상이 관찰되면서 집단면역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집단면역을 가능하게 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바로 많은 사람들에게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다. 백신 접종을 대량으로 실시하여 전염성 질환을 예방하거나 확산을 억제하는 정책은 많은 국가에서 이미 일반화되어 있고, 이를 통해 감염병을 영구적으로 퇴출시킨 사례도 나온 바 있다.
 즉 예방 백신을 통한 집단면역이 전세계적으로 이루어지게 되면 더 이상 발병이 일어나지 않아 해당 감염증이 박멸된 경우로서 천연두 등이 있다. 오랫동안 인류를 괴롭혀온 무서운 감염병이었던 천연두는 1977년에 종결되면서, 그 이후의 신생아들은 더 이상 천연두 백신을 접종하지 않고 있다. 다른 질병들을 지역적으로 박멸하는 데에도 집단면역은 자주 활용된다.
 따라서 원래 집단면역이라는 개념은 감염병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방치한다는 의미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많은 대중들이 오해를 하고 있는 셈인데, 그 이유는 아직 코로나19에 대한 백신과 치료제가 없기 때문이다. 백신의 개념과 명칭은 영국의 의사 제너(Edward Jenner1749–1823)와 프랑스의 미생물학자 파스퇴르(Louis Pasteur; 1822-1895) 등에 의하여 18, 19세기에나 정립되었으므로, 그 이전에는 온갖 바이러스와 세균으로 인한 감염증을 이겨내기 위하여 인류는 맨몸으로 맞서 싸울 수밖에 없었다. 가끔씩 대유행을 일으킬 때마다 유럽의 인구를 크게 감소시킬 정도였던 흑사병, 남아메리카 등 신대륙의 원주민을 거의 절멸시키다시피 했던 천연두 등 무시무시한 감염병에 시달리고도 인류가 살아남은 것은 결국 자연적으로 감염으로부터 회복된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면역을 지니게 된 덕분이었다.

 코로나19 감염병에 대한 대응책은 나라마다 약간식 차이가 있게 마련인데, 집단면역 방식을 시도했던 것으로 보이는 국가는 영국과 스웨덴이다. 지난 3월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는 “코로나19로 인하여 많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을 수 있으니 영국인들은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식으로 집단면역을 신봉하는 듯한 발언을 한 바 있다.
 그러나 곧바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을 뿐 아니라, 국민의 60% 정도가 감염되어 집단면역을 형성하려면 최소 수십만 명 이상이 사망할 수 있다는 보고를 접한 이후 바로 이런 방침을 철회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교롭게도 보리스 존슨 총리 자신이 국가수반으로는 처음으로 코로나19에 감염되어 한때 중환자실에 입원하는 등 큰 위기에 처하기도 하였다.
 북유럽의 복지국가로 꼽히는 스웨덴 또한 초기에 집단면역을 고려한 듯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 다소 느슨한 방역 조치를 실행한 바 있다. 역시 자기 나라 국민을 대상으로 위험한 실험과 도박을 감행한다는 비판을 받았는데, 사실과는 다른 오해도 섞여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즉 국토 면적에 비해 적은 인구를 지닌 스웨덴은 낮은 인구밀도 및 개인의 자유와 독립성을 중시하는 문화적 특성으로 인하여 일상적으로 서로 간의 거리와 간격 유지가 가능하다고 한다. 또한 대규모의 전염병 감염을 겪은 사례가 없는 스웨덴은 코로나19의 철저한 방역을 위한 장비와 인력 등이 부족하고, 의료시설과 지원시스템 또한 여유롭지 않다 보니 집단면역 방식처럼 보였던 것으로 판단된다. 스웨덴 보건당국도 집단면역은 자신들이 추구하는 전략이 아니라고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고, 확진자와 사망자가 증가하면서 최근에는 다른 국가와 마찬가지로 방역과 통제의 고삐를 더욱 죄는 것으로 보인다.
 국내외 전문가 중에서도 백신이 없는 현재 집단면역 이론에 따라, 무증상자나 감염 의심자에 대해 선제적인 검사는 중지하고 대중들의 지나친 공포나 사회경제적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코로나19의 치명율이 최소 2%에서 10% 정도를 보이고 있는 현실에서, 만약 다수의 국민이 감염되어 집단면역을 지니게 되려면 나라별로 수십만 또는 수백만 명 이상의 희생이 따른다는 것을 의미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국민의 생명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정부가 섣불리 시행할 수 있는 정책이 아니며, 결국 감염병의 확산을 최대한 늦추면서 백신과 치료제가 속히 개발되기를 기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By 최성우

이미지1: 집단면역을 지니게 되는 과정을 설명한 도표 ( ⓒ Tkarcher )
이미지2: 천연두를 일으키는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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