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역사를 바꾼 간섭계(1) - 마이컬슨 몰리의 실험 > 과학기술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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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역사를 바꾼 간섭계(1) - 마이컬슨 몰리의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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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작성일2020-06-14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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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게 하는 역사적인 순간들을 살펴보면, 대개 여러 가지의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물리학의 경우 기존의 패러다임을 깨뜨릴만한 대단히 혁신적인 이론도 중요하지만, 이를 뒷받침하고 명확하게 증명할만한 실험 또한 마찬가지로 중요한 관건이다. 뢴트겐(Wilhelm Konrad Röntgen)에 의해 우연히 발견된 X선 검출 실험, 원자핵의 존재를 입증한 러더퍼드(Ernest Rutherford)의 금속박에 의한 α(알파)선 산란 실험 등은 물리학 및 과학의 역사를 바꾼 중요한 실험으로 꼽힌다.
 그런데 과학의 새로운 장을 여는 데에 두 번씩이나 결정적인 기여를 한 중요한 실험장치가 하나 있는데, 다름 아닌 광간섭계(光干涉計), 그중에서도 특히 마이컬슨 간섭계(Michelson interferometer)이다. 

 빛의 파동이 일으키는 속성의 하나인 간섭현상은 근대적인 광학이 발달함에 따라 비교적 일찍부터 알려져 왔는데, 이를 측정하는 실험장치가 바로 간섭계이다. 일반적으로 동일한 광원에서 나오는 빛을 둘 이상으로 나누어 광 경로에 차이가 나게 하고, 이 빛들이 다시 합쳐지게 하면 이때 발생하는 간섭현상을 관찰할 수 있다. 간섭계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는데, 이를 사용하면 미세한 광행로차에 의해 생기는 간섭무늬에 의해 빛의 파장이나 매질의 굴절률, 길이의 측정 등 다양한 계측과 실험이 가능하다.
 마이컬슨 간섭계는 하나의 광원에서 나온 빛을 두 갈래로 나누고, 이 빛들이 직각을 이루어 나아가도록 한 뒤 반사 등을 통하여 다시 만나게 하여 간섭무늬를 기록하게 하는 장치로서, 원리 자체는 비교적 간단한 간섭계이다. 그런데 이 마이컬슨 간섭계가 역사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꼽히는 경우로서, 바로 예전에 빛을 전파하는 매질로 알려진 에테르(Ether)의 존재를 확인하는 유명한 실험이 있다.
 1886년부터 진행된 이른바 마이컬슨-몰리의 실험이라 불리는 이 실험은 만약 에테르가 존재한다면 광원이 지구의 자전에 의해 운동할 때 빛이 진행한 거리의 차이가 간섭무늬에 반영될 것이므로, 마이컬슨 간섭계로 그것을 측정할 수 있다고 가정하여 실시되었다.
 즉 당시 빛을 전파하는 매질로 가상된 에테르 이론에 따르면, 빛을 둘로 나눠서 지구의 운동 방향 및 직각 방향으로 같은 거리를 왕복시킬 경우, 에테르가 빛의 속도에 영향을 미쳐서 양쪽의 시간 사이에는 미세한 차이가 생기므로 광행로차에 의한 간섭무늬가 생겨야 한다. 그러나 두 사람이 반복하여 실험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간섭무늬는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
 따라서 빛의 매질로서 에테르라는 것은 실재하지 않으며, 빛의 속도는 광원의 운동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이는 훗날 광속 불변의 원리에 기반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의 탄생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셈이다.

 이와 같은 정밀한 간섭계를 만들어서 실험한 마이컬슨(Albert Abraham Michelson; 1852-1931)은 폴란드 태생의 미국 물리학자로서, 어려서부터 일가가 미국으로 이주하여 교육을 받았고 미국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한 후 해상근무를 하기도 하였다. 업무적 특성 때문인지 일찍부터 광학과 음향학에 관심을 가져서 광속도 측정 실험 등에 종사하였고, 이는 훗날 중요한 업적을 남기는 기반을 쌓은 셈이다. 마이컬슨은 유럽으로 유학을 가서 공부하고 귀국한 후에는 시카고 대학 교수 등으로 근무하였고, 1881년에 마이컬슨 간섭계를 고안, 제작하였다. 
 마이컬슨과 함께 역사적인 실험을 진행한 몰리(Edward Williams Morley; 1838-1923)는 미국 뉴저지주 출생으로서 화학자 및 물리학자로 활동하여, 이외에도 대기 중의 산소함유량 측정 및 물을 구성하는 수소와 산소의 중량비 정밀측정 등의 업적을 남겼다.
 오늘날에는 간섭계의 광원으로서 대부분 레이저광을 사용한다. 단색성으로서 매우 밝을 뿐 아니라 직진성도 겸비하고 있으므로, 간섭현상을 관찰하기 위하여 최적의 조건을 갖춘 광원이 되는 셈이다. 이제는 도리어 레이저가 아닌 일반 광원으로 간섭실험을 진행하기에는 무척 어렵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레이저가 발명된 것은 1960년대 이후이므로, 마이컬슨과 몰리가 실험하던 당시에는 당연히 레이저 광원이라는 것은 존재하지도 않았다. 따라서 두 사람은 대단히 뛰어난 실험 기술을 발휘하여 정밀한 실험을 마친 셈이다.
 마이컬슨은 간섭계 제작 및 광속 정밀측정 등의 공로로 1907년도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는데, 미국 물리학자로는 최초로 수상한 노벨물리학상이었다.

                                                                      By 최성우

이미지1: 마이컬슨 간섭계의 구조 (ⓒ Polytec GmbH)
이미지2:  마이컬슨과 몰리의 실험장치(188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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