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역사를 바꾼 간섭계(2) - LIGO의 중력파 검출 > 과학기술칼럼

본문 바로가기

과학의 역사를 바꾼 간섭계(2) - LIGO의 중력파 검출

페이지 정보

최성우 작성일2020-06-20 09:00

본문

1886년에 마이컬슨(Albert Abraham Michelson; 1852-1931)과 몰리(Edward Williams Morley; 1838-1923)가 간섭계 실험을 통하여 빛의 가상 매질인 에테르의 존재를 부정함으로써 상대성이론의 길을 열어 준 지 약 130년이 지난 후, 마이컬슨 간섭계가 또 한 번 과학의 새로운 장을 여는 데에 결정적인 기여를 하게 되었다. 2015년 9월, 사상 최초로 중력파를 관측한 것이다. 
 레이저 간섭계 중력파 관측소 과학 협력단(LIGO Scientific Collaboration)은 약 5개월간의 분석과정을 끝낸 후, 2016년 2월 기자회견을 통하여 블랙홀 두 개가 충돌하여 하나의 블랙홀로 병합되기 직전에 발생한 중력파를 실험적으로 관측하는 데에 성공했다고 공식 발표하였다. 이론적으로만 존재하던 중력파를 실제로 검출했다는 소식에 세계 물리학계는 온통 흥분과 축제의 분위기에 휩싸였다.
 1916년에 발표된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1879-1955)의 일반 상대성이론에서 예견되었던 중력파는 시공간의 뒤틀림 자체가 파동처럼 전달되는 것이다. 이론이 나온 지 정확히 100년 만에 실험적으로 증명이 되었으니 21세기 최고의 물리학적 성과로도 꼽힐만하다. 중력파의 존재를 처음 예측한 아인슈타인 스스로도 과연 중력파의 존재를 입증하는 날이 올 수 있을지 반신반의할 정도였다.

 중력파를 관측하는 데에 성공한 레이저 간섭계 중력파 관측소(Laser Interferometer Gravitational Wave Observatory; LIGO)라는 거대하고 값비싼 실험 시설은 다름 아닌 마이컬슨 간섭계(Michelson interferometer)의 일종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초대형 간섭계가 아닐까 싶다.
 LIGO에는 길이가 4km에 달하는 긴 다리와도 같은 두 개의 건물이 90도 각도로 놓여있는데, 바로 광원인 레이저에서 나온 빛이 빔 스플리터를 통과한 후 두 갈래로 나뉘어서 진행하는 통로이다. 건물의 끝부분에 설치된 거울에 의해 반사된 각각의 레이저광은 다시 합쳐진 후 검출기를 향하는데, 평상시에는 두 빛이 상쇄 간섭되기 때문에 아무런 신호가 잡히지 않는다.
 그러나 중력파가 발생하여 시공간에 미세한 요동이 생기면, 두 빛의 광 경로에도 극히 작은 차이가 생기므로 완전히 상쇄되지 않아 신호를 검출할 수 있다. 우주에서 날아오는 미세하기 그지없는 중력파를 검출하기 위해서는 거대한 간섭계 내부를 초진공 상태로 유지해야만 하므로, 시설의 사양 및 실험 조건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예민하고 까다로운 수준이다. 최초로 측정된 중력파의 최대 진폭은 10의 21제곱분의 일 수준으로서, 1광년 즉 빛이 1년 동안 가는 거리에서 머리카락 굵기 정도로 변화하는 수준이니, 이처럼 극히 어려운 관측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시설 역시 극한에 가까운 수준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     
 미국의 LIGO는 워싱턴 주의 핸포드에 하나가, 거기서 3000km 떨어진 루이지애나 주의 리빙스톤에 다른 하나가 있다. 멀리 떨어진 두 곳에 동일한 시설을 설치한 이유는, 두 개의 관측소에서 동시에 관측을 실행하면 위치에 따른 시차를 통하여 중력파의 발생 위치를 추적할 수 있고, 또한 지진에 의한 영향 등 중력파가 아닌 다른 신호나 노이즈 등을 걸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LIGO에 의한 중력파 관측은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이론이 실험을 통하여 다시 한번 확증되었다는 의미가 있다. 물론 일반 상대성이론은 에딩턴(Arthur Stanley Eddington)이 1919년 개기일식 때에 중력에 의해 빛의 경로가 휘어지는 현상을 관측함으로써 오래전에 입증이 되었지만, 이론의 산물인 중력파를 직접 실험적으로 검출했다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할 것이다. 매우 흥미롭게도 마이컬슨 간섭계를 통한 실험이 한번은 상대성이론의 길을 열어 주고, 또 한번은 상대성이론을 다시 한번 확증함으로써 두 번씩이나 물리학의 역사에 길이 빛날 업적을 남긴 셈이다.
 초대형 마이컬슨 간섭계인 LIGO는 중력파를 최초 관측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이후로도 여러 차례 블랙홀 또는 중성자별의 충돌에 의해 발생하는 중력파를 검출하였다. 따라서 블랙홀 및 중성자별을 관찰하고 그 특성 등을 파악하는 중력파 천문학(Gravitational-wave astronomy)이라는 새로운 분야가 현실화하여 우주의 신비를 풀어 나아가는 데에 더욱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중력파를 관측하기 위한 LIGO의 아이디어를 내고 건설을 제안한 이는 영화 ‘인터스텔라’를 자문하여 국내에도 비교적 잘 알려진 이론물리학자 킵 손(Kip Thorne) 교수이다. 그는 LIGO의 설계 및 추진, 그리고 운영 등에 공로가 많았던 라이너 바이스(Rainer Weiss), 배리 배리시(Barry Barish)와 공동으로 2017년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하였다.

                                                                            By 최성우

이미지1: 레이저간섭계 중력파 관측소 ⓒ LIGO
이미지2: LIGO를 제안했던 2017년도 노벨물리학상 공동수상자 킵손 교수 ⓒ GNU Free Documentation License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SLIDE UP

모바일에서는 읽기만 가능합니다.
PC 버전 보기
© 2002 - 2015 scien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