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코드 오류와 초음속기의 전망 > 과학기술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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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코드 오류와 초음속기의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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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작성일2020-08-13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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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로 상업 운항을 하였던 초음속여객기 콩코드의 퇴출 원인 등에 대해 앞의 글에서 여러 측면을 언급한 바 있다. 경제학, 산업심리학 등의 용어에서도 이른바 ‘콩코드 오류(Concorde fallacy)’라고 부르는 것이 있는데, 특정 행위를 추진할 경우 만족스럽지 못하더라도 이전에 투자한 것이 아까워서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더욱 깊숙한 오류로 빠지는 의사결정과정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진행 중인 거대 프로젝트 등을 중단해야 마땅함에도 불구하고 이미 너무 많은 돈을 들였기 때문에, 즉 매몰 비용(sunk cost)이 너무 커서 이를 그대로 밀어붙이다가 더욱 큰 손해를 입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속된 비유를 한다면 노름꾼이 그동안 잃은 돈이 아까워서 ‘본전’이라도 되찾고자 도박을 계속하다가 더 큰 화를 자초하는 경우 등도 포함된다. 

 영국과 프랑스 정부 당국이 콩코드를 처음 개발하던 무렵에도 경제성 문제, 환경 문제 등을 감안하여 프로젝트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부정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콩코드의 개발과 상용화는 계속되었고, 결국 거액이 투자된 연구개발비는 도저히 회수할 길이 없었다. 우리 돈으로 5조원이 넘는 비용이 투입되었으니 콩코드기를 최소 100대 정도는 제작, 판매해야 수지타산을 맞출 수 있었지만, 결국 만들어진 것은 시험용을 포함하여 20대 정도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양국 정부가 무리하게 콩코드 프로젝트를 밀어붙인 데에는, 경제외적인 측면, 즉 정치적 요인도 포함되어 있었다. 즉 당시 냉전과 진영 대결을 벌이던 옛소련에서도 초음속기를 개발하여, 1968년에 ‘투폴레프(Tupolev) TU-144’의 시험비행에 최초로 성공했던 것이다. 영국과 프랑스는 사회주의 국가인 옛소련보다 먼저 초음속여객기를 상용화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빠져 있었을 것이다.
 마치 우주개발과 달 탐사를 두고서 미국과 옛소련이 국가와 체제의 자존심을 걸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것과 매우 유사하다고 하겠다. 더욱이 영국과 프랑스는 콩코드의 개발과 상용화를 통하여, 미국의 대표적 비행기 제작회사인 보잉(Boeing)사를 능가하여 유럽의 자존심과 영광을 되살릴 수 있으리라 기대했을 법하다. 그러나 미국은 끝내 초음속여객기의 개발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옛소련의 투폴레프 기종 역시 상용화되기는 했지만 얼마 못 가서 초음속여객기로서의 운항은 중단된 바 있다. 

 오래전에 오늘날, 즉 당시의 먼 미래를 예측한 바에 따르면, 비행기의 속력과 성능 등 공중교통수단의 발달도 크게 진전될 것이라 생각했던 듯하다. 1971년에 국내의 최고 석학들이 모여서 만든 어느 미래예측 보고서에 의하면, 서기 2000년 정도가 되면 서울에서 미국 뉴욕까지 비행기로 5시간 정도면 충분히 이동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하였다.
 그러나 당시나 지금이나 비행 소요시간은 그다지 단축되지 않았다. 인터넷, 휴대전화 등 정보통신 분야 등의 발전은 과거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어 빠르게 진행된 데 비해, 교통수단 특히 비행기의 속력 자체는 거의 변화가 없거나 매우 느리게 발전한 셈이다. 앞서서 “노트북의 출현이 콩코드의 퇴출을 촉진하였다.”는 주장을 소개했듯이, 정보통신 분야의 눈부신 발전이 도리어 교통수단의 발전을 통한 시간 단축의 필요성을 감소시켰는지도 모른다.

 그러면 앞으로도 일반 여객기와의 경쟁력에서 밀려 초음속여객기의 전망은 계속 어두울까? 그렇게 단언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비록 현재는 아니지만 콩코드의 실패를 딛고서 제반 단점들을 극복한 새로운 초음속여객기가 등장한다면, 공중 교통수단의 총아로서 다시금 부활할 수도 있다.
 자동차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면, 앞으로 가솔린 자동차를 대체할 것으로 기대되는 전기자동차가 처음 등장한 것은 놀랍게도 1873년으로 무려 약 150년 전이었다. 즉 내연기관형 자동차보다 앞서서 제작되었을 뿐 아니라, 이후 자동차가 대중화될 무렵에도 서로 경쟁을 벌이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배터리의 성능 및 중량문제, 충전 소요시간 등이 전기자동차의 큰 단점이었던 반면, 새로운 유전들이 개발되어 유류 공급이 확대되고 연료 비용도 저렴해짐에 따라 내연기관 자동차는 전기자동차를 압도하게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다시 상황이 바뀌고 배터리의 성능 개선 등에도 힘입어, 전기자동차는 친환경적인 미래형 자동차로서 각광을 받고 있다. 반면에 갈수록 심각해지는 지구온난화 및 환경 문제가 전지구적 해결과제로 부각된 요즈음, 온갖 오염물질과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내연기관 자동차는 이제 퇴출을 염려해야 하는 지경에 처한 것이다.
 초음속여객기 역시 예전의 경제성 문제, 환경 문제 등을 극복하고 향후의 사회경제적 환경에 부합하는 충분한 적응력과 경쟁력을 갖춘다면, 다시금 지구촌의 하늘을 주름잡을 수 있을 것이다.

                                                                          By 최성우

이미지1: 콩코드기의 조종석 ( ⓒ GNU Free Documentation License )
이미지2: 콩코드보다 앞서서 초음속 시험비행에 성공했던 옛소련의 투폴레프 기종(Tu-144)

댓글 2

tatsache님의 댓글

tatsache

콩코드나 TU-144가 개발될 당시에 미국에서도 이에 질세라 경쟁적으로 초음속 여객기를 개발하려고는 했었습니다. 보잉사의 B-2707과 록히드사의 L-2000이 대표적인 계획이지요. 승객 수송만을 따져도 콩코드의 2배 이상입니다. 그런데 보잉사의 B-747이 대박을 터뜨리고 언급하신 콩코드의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여객수송에서 초음속이 과연 필요한 것인가 하는 의문이 제기되면서 결국 취소되었지요. ( https://en.m.wikipedia.org/wiki/Boeing_2707 )

콩코드가 출시할 당시나 지금이나 비행 소요시간은 그다지 단축되지 않았지만, 일반인의 해외여행은 급격히 증가하여 왔습니다. 한 예로 서울 거주자들이 결혼하면 신혼여행지가 온양온천이었던 시절이 있었지만, 이제는 신혼여행지가 국내(제주도 포함) 결혼 취소를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요즘 코로나때문에 국내로 신혼여행지로 정하는 분들이 늘기는 하지만, 아예 해외 신혼여행을 위해 결혼식을 늦추시는 분들도 계시더군요.) 다양하고 많은 승객들이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수단으로서의 항공기 개발이 중요해졌다는 것이고 기술도 이에 따라 발전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최성우님의 댓글

최성우 댓글의 댓글

관심 감사합니다.  미국도 물론 초음속여객기 개발 시도는 있었지요...  (그러고보니 본문 표현에 오해의 소지가 있네요...) 
미국은 아폴로계획 등 달탐사/우주개발에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는 상황에서, 초음속여객기까지 상용화하는 것은 무리라는 의회의 판단으로 결국 포기한 것이었습니다만...  한편으로는 (처음부터 정치적 요소가 매우 중요했던 우주개발과는 달리) 여객용이므로 실용성을 중시하는 미국의 특성을 엿볼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1990년대에 초전도슈퍼입자가속기(SSC) 건설 중단/폐기 역시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판단할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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