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지구가 되기 위한 까다로운 조건들(1)

글쓴이
최성우
등록일
2021-02-08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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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행성, 즉 태양계 밖의 항성 주위를 공전하는 행성을 찾는 것은 관련 학계뿐 아니라 대중들에게도 관심이 높다. 외계행성 관측을 위한 우주망원경 성격의 전문 관측 위성으로서 이전의 케플러망원경을 대체한 탐색 위성 테스(TESS; Transiting Exoplanet Survey Satellite)가 2018 년 4월부터 본격 가동에 나서 새로운 외계행성의 발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2019년에는 외계행성의 존재를 입증한 과학자들이 관측천문학적 공적으로는 이례적으로 노벨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한 바 있다. 외계행성에 관심이 커지는 이유는, 이들 중 일부가 지구와 유사하여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환경을 지니고 있을 거라 추측되기 때문이다.
 그런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일단 외계행성이 이른바 ‘골디락스 존(Goldilocks zone)’이라 불리는 영역에 위치해야 한다. 이는 모항성으로부터 적절한 거리에 있어서 기온이 너무 높거나 너무 낮지 않은 생명체 거주 가능 영역(Habitable zone)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러한 영역 내에 위치한 외계행성이라 하더라도, 생명체 특히 사람과 같은 지적인 고등동물이 살 수 있을 만한 ‘제2의 지구’가 되기 위한 조건은 대단히 까다롭다. 가장 먼저 생명체에 필수적인 물과 대기를 꼭 포함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골디락스 존의 의미가 모항성으로부터 받는 열과 에너지를 고려하여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만한 영역을 뜻하지만, 그 영역의 외계행성이 실제로 충분한 물과 산소를 포함한 대기를 지니고 있는가는 또 다른 문제이다.
 게다가 지구형 행성(Terrestrial planet)으로서 암석과 같은 딱딱한 표면을 가지고 있어야 할 것이며, 목성형 행성(Jovian planet)처럼 밀도가 낮은 행성이어서도 곤란할 것이다. 따라서 지구와 엇비슷한 밀도를 지녀야 할 것이고 물질을 형성하는 각종 원소의 구성 및 비율 또한 지구와 크게 다르지 않아야 할 것이다. 특히 철(Fe) 성분은 산소만큼이나 생명체에 중요한데, 그 이유는 모항성이나 우주로부터 쏟아지는 방사선 등으로부터 제2의 지구를 보호하기 위한 자기권(Magnetosphere)을 형성하려면 철에 의한 자기장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크기 또한 대단히 중요한 관건으로서, 지구와 비교해서 너무 크거나 작아서도 곤란할 것이다. 밀도가 같다고 가정한다면, 반지름 기준으로 지구보다 2배가 큰 외계행성은 표면의 중력 역시 2배가 된다. 중력 즉 만유인력은 질량에 비례하고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므로, 부피에 비례하는 질량은 8배가 되겠지만, 표면 기준으로 거리가 2배가 되기 때문이다.
 지구보다 과도하게 커도 곤란하겠지만 지구보다 너무 작다면 여러모로 더욱 문제가 될 수 있는데, 왜 그런지는 지구의 크기가 갑자기 반으로 줄어들었다고 가정하여 살펴보면 알 수 있다.
 만약 밀도와 구성 등이 같으면서 지구의 크기가 반지름 기준으로 반으로 작아졌다면, 지표면의 중력 역시 반으로 줄어들 것이다. 그러면 지구의 대기를 붙잡아두는 힘 역시 약해지기 때문에 산소 농도가 급격히 감소하여 마치 수천 미터의 고산지대와 비슷한 수준이 되어서, 사람들은 두통, 현기증, 호흡곤란 등 고산병과 유사한 증세를 겪게 될 것이다.
 산소 농도가 줄어든 것에 대해서는 고산지대의 사람들처럼 체내의 적혈구 수를 많게 하여 적응할 수도 있겠지만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즉 지구가 작아지면 지구의 자기장 역시 크게 약화할 뿐 아니라 자극의 상태가 교란된다는 점이다. 지구물리학자들이 모형실험과 시뮬레이션을 통하여 연구한 결과, 지구가 반으로 작아지면 지구 자기의 극이 4개 이상으로 늘어나서 적도 등에도 자극이 생기는 것으로 나왔다고 한다. 
 따라서 지구를 보호하는 자기권이 제 역할을 하기 어렵게 되어, 태양풍과 방사선이 이미 약해진 지구 대기와 물을 지속적으로 날려버려서 결국 지구는 화성처럼 고등의 동식물이 살기 어려운 환경으로 변하고 말 것이다. 마침 화성의 크기가 반지름 기준으로 지구의 절반 정도인데, 화성에도 과거에 물이 흘렀던 흔적 등이 있는 것으로 봐서 대기층과 수분이 태양풍과 방사선에 의해 날아가 버린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화성의 자기장이 미약한 것은 크기 문제뿐 아니라, 지구와는 다를 것으로 여겨지는 내부 구성 등에 영향을 받았을 수도 있다.

 제2의 지구가 될만한 후보로 꼽히는 외계행성으로서, 지구에서 40광년 떨어진 작은 항성인 트라피스트-1(TRAPPIST-1) 주위를 공전하는 7개의 행성이 큰 주목을 받아왔다. 이 7개의 외계행성은 2017년에 발견되었는데, 모항성인 트라피스트-1과 가까운 곳부터 영어 알파벳 순으로 b, c, d, e, f, g, h 행성으로 이름이 붙여져 있다. 이 중에서도 특히 트라피스트-1e는 액체 상태의 물도 있어서 지구와 가장 비슷한 환경일 것으로 추정되는데, 7개 행성 모두 크기와 밀도 등이 지구와 상당히 유사한 수준으로 밝혀진 바 있다. 
 특히 미국천문학회가 발행하는 ‘행성과학저널’에 며칠 전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이들 7개 외계행성이 밀도가 모두 매우 비슷하며, 물질을 구성하는 원소의 조성비가 지구와 상당 부분 유사한 것으로 나왔다고 한다. 따라서 이들 외계행성에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 등이 더욱 주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제2의 지구가 되기는 쉽지 않을 수 있는 요소가 여전히 존재한다. 즉 이들 행성은 모항성과 매우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 있어서, 공전 주기가 우리 태양계의 수성보다도 훨씬 짧다는 점이다.
 지구와 크기, 밀도, 조성 등이 비슷하고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하는 골디락스 영역 내에 위치한다 하더라도, 태양과 비교해서 모항성이 작아서 너무 가까운 거리에 있거나 모항성이 커서 너무 먼 거리에 있다면 생명체가 살기 어려운 또 다른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논의하기로 한다.

                                                            By 최성우

이미지1: 외계행성 탐색 위성 TESS의 모습 
이미지2: 제2의 지구 후보로 관심을 모으는 트라피스트-1e의 상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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